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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거래소 다음은 금융 인프라…두나무·LG CNS도 뛰어들었다 [도예리의 디지털자산 노트]

“우리처럼 종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쟁사는 사실상 한국에 없습니다.”

생성형AI 제작

“우리처럼 종합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쟁사는 사실상 한국에 없습니다.”

이부건 문페이 공동창업자 겸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법정화폐와 가상화폐를 바꾸는 온·오프램프부터 지갑,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사업자는 드물다는 설명이다.

3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금융사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토큰화 자산을 취급하려면 지갑과 수탁, 기존 금융망과 블록체인의 연결, 결제·정산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 아직 이 시장을 장악한 사업자가 뚜렷하지 않은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선점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페이는 9월 한국 법인을 출범하고 한국을 아시아 사업 확대의 거점으로 삼았다. KB금융그룹·우리은행·카카오뱅크 등과 스테이블코인, 해외송금·결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리플은 케이뱅크와 기관용 디지털자산 지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파이어블록스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와 디지털자산 인프라 사업을 검토 중이다. 비트고는 한국 법인을 세워 8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마쳤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은 비트고코리아의 전략적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거래소를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금융사 대상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 넓어질 가능성을 보고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드는 셈이다. 경쟁 영역도 가상화폐 매매에서 지갑·수탁·결제·정산 등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사업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과 고객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나무는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 체인’과 디지털자산 지갑 ‘기와월렛’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한 행사에서 시연한 기와월렛은 단순한 자산 보관을 넘어 투자까지 연결한다. 이용자가 적격투자자 자격을 증명하면 기와월렛에서 손쉽게 토큰증권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업비트 등에서 보유한 가상화폐도 연동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두나무가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블록체인 행사장에서 디지털자산 지갑 ‘기와월렛’을 시연했다. 도예리 기자

투자한 토큰증권에는 의무보유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적격투자자에게 이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외국인 이용자가 보유한 가상화폐로 국내에서 결제하는 기능도 시연했다.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반까지 직접 확보하려는 행보다.

LG CNS는 금융 시스템 구축 경험을 앞세운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관련 기능을 종합 제공하는 솔루션 ‘기틀(KITL)’을 준비하고 있다. 직접 VASP 라이선스를 확보할지, 기존 사업자와 협력할지, 관련 업체를 인수할지 등 구체적인 사업 방식도 검토 중이다.

LG CNS가 경쟁 상대로 국내 시스템통합(SI)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업체를 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LG CNS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사업에서는 글로벌 기업이 주요 경쟁 상대”라고 설명했다. 문페이가 한국에서 종합적으로 사업 영역이 겹치는 경쟁자가 사실상 없다고 자신한 것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결제·정산 업체들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NHN KCP는 기존 가맹점망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기술을 실증한 뒤 금융사와 플랫폼 등으로 사업화를 확대하고 있다. 헥토파이낸셜도 기존 지급결제·정산망에 스테이블코인을 결합해 기업 고객에게 해외송금·결제·정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각 기업이 정면으로 맞붙는 것은 아니다. 두나무는 체인과 지갑, LG CNS는 금융 시스템 구축에 강점이 있다. NHN KCP와 헥토는 결제·정산에서 출발했다. 글로벌 업체들도 수탁·지갑·결제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이들의 사업 영역은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사업에서 맞닿아 있다. 금융사가 관련 기술을 모두 자체 구축하기보다 외부 인프라를 활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갑·수탁·결제·정산 분야의 수요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의 경쟁 무대도 거래소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의 빈자리를 파고드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기존 금융망과 결제망, 이용자 접점을 앞세워 대응에 나섰다. 금융사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실제 서비스 단계로 넘어갈수록 각 인프라 영역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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