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도세를 보이면서도, 일부 실적 기반 종목과 산업별 수혜주에는 선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 영향력이 큰 종목을 줄이는 대신 개별 성장 스토리가 있는 기업으로 이동하는 ‘선별 장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관 순매수 상위에는 한미반도체, 삼양식품, 한국콜마, LG이노텍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순매도 상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심에 섰고, 현대차와 두산에너빌리티도 매도 대상에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반도체 대형주와 장비주의 엇갈린 방향성이다.
기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비중을 줄이는 한편, 한미반도체와 DB하이텍 등 반도체 장비·소부장 기업에는 매수세를 집중했다. 업황 자체에 대한 기대는 유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가격 부담이 큰 대형주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밸류체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재와 화장품 관련 종목에도 자금이 유입됐다. 삼양식품과 한국콜마, 코스맥스는 각각 음식료와 K-뷰티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화장품 업종은 중국 소비 회복 기대와 글로벌 수요 확대 전망이 맞물리며 기관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기전자 부품주 역시 선택적으로 담겼다. LG이노텍과 비에이치는 스마트폰과 IT 기기 수요 회복 기대의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IT 수요 반등 기대가 반영되며 관련 공급망 기업들에 대한 저가 매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NT에너지, SK오션플랜트 등 에너지·인프라 관련 종목도 매수 상위에 포함됐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 이슈와 친환경 전환 흐름 속에서 중장기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종이다.
반면 매도 측에서는 전통적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기술주 전반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났다. 여기에 POSCO홀딩스와 셀트리온, NAVER 등 업종 대표주들도 기관 자금 이탈을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금융, 플랫폼 기업도 매도 대상이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물론 신한지주와 카카오 등이 포함되며 경기 민감주와 성장주 전반에서 비중 축소가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까지 매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부담도 일부 반영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위험 회피가 아닌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해석한다.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대형주 비중을 줄이고, 실적 가시성이 높거나 업황 반등 초기 국면에 있는 종목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종목별 편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업종 내에서도 기업별로 수급이 크게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종목 선별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증권 관계자는 “기관은 시장 방향성보다 종목별 펀더멘털에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최근 흐름은 업종 전체가 아니라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에 따라 수급이 갈리는 전형적인 장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관 매매는 ‘대형주 축소, 중형 성장주 확대’라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주도 업종에 대한 기대는 유지하되, 종목 선택에서는 더욱 정교한 접근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흐름을 가늠할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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