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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거 파업하기 딱, 좋은 날이네" 노조 파업 전성시대 열렸다

백가쟁명(百家爭鳴). 반도체 호황과 노란봉투법이 맞물리면서 한국 산업계 곳곳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전성시대다.

"거 파업하기 딱, 좋은 날이네" 노조 파업 전성시대 열렸다

백가쟁명(百家爭鳴). 반도체 호황과 노란봉투법이 맞물리면서 한국 산업계 곳곳에서 노조의 목소리가 일제히 터져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전성시대다. 당장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15%에 달하는 45조원 규모의 성과급 요구에, 현대차그룹은 5개 계열사 동맹 총파업 예고에, 포스코는 7000명 직고용을 둘러싼 원청·하청 노조의 동시 반발에 시달리고 있다.

게임업계까지 AI 시대의 고용 불안을 내세우며 제도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노동 이슈가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양상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노조 쟁의활동. 사진=연합뉴스

45조원의 성과급, R&D 투자 삼키다

가장 파장이 큰 곳은 단연 삼성전자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를 중심으로 한 공동교섭단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봉 대비 50%라는 기존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기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약 297조5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성과급 규모만 44조6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R&D에 투입한 37조7000억원보다 18.3% 많고, 주주 배당금 11조1000억원의 4배를 넘어선다. 당장 반도체(DS)부문 직원 약 7만7000명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성과급이 5억8000만원에 이른다. 전체 주주 461만 명의 1인당 평균 배당금 약 241만원과 비교하면 약 240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만 노조 측은 "애초 20%에서 시작해 15%로 조정한 것"이라며 기존 EVA 기반 성과급 체계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이라는 역대급 실적이 발표되자 요구 수위를 높인 배경이다.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도 예고한 상태다.

분위기는 차갑다. 특히 재계와 자본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AI 슈퍼사이클에 겨우 올라탔는데, 번 돈의 15%를 통째로 보너스로 달라는 것은 투자와 배당을 접으라는 수준"이라는 소액주주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는 60대 남성이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1인 피켓 시위에 나서기까지 했다. 아예 노조 미가입자 명단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 확산되면서 회사가 경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의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로이터 등 외신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의 파업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에서 한 번 경쟁사로 넘어간 물량은 파업이 끝나더라도 되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그룹, 사상 초유의 '그룹 노조' 동맹

삼성전자가 성과급이라는 '금전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 현대차그룹은 노란봉투법이 촉발한 '구조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5일 현대차 양재사옥 앞에서 1000여 명 규모의 결의대회를 열고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 등 5개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원청교섭을 요구했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경영진과 직접 교섭하겠다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원청교섭을 요구한 2만여 명 조합원 가운데 80%인 1만6000여 명이 현대차그룹 계열사 소속이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정의선 회장이 교섭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7월 15일, 8월 26일, 9월 3일 세 번의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개별 계열사 단위의 파업은 있었으나 이처럼 계열사 전반이 동시에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사상 초유다. 자동차뿐 아니라 철강·조선·전자 업종별 공동 파업까지 예고하면서 "강성노조가 결국 기업의 탈한국을 야기할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의 '쪼개기 교섭' 문제도 가세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건설노조가 한국노총과 별도로 포스코와 교섭하겠다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했다. 포스코는 자사 정규직 노조를 포함해 최소 3개 이상의 노조와 각각 교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례는 이미 13건으로 불어났고, 원청 교섭을 요구한 노조만 987곳에 달한다.

직고용의 딜레마, 포스코가 보여주는 구조적 난제

포스코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보여준다. 지난 8일 포항·광양 제철소 협력사 직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양쪽 모두가 반발하는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상생'을 위한 결단이 오히려 양면 공격을 자초한 셈이다.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포스코노조는 "기존 조합원의 희생을 전제로 한 정규직화가 진행된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하청 노조인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정규직의 반토막 임금을 적용받는 말뿐인 정규직 전환"이라며 직고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가 기존 정규직(E직군)과 별도로 '시너지(S) 직군'을 신설해 차등 처우를 적용하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포스코 정규직 평균 연봉은 약 1억1000만원인데, 하청 노조 사이에서는 S직군 임금이 "정규직 대비 65%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16일 대법원이 포스코 사내하청 불법파견 소송 3·4차 상고심 선고를 내리면서 향후 추가 직고용 의무와 손해배상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열린 상태다.

이 같은 직고용 딜레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제철 등에서도 반복돼 온 구조적 문제다. 하청 직원을 기존 정규직과 동등하게 대우하면 인건비 급등과 기존 직원 반발이 불가피하고, 차이를 두면 '차별'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현대차 총파업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게임업계, AI 시대의 불안을 제도화하라

전통 제조업이 성과급과 원청교섭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 양상을 보인다면 게임업계는 AI라는 기술 변수가 노동 문제로 전이되는 새로운 유형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정책 간담회에서 공개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 1078명 가운데 65.6%가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80% 이상이 생산성 향상을 체감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회사·노조 차원의 공식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26.7%에 그쳤고, AI 도입으로 고용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77.3%에 달했다. AI 기여도에 따른 인센티브 기준이 공정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약 64%를 차지했다.

넥슨·웹젠·넷마블·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게임사 노조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직무 전환 교육, 고용 유지 프로그램, AI 활용 표준 가이드라인, 성과 배분 기준 등을 노사정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때문에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개발자들의 조급함이 크다"는 현장 증언도 나왔다.

산업 진흥과 노동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게임업계 세액공제 혜택이 노동자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37.3%에 그쳤다. 제도의 방향보다 실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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