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노래 부르면서 눈물 반 웃음 반이 된다”
보성군치매안심센터 ‘기억 한 자락…’ 전시회
경증치매 어르신들 글솜씨 작품들 ‘눈길’
8월 한달간 보성군의회 전시실서 전시
2026년 08월 19일(수) 13:30
보성군치매안심센터가 지난 4일 ‘기억 한 자락 내가 걸어온 이야기’라는 주제로 경증 치매 어르신들의 작품 전시회를 8월 한 달간 군의회에서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실 내부 모습. /보성=김용백 기자 kyb@kwangju.co.kr
#‘나이는 몰라요/ 배암띤디/…금방 잊어버려/ 여기 놔둔 것/ 밥 묵은 것은 안디/ 눈 밖에 있는 것은 잘 잊어부요/ 혼자있는께 무장 바보가 된디/…’ 보성군의회 전시실에 걸린 87세 어르신이 쓴 ‘깜빡이는 정신’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보성군치매안심센터가 ‘기억 한 자락 내가 걸어온 이야기’라는 주제로 경증 치매 어르신들의 작품 전시회를 지난 4일부터 8월 한 달간 군의회에서 개최하고 있다.
‘경증치매’는 치매 초기 단계로, 기억력 저하나 판단력 문제 같은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지만 일상생활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다. 의학계에서는 임상치매척도(CDR) 1점이 경증이며, 2점(중등도), 3점 이상(중증)으로 구분된다. 지자체 마다 다양한 내용의 프로그램은 많지만 이처럼 작품을 정리해 전시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그 때문인지 주변의 시선을 더욱 끈다.
이번 전시작은 군의 치매 어르신 교육프로그램인 ‘구들짱 기억마루 쉼터’를 통해 완성된 작품으로 생애사 요약(15점), 시(6점), 회상 통한 이야기(4점), 생애사 기록집 등 30여점에 달한다.
무엇보다 ‘황혼녘’에서 되돌아본 굴곡진 인생사의 한줄 한줄에는 희노애락이 오롯이 담겨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5남매를 키운 90세 어르신의 ‘장한 내 손’이라는 작품은 짧지만 긴 여운이 남는다. ‘내 손 고생했다/농사짓고 사느라고/고생해서 논 사고/집도 샀다/복 된 내 손/복댕이 손’. 그는 또 ‘노래를 잊어버린 세월’이라는 자신의 이야기 끝부분에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이야기도 하고 이것 저것 많이 배운께 참 좋다. 노래를 잊고 살았는디,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 반 웃음 반이 된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그리운 당신’이라는 글에서 ‘…꿈에서 안 보이더니 요즘 보인다/남편은 항상 술, 음료 떨치지 말라고 했다/술 못 먹는 사람은 음료라도 대접하라고 했다/요새 남편이 자꾸 생각난다’면서 30여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기도 했다.
이밖에 다른 작품들도 관람객들에게 많은 공감과 함께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전시회의 글쓰기를 지도한 김용국 시인은 소감문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하시는, 어르신들의 사연을 들을 때면, 나도 눈물이 글썽였다” 면서 “이제 삶의 마지막 숙제 예쁘게 마무리하고, 날마다 즐겁게 노래하며,아리랑 고개를 잘 넘어가고 싶어하신다”고 밝혔다.
/보성=김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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