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단국대 공동연구팀, 이중나선 구조 모사한 PBDT 연속 섬유 개발
이중나선 구조와 비틀림 압축 공정을 적용한 아라미드계 PBDT 섬유의 구조 및 제조 개념도
국내 연구진이 DNA와 거미줄의 정교한 이중나선 구조를 공학적으로 재현해, 강철보다 2배 강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한 초강력 연속 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항공우주, 국방, 첨단 로보틱스 등 극한의 물성이 요구되는 산업 분야에서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은 한양대학교 유기나노공학과 한태희·위정재 교수와 단국대학교 융합소재전공 엄원식 교수 공동 연구팀이 물 속에서 스스로 이중나선 구조를 형성하는 특수 고분자 소재를 활용해 자연계 섬유의 설계 원리를 실험실에서 구현했다고 밝혔다.
자연의 설계도 '이중나선'에서 답을 찾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가벼우면서도 강한 섬유형 소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공정, 항공 기체, 방호 소재 등은 열과 기계적 하중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극한 환경에 노출된다. 그러나 기존 합성 섬유는 제조 과정에서 분자 정렬이 흐트러지거나 내부에 미세한 빈 공간이 발생해 소재 본연의 이론적 성능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수계 환경에서 DNA처럼 스스로 꼬인 구조를 형성하는 아라미드계 고분자인 'PBDT'에 주목했다. PBDT는 분자 수준에서 나노섬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 자기조립 특성을 거시적인 실 형태로 확장하기 위해 '4단계 계층적 제조 공정'을 새롭게 설계했다.
4단계 계층 공정으로 '강철' 뛰어넘는 물성 확보
연구팀이 고안한 공정은 ▲분자를 한 방향으로 세우는 정렬 ▲칼슘 이온을 더해 구조를 묶는 결속 ▲정렬도를 극대화하는 인장 ▲내부 빈틈을 없애는 수계 비틀림 압축 단계로 구성된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비틀림 공정'은 밧줄을 꼬아 강도를 높이는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실 내부 구조를 치밀하게 만들어 하중 전달 효율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개발된 섬유는 인장강도 1.2 GPa, 영률(강성) 103 GPa를 기록했다.
이는 기존 필름 형태 대비 강도는 5.8배, 강성은 6.3배 향상된 수치다. 강철과 비교하면 강도는 2배 이상 높고 무게는 4분의 1 수준으로, 동일 무게 대비 강철 와이어보다 8배 이상 강력한 힘을 버틸 수 있다.
친환경 공정과 산업적 확장성 동시에 잡아
이번 연구 성과는 단순히 소재의 물리적 성능을 높인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연속 생산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수 킬로미터(km) 단위로 실을 뽑아낼 수 있는 공정 확장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해 화학 용매 대신 물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공정이라는 점도 차별화된 특징이다. 특정 조건에서는 구조를 다시 풀어 재구성할 수 있어, 고성능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재가공과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형 소재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양대 한태희 교수는 "거미줄과 DNA가 가진 정교한 구조적 비밀을 산업용 실로 구현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높은 성능과 생산성, 친환경성까지 확보한 만큼 향후 항공우주, 반도체, 방호 등 첨단 산업의 차세대 플랫폼 소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3월 25일자로 게재되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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