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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갈까 말까 할 때는 아산에 간다

충남 아산시는 단순한 산업 도시를 넘어 사계절 각기 다른 색깔의 축제가 펼쳐지는 ‘문화예술의 보고’로 거듭나고 있다. 아산의 축제는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과 시민 참여를 결합해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든다.

갈까 말까 할 때는 아산에 간다

은행나무길 거리예술제

[충청투데이 김경동 기자] 충남 아산시는 단순한 산업 도시를 넘어 사계절 각기 다른 색깔의 축제가 펼쳐지는 ‘문화예술의 보고’로 거듭나고 있다. 아산의 축제는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각과 시민 참여를 결합해 도시의 새로운 활력을 만든다.

가을의 정취를 짚풀 향기에 담아내는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는 선조들의 지혜를 오늘에 되살리는 체험형 축제다. 아산의 상징인 이순신 장군을 주제로 한 ‘성웅 이순신 축제’는 65년의 역사적 깊이 위에 현대적 콘텐츠를 더해 대한민국 대표 인물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노란 은행나무 잎이 흩날리는 곡교천변에서 펼쳐지는 ‘은행나무길 거리예술제’는 일상의 공간을 경계 없는 공연장으로 바꿔놓는다.

◆ 짚과 돌로 빚은 600년의 시간 여행,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은 정겨운 짚풀 향기와 농악 소리로 가득 찬다. 600년의 시간을 품은 마을에서 펼쳐지는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선조들의 생활과 지혜를 직접 체험하는 축제다.

축제의 정체성은 단연 ‘짚풀’이다. ‘전국 짚풀공예 경연대회’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장인들이 볏짚으로 망태기와 둥구미, 짚신 등 생활 도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거친 손끝에서 태어나는 짚풀 공예품은 기계로는 대신할 수 없는 전통의 온기를 전한다.

관람객들의 호응이 큰 프로그램은 마을의 600년 역사를 상징하는 ‘600m 새끼꼬기 릴레이’다. 참가자들이 힘을 모아 긴 새끼줄을 이어가고, 소원을 적어 매단 새끼줄은 이듬해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에서 함께 태운다. 마을 향토문화유산인 ‘초가장’들이 직접 선보이는 ‘초가 이엉잇기’도 현대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전통 건축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외암마을을 감싸는 5.3㎞의 돌담길도 축제의 중요한 무대다. 마을의 돌을 활용한 ‘반려돌 만들기’와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한옥·돌담길 투어’를 통해 외암 이간 선생과 고택에 얽힌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축제 기간 특별히 개방되는 건재고택에서는 전시가 펼쳐져 고즈넉한 전통 공간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마을 전체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위한 놀이터가 된다. 짚풀 미로와 미끄럼틀, 볏짚 쌓기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한 ‘짚풀 놀이터’가 마련되고, 가마솥 밥 해 먹기와 떡메치기 등 옛 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허수아비 만들기와 계란 꾸러미 만들기, 짚신 신어보기 등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과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도 축제의 풍성함을 더한다.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

성웅 이순신 축제

◆‘인간 이순신’의 서사로 미래를 깨우다, 제65회 ‘성웅 이순신 축제’

아산시의 상징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물 축제인 ‘성웅 이순신 축제’는 2026년 4월 제65회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이순신의 길, 모두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승전 기록의 재현을 넘어 이순신의 인간적 고뇌와 리더십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축제의 시작은 1961년 ‘아산군민의 날’ 행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에는 장군의 탄신을 기리는 추모 의례와 지역민 화합 행사 성격이 강했지만, 1960년대 후반 현충사 성역화 사업과 맞물리며 규모가 확대됐다. 이후 거북선 승전 재현과 거리 퍼레이드 등이 더해졌고, 최근에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축제로 변화하고 있다.

제65회 축제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관통하는 서사를 강화했다. 기존의 거북선과 해전 승리 중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장군이 무관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인간적 면모까지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대표 프로그램인 ‘무과급제 행렬 퍼레이드’는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온양온천역 광장에서 곡교천을 거쳐 현충사까지 이어지는 행렬에는 기수단과 취타대 등이 참여한다. 특히 아산시민과 지역 예술인이 직접 행렬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시민 참여형 축제의 의미를 살린다.

어린이와 젊은 세대를 위한 콘텐츠도 강화됐다. ‘조선 수군 병영 체험존’에서는 활쏘기와 거북선 모형 조립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스마트 기기로 축제장 곳곳의 역사적 단서를 찾아 미션을 해결하는 ‘ㅇㅅㅅ 디지털 미션 게임’도 마련된다. 역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자연스럽게 이순신의 생애와 정신을 접하도록 한 것이다.

원도심 전통시장과 연계한 먹거리 공간도 운영하며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꾀한다. 곡교천에서는 멀티미디어 쇼와 드론 라이트 쇼가 밤을 밝히고, 현충사에서는 다례 체험 등을 통해 장군을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도 제공한다.

◆노란 물결 속 펼쳐진 예술의 향연, ‘은행나무길 거리예술제’

아산의 가을을 상징하는 곡교천 은행나무길은 거대한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아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은행나무길 거리예술제’는 ‘서커스 카니발’을 콘셉트로 일상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6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만들어내는 황금빛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시민 선호도를 반영해 언어의 장벽이 낮은 ‘넌버벌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석고마임과 외발자전거 서커스, 저글링, 파이어 쇼와 타악 퍼포먼스 등이 이어지며 남녀노소 누구나 거리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와의 연계도 눈길을 끈다. 아산문화재단은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시민들에게 지역 밀착형 공연을 선보이고, 지역 예술인에게는 새로운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곡교천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그릇 만들기와 은행나무길 도로를 캔버스 삼아 시민들이 분필로 그림을 그리는 ‘스트리트 아트’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축제의 재미를 더한다.

송곡2리 마을회와 지역 단체 등이 참여하는 농·특산물 판매 부스는 축제와 지역경제를 연결한다. 은행나무길 아래 늘어선 먹거리 공간까지 더해지면서 축제장은 공연과 체험, 휴식이 어우러지는 가을 문화공간으로 완성된다. 아산의 대표 축제들은 서로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짚풀문화제가 ‘전통의 보존’을, 이순신 축제가 ‘정신의 계승’을, 거리예술제가 ‘문화적 유희’를 담당하며 아산의 문화 지도를 완성하고 있다.

600년 역사를 간직한 초가와 돌담길, 이순신의 정신이 살아 있는 현충사와 곡교천, 황금빛 은행나무길 위에 펼쳐지는 예술은 아산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로 잇는다. 시민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이 축제들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아산의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문화 자산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산=김경동 기자 news12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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