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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갈 곳 잃은 ‘7조 뭉칫돈’ 은행으로… 요구불예금 4년 만에 최고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에 한 달 새 7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잔액이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몰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은행권에 머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갈 곳 잃은 ‘7조 뭉칫돈’ 은행으로… 요구불예금 4년 만에 최고

5대은행 요구불예금 722조원 ‘눈덩이’

투자처 잃은 대기성 자금… 은행권으로 몰린 유동성

부동산·증시 향방 촉각… 700조원 유동성 어디로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에 한 달 새 7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잔액이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몰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은행권에 머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유동성이 향후 자산시장으로 이동하거나 실물경제의 자금 선순환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722조29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무려 7조6351억원이나 급증한 수치다. 요구불예금에 막대한 자금이 쌓인 것은 지난 2022년 6월(당시 약 725조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할 때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 통상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금리가 연 0.1% 수준으로 이자 수익이 없는 요구불예금에 자금이 쏠린 것은 관망세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수출 주도 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운전자금이 은행으로 유입된 데다 주식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개인 투자자들이 하반기 금리 방향성과 거시 경제 지표를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묶어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당분간 대기성 자금의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언제든 경제를 교란할 수 있는 시한폭탄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특정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다. 하반기 집값 바닥론이 확산할 경우 막대한 대기 자금이 순식간에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을 비정상적으로 폭등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증시 역시 뚜렷한 주도주가 부재한 상황에서 투기성 테마주로 자금이 쏠리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증시에서는 투자 심리가 일부 회복되는 조짐도 감지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10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하루 평균 20조9000억원에서 올해 1월 28조8000억원, 3월 32조9000억원, 5월 36조3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9일 기준 잔고는 38조4786억원으로 연초보다 37.7%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이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요구불예금 증가와 신용융자 확대가 상반된 현상이라기보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 기회를 엿보는 '이중적 유동성'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되고 있다. 상당수 자금은 은행권에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는 증시로 유입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자금이 금융권에만 고여 있으면서 발생하는 '돈맥경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막대한 자본이 기업의 장기적인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R&D), 가계의 적극적인 소비로 흘러가지 않고 은행의 파킹통장에만 머물러 있다면 실물 경제의 회복 속도는 둔화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수치"라며 "722조원의 막대한 유동성이 생산적인 실물 경제로 스며들지 투기적 자산 시장으로 쏠릴지가 하반기 한국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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