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 누리집
[이코리아] 앤트로픽이 지난 7일 발표한 보안 특화 고성능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를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토스는 운영체제(OS)와 웹 브라우저 전반에서 취약점을 스스로 탐지하고 공격 시나리오를 설계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며, 보안 업계에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기존 AI가 코드 보조 수준에 머물렀다면, 미토스와 같은 보안 모델은 취약점 탐지부터 공격 경로 설계까지 자동화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안 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단순한 기술 이슈를 넘어 국가 단위의 대응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선 미국은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앤스로픽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중심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해 미토스 프리뷰를 기반으로 취약점 점검과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백악관은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와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기술 발전과 안전 확보 간 균형”을 주요 의제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앤스로픽 측도 미국 정부 전반과 접촉하며 협력을 제안한 바 있어, 미토스 대응이 민간 협의체를 넘어 정부 차원의 협력 체계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한편 유럽은 상대적으로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은행권과 금융당국, 재무부, 중앙은행, 금융감독청(BaFin)이 함께 미토스 관련 리스크 점검에 착수했으며, 금융 시스템 내 잠재적 취약점 노출 가능성을 중심으로 대응을 진행 중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은행권을 대상으로 관련 리스크 점검을 준비하는 등 금융 안정성 차원의 대응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구조적 한계도 드러난다. 폴리티코,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산하 AI 사무국은 아직 미토스 모델에 대한 직접 접근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인력과 기술 역량 부족으로 대응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EU는 앤스로픽과 접촉을 이어가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보안 영향 모니터링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기술 검증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영국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 산하 AI 안전 연구기관이 미토스에 대한 기술 평가를 진행하며 초기 분석 결과를 공개했고, 이는 글로벌 정책 대응의 참고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조기 접근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등,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술 검증과 정책 설계를 병행하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16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뉴시스
국내에서도 정부가 대응 채널 확보에 나섰다. 정부는 앞서 ‘미토스 쇼크’가 확산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통신 3사와 주요 플랫폼 기업, 보안업체, 산업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등을 잇따라 소집해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응에 착수한 바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역시 보안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미토스 기술 수준과 위협 가능성, 국내 대응 역량 등을 점검하며 AI 기반 보안 위협을 전제로 한 대응 체계 전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업계는 기존 사람 중심 보안 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 인증 체계 확립과 공급망 보안 강화, AI 기반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고성능 보안 역량을 갖춘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수십 년간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보안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다”며 “기존 보안 체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범부처 협력을 통해 사이버 보안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며, AI 기반 보안 위협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기업들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정부 긴급 회의 이후 보안 점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AI 기반 위협 대응 체계 고도화에 착수했다. 업계는 글로벌 AI 보안 동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한편, 취약점 분석과 이상 징후 탐지 역량을 확대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현재까지 국내 기업 중 ‘미토스’를 직접 제공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해외 협력 채널 확보에도 나섰다. 서울경제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 빅테크 중심 협력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통해 미토스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유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 역시 정보 공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이나 참여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해외 협력 채널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미토스를 둘러싼 공포가 과장됐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기술적 성과에 대한 외부 검증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현재 미토스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통해 일부 기업·기관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어, 독립적인 성능 검증이나 비교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공개된 사례 역시 대부분 패치 이전 단계이거나 세부 정보가 비공개로 유지되고 있어, 실제 공격 가능성과 범위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 산하 AI 안전 연구기관인 AI보안연구소(AISI)가 13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미토스는 다단계 사이버 공격 시뮬레이션과 해킹 문제 풀이(CTF)에서 기존 모델 대비 성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약한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자율적으로 취약점을 탐지하고 공격을 수행하는 능력을 보였다. 다만 연구소는 “실제 환경에서는 방어 체계와 탐지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안이 잘 구축된 시스템까지 공격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17일자 보도에서 미토스에 대해 “사이버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기존 흐름의 연장선으로 보며 “예상된 수준의 진전”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종말론적 위협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매체는 보안 업계가 새로운 위협을 강조하는 데 구조적 유인이 존재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나 보안 기업 입장에서는 잠재적 위험을 크게 제시하는 것이 조직 내 투자와 대응을 정당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블라바트닉스쿨의 키어런 마틴 교수 역시 “(미토스는) 중요한 기술적 진전이지만, 세상을 바꿀 수준의 위협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메타 전 최고 AI 과학자 얀 르쿤 역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토스를 둘러싼 공포 확산을 두고 “과장된 드라마”라고 표현하며, 일부 성과가 산업 전반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AI 연구자 게리 마커스 역시 “위협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사한 견해를 내놓는 등, 학계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는 18일 사설에서 미토스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와 같은 기술은 결국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즉, 현재의 공포가 다소 과장됐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사한 수준의 기술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대비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다.
결국 미토스의 실제 능력 검증에 있어서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AI 기반 공격과 방어 체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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