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상대습도에 숨은 함정
그새 봄
어느새 경칩을 지나 완연한 봄으로 진입했다. 봄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마음이 날씨에 앞서 풀리는 법이라 괜스레 더 추워졌나 착각하곤 하지만 분명 낮에는 10도가 넘는, 궁서체로 쓴 봄이다. 특히 지난 겨울이 제법 겨울다웠음을 생각하면 봄에게 왜 이리 춥냐 항변하기에는 조금 민망하다.
광양의 매화와 진해의 벚꽃, 구례의 산수유 등 온갖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온 세상이 점차 알록달록해지고 아무 일 없이도 마음이 설렌다. 그렇기에 누구나 기다리는 봄이다.
이렇듯 날이 풀리고 산수는 '나를 보러 오세요.' 외치고 있으니 자연히 외부활동이 증가한다. 어디를 가도 기분 좋은 봄이라지만 호사다마라고 하지 않던가. 불청객은 호시탐탐 우릴 기다리고 있다.
로맨틱한 악당의 대장, 건조
미세먼지, 자외선, 안개 등 로맨틱한 봄의 악당은 의외로 다양하다. 그중에 대장격인 녀석은 바로 '건조'다. 산불을 일으키고 확신시키며, 우리의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건조한 대기는 자외선과 달리 피할 수도 없기에 더 무섭다.
우리는 이런 건조한 상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공기 중에 물을 증발시켜 습도를 올리는 것이다. 상대습도가 35% 수준이던 방에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빨래를 널어 습도를 50%까지 올려본다. 이 정도면 충분한 습도가 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여전히 피부가 당긴다.
습도계가 망가진 건지, 느껴지는 건조함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겨울 실내에서 습도 50%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걸까. 기분 탓일까.
그렇지 않다. 당신의 느낌적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에게 필요한 습도 표현은
세상에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을 표현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으로 절대습도, 상대습도, 비습, 혼합비가 있다. 말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그건 실제로 말이 어렵기 때문이다.
절대습도는 간단하다. 1m³에 있는 수증기의 양을 나타낸 개념이다. 다만 기체의 부피는 온도에 따라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하자면 매번 온도와의 함수를 계산해야 한다. 즉 절대값으로서의 수증기 양인 절대습도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
비습과 혼합비는 각각 혼합공기와 건조공기 1kg에 포함된 수증기 양의 비율이지만 직관적이지 않아 절대습도와 마찬가지로 '습한 정도'를 알 수 없다. 특히나 가장 큰 단점이 있다. 어렵다. 너무 학술적이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상대습도이다. 상술했듯 매번 우리가 절대습도와 온도의 함수를 계산하는 불편을 막기 위해, 각 온도에서 수증기가 공기 중에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포화수증기량을 구하고, 현재의 절대습도를 계산해 그 백분율을 구한다. 마치 버스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의 비율이 버스의 좌석 수와 승객 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상대습도를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살아간다. "100 중 50만큼 습하니 상대습도는 50%, 80 중 16만큼 습하니 상대습도는 20%구나." 매우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가 된다.
상대습도의 함정
그러면 우리는 상대습도를 이용해 건조한 정도를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상대습도가 50%로 같다면 모두 동일한 정도로 건조한 걸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건조'라는 개념 자체도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창조한 언어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건조를 표현하기 위해 상대습도를 사용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수증기 좌석 점유율'이다. 45인승 버스에 30명이 탑승한 것과 30인승 버스에 20명이 탑승한 것은 67%의 점유율로 동일한 것과 같다.
하지만 수증기가 들어갈 좌석이 얼마나 더 남아 있느냐, 즉 얼마나 물이 더 잘 증발하느냐를 이야기하려면, 위의 비유에서 버스의 '추가탑승 가능인원'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는 15명, 후자는 10명으로 점유율과 차이가 나게 된다.
수증기 세상의 추가탑승 가능인원을 '건조도'라 불러보자. 실은 '포화수증기압 차(VPD, Vapor Pressure Deficit)'라고 하지만 용어가 어려우니 패스. 주로 농업이나 기후, 환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거창한 이름에 비해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위의 비유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공기에 수증기가 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얼마나 증발이 가능한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상대습도가 같아도
서울의 평년자료 기준, 가장 건조한 1월부터 4월까지 상대습도를 보면 55% 전후로서 일정해 보인다. 하지만 건조도를 유도해 보면 1월 2.0에서 3월 4.2를 거쳐 4월에는 6.7로 세 배 이상 증가한다. 동일한 습도로 보이는 환경에서 사실은 완전히 다른 건조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평소 우리가 피부와 기관지 등 신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습도라 판단했던 많은 순간이, 실은 건조한 날이었다.
낮은 건조도는 식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이 따뜻해지고 봄이 될수록 습도계에 보이는 숫자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더욱 열심히 습도를 관리해야 한다.
오늘 발표된 기상청 통보문을 보면 '건조'의 언급이 다섯 번이나 등장한다. 역시나 봄이다. 건조특보와 산불이 자주 등장하는 계절이다. 특히 실내 환경에서는 여전히 난방을 하고 있기에 건조함은 더 심해진다. 방심하지 말자.
| ▲ 광양 매화마을과 섬진강 |
| ⓒ 강언구 |
그새 봄
어느새 경칩을 지나 완연한 봄으로 진입했다. 봄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마음이 날씨에 앞서 풀리는 법이라 괜스레 더 추워졌나 착각하곤 하지만 분명 낮에는 10도가 넘는, 궁서체로 쓴 봄이다. 특히 지난 겨울이 제법 겨울다웠음을 생각하면 봄에게 왜 이리 춥냐 항변하기에는 조금 민망하다.
광양의 매화와 진해의 벚꽃, 구례의 산수유 등 온갖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온 세상이 점차 알록달록해지고 아무 일 없이도 마음이 설렌다. 그렇기에 누구나 기다리는 봄이다.
이렇듯 날이 풀리고 산수는 '나를 보러 오세요.' 외치고 있으니 자연히 외부활동이 증가한다. 어디를 가도 기분 좋은 봄이라지만 호사다마라고 하지 않던가. 불청객은 호시탐탐 우릴 기다리고 있다.
로맨틱한 악당의 대장, 건조
미세먼지, 자외선, 안개 등 로맨틱한 봄의 악당은 의외로 다양하다. 그중에 대장격인 녀석은 바로 '건조'다. 산불을 일으키고 확신시키며, 우리의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건조한 대기는 자외선과 달리 피할 수도 없기에 더 무섭다.
우리는 이런 건조한 상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공기 중에 물을 증발시켜 습도를 올리는 것이다. 상대습도가 35% 수준이던 방에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빨래를 널어 습도를 50%까지 올려본다. 이 정도면 충분한 습도가 된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여전히 피부가 당긴다.
습도계가 망가진 건지, 느껴지는 건조함은 아직도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지난 겨울 실내에서 습도 50%면 괜찮았던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걸까. 기분 탓일까.
그렇지 않다. 당신의 느낌적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에게 필요한 습도 표현은
세상에 공기 중의 수증기 양을 표현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많다. 대표적으로 절대습도, 상대습도, 비습, 혼합비가 있다. 말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그건 실제로 말이 어렵기 때문이다.
절대습도는 간단하다. 1m³에 있는 수증기의 양을 나타낸 개념이다. 다만 기체의 부피는 온도에 따라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하자면 매번 온도와의 함수를 계산해야 한다. 즉 절대값으로서의 수증기 양인 절대습도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
비습과 혼합비는 각각 혼합공기와 건조공기 1kg에 포함된 수증기 양의 비율이지만 직관적이지 않아 절대습도와 마찬가지로 '습한 정도'를 알 수 없다. 특히나 가장 큰 단점이 있다. 어렵다. 너무 학술적이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사용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상대습도이다. 상술했듯 매번 우리가 절대습도와 온도의 함수를 계산하는 불편을 막기 위해, 각 온도에서 수증기가 공기 중에 얼마나 들어갈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포화수증기량을 구하고, 현재의 절대습도를 계산해 그 백분율을 구한다. 마치 버스에 몇 명이 탑승했는지의 비율이 버스의 좌석 수와 승객 수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상대습도를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살아간다. "100 중 50만큼 습하니 상대습도는 50%, 80 중 16만큼 습하니 상대습도는 20%구나." 매우 직관적이고 쉽게 이해가 된다.
상대습도의 함정
그러면 우리는 상대습도를 이용해 건조한 정도를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상대습도가 50%로 같다면 모두 동일한 정도로 건조한 걸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건조'라는 개념 자체도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창조한 언어로 우주의 삼라만상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건조를 표현하기 위해 상대습도를 사용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수증기 좌석 점유율'이다. 45인승 버스에 30명이 탑승한 것과 30인승 버스에 20명이 탑승한 것은 67%의 점유율로 동일한 것과 같다.
하지만 수증기가 들어갈 좌석이 얼마나 더 남아 있느냐, 즉 얼마나 물이 더 잘 증발하느냐를 이야기하려면, 위의 비유에서 버스의 '추가탑승 가능인원'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는 15명, 후자는 10명으로 점유율과 차이가 나게 된다.
수증기 세상의 추가탑승 가능인원을 '건조도'라 불러보자. 실은 '포화수증기압 차(VPD, Vapor Pressure Deficit)'라고 하지만 용어가 어려우니 패스. 주로 농업이나 기후, 환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거창한 이름에 비해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위의 비유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공기에 수증기가 더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얼마나 증발이 가능한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 ▲ 동일한 습도, 다른 건조함(AI로 생성) |
| ⓒ 강언구 |
상대습도가 같아도
서울의 평년자료 기준, 가장 건조한 1월부터 4월까지 상대습도를 보면 55% 전후로서 일정해 보인다. 하지만 건조도를 유도해 보면 1월 2.0에서 3월 4.2를 거쳐 4월에는 6.7로 세 배 이상 증가한다. 동일한 습도로 보이는 환경에서 사실은 완전히 다른 건조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결국 평소 우리가 피부와 기관지 등 신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습도라 판단했던 많은 순간이, 실은 건조한 날이었다.
낮은 건조도는 식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몸에도 영향을 미친다. 날이 따뜻해지고 봄이 될수록 습도계에 보이는 숫자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더욱 열심히 습도를 관리해야 한다.
오늘 발표된 기상청 통보문을 보면 '건조'의 언급이 다섯 번이나 등장한다. 역시나 봄이다. 건조특보와 산불이 자주 등장하는 계절이다. 특히 실내 환경에서는 여전히 난방을 하고 있기에 건조함은 더 심해진다. 방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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