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챗GPT)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더 엄격하게 유지한다. 고강도 관리 기조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연료가 되는 금융 고리를 차단하고,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흐르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은행권은 가계대출 성장에 기댄 수익 구조를 버리고 기업금융과 비이자이익으로 무게를 옮기고 있다.
1일 금융위원회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올해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작년(1.7%)보다 0.2%포인트 낮아진 1.5%로 확정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88.6%로 미국(68%), 일본(61.1%), 중국(59%) 등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중장기 로드맵을 통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하향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목표치를 벗어난 금융사에 대해선 엄격한 페널티를 부여한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를 4배 초과한 새마을금고의 경우 올해 관리 목표를 '0원'으로 설정하고, 필요시 내년 관리 목표에서도 추가 차감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별도의 관리 목표도 신설해 편법적 가계대출 관리 유인도 차단한다.
이날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위험 중 하나"라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이 경제 전반의 성장과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출을 활용한 일부 개인들의 주택 투기·투자 수요와 주담대를 손쉬운 이자 장사 수단으로 인식하는 금융회사의 대출 취급 유인이 이러한 악순환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올해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통해 금융이 우리 경제의 대전환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37조6000억원으로 전년(41조6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둔화됐다. 올해부터 규제 강도는 더 높아진다.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이 기존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됐다. 4월부터는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요율 개편도 시행된다. 대출 금액에 따라 출연요율을 차등 적용해 고액 주담대 취급 유인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반기부터는 전국 모든 지역에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이처럼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 환경이 굳어지자 은행권은 수익 구조 재편에 나섰다. KB·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하고,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508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은행들은 혁신기업, 중소·중견기업, 수출기업, 신성장 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기업 분석과 신용평가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고 여신 심사 자동화 범위를 확대하는 등 디지털 전환도 병행된다.
비이자이익 확대도 과제다. 5대 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조47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이 넘어섰다. 이자이익은 총 51조37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8%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총 15조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뛰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자이익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자장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이 높아지고 있다.
향후 비이자이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금융사들의 향후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자산관리(WM) 부문 확대, 기업공개(IPO), 회사채·ABS 발행 주관, 인수금융,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금융(IB) 연계, 외환·트레이딩 강화, 해외사업 확대 등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부동산에 묶인 자금을 실물경제로 돌리려는 정부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 대비 금리 수준이 낮아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기업 위주의 대출 확대는 대손비용 부담을 수반한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6년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 간 기업대출 경쟁이 심화되는 한편,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확대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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