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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계대출 막히자 해외가 효자…은행권 글로벌 전쟁 본격화

여기에 인터넷은행과 빅테크까지 금융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전통 은행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업은 은행권이 사실상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성장 영역으로 꼽힌다. 특히...

가계대출 막히자 해외가 효자…은행권 글로벌 전쟁 본격화

가계대출 규제·NIM 둔화에 국내 성장 한계 직면

신한 해외 이익 비중 30% 육박…농협도 인니 공략 가속

인도·베트남 중심 현지화 경쟁 본격화…“해외가 새 성장축”

사진=AI 생성 이미지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국내 은행들의 해외 사업 확대가 단순 외형 경쟁을 넘어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순이자마진(NIM) 둔화, 플랫폼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해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을 따라 해외에 진출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고객을 직접 확보하고 디지털 금융과 리테일 사업까지 확대하는 ‘현지화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은행권의 해외 전략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전통 시장보다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신흥시장에 집중하는 흐름이 뚜렷해졌고, 단순 지점 확대를 넘어 현지 금융사·대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과거 같은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배경으로 꼽힌다.

2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국내은행 해외점포 경영현황 및 현지화지표 평가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총 211개(41개국)로 전년 말보다 4개 증가했다. 해외점포 총자산은 2331억 3000만달러(약 334조 5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6억 5100만달러(약 2조 4000억원)로 집계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해외 사업 비중은 아직 국내 대비 크지 않다. 해외점포 자산은 국내은행 총자산의 8.1% 수준이고 순이익 비중도 약 9.8%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성장 축 자체가 국내 대출 확대에서 해외 현지 수익 확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졌고,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예대마진 중심 수익 구조도 압박받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과 빅테크까지 금융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전통 은행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사업은 은행권이 사실상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성장 영역으로 꼽힌다. 특히 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같은 신흥시장은 젊은 인구 구조와 높은 경제성장률, 낮은 금융 침투율 등을 바탕으로 장기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전체 해외점포 가운데 67.3%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국가별로는 인도 점포가 22개로 가장 많고 베트남 20개, 미얀마 14개, 인도네시아 9개 순이다.

국가별 해외점포 현황. 자료제공=금융감독원

은행들의 전략도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국내 기업 금융 지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개인 고객과 중산층을 직접 공략하는 리테일 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금융과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까지 접목되면서 사실상 현지 은행과 정면 승부를 벌이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표 사례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 국제부문 영업손익으로 423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약 28.9%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4%였던 해외 이익 기여도가 1년 만에 8.5%포인트 확대됐다. 해외 사업이 단순 보조 수익원이 아니라 핵심 이익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현재 20개국 163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국내 은행권 최대 해외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핵심 거점으로 삼아 디지털 금융과 리테일 사업을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우즈베키스탄 현지 법인 설립까지 추진하며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상혁 행장이 추진하는 ‘글로벌 다변화’ 전략이 실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도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협금융은 최근 인도네시아 마야파다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금융과 투자금융(IB), 자산관리(WM) 등 그룹 차원의 사업 협력 확대에 나섰다. 단순 지점 확대를 넘어 현지 금융 생태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왼쪽)과 타히르(Tahir) 마야파다그룹 회장이 20일 마야파다그룹 본사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NH농협금융지주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8000만명의 아세안 최대 경제권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인도네시아를 적극 공략하는 것도 높은 경제성장률과 중산층 확대, 디지털 금융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해외점포 자산 증가 흐름에서도 아시아 시장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동남아 6개국 자산은 총 627억 4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2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베트남 자산은 171억 4000만달러로 16.9% 늘었고 싱가포르는 15.1% 증가했다. 반면 중동 지역 자산은 17.7% 감소했다.

수익 구조 변화도 눈에 띈다. 지난해 해외점포 이자이익은 38억 1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감소했지만 유가증권 관련 이익은 52.1% 급증했다. 은행들이 단순 대출 영업뿐 아니라 투자와 자산관리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해외에서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8.16%, 7.81%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캄보디아는 부실채권 비율이 전년 대비 2.01%포인트 상승했다. 신흥시장 공략이 수익 기회인 동시에 잠재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역시 이런 점을 의식하고 있다. 금감원은 중동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점포 건전성 모니터링과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해외 점포 수를 늘리는 시대는 지났고, 현지 고객 기반과 디지털 경쟁력,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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