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세수 발생 예상분 적극 활용..국가채무도 처리
고유가 부담 완화·민생 안정·산업계 충격 최소화 도모
공은 국회로..박홍근, 국회 향해 “신속한 처리 당부”
공공뉴스=조민주 기자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위기를 극복하고자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31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2026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등을 통해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고, 취약계층의 구매력을 증진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지역화폐 방식의 피해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추경은 올해 예상되는 초과 세수 25조2000억원과 기금 자체재원 1조원을 활용해 26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 중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해야 하는 9조7000억원을 제외하고 16조5000억원을 중앙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에 활용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약 40%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제13차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중동전쟁 위기 극복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의결이 이뤄졌다. <사진제공=청와대>
고유가 부담 완화 패키지 10조원 이상 투입
기획예산처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과 고유가·고물에 대응해 ▲고유가 부담 완화 ▲민생 안정 ▲산업 피해 최소화 및 공급망 안정 등 3대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배정했다.
추경 재원 중 1조원은 국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시된 2차례의 추경과 달리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 없이 대부분의 재원을 초과 세수로 마련한다. 이에 따라 추경 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과 국가채무 비율은 오히려 소폭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이번 추경안의 재원은 현 정부가 이뤄낸 경제 성장의 과실인 반도체 경기 호황과 증시 호조 등에 따른 초과 세수와 기금 자체 재원을 활용해 추가적인 국채 발행 없이 국민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더 나아가 1조원의 국채를 상환함으로써 재정의 건전성 또한 지켜나가겠다는 책임 있는 정부의 모습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정부는 10조1000억원 규모의 ‘고유가 부담 완화 3대 패키지’를 마련하며 유가 급등에 대한 대응책을 가동한다.
전 국민의 유류비·교통비 절감에는 5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차질 없이 운영하고, 나프타 수급 위기 대응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 K-패스 환급률을 한시적으로 최대 30%로 확대해 국민 교통비 부담을 경감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권고하기로 했다.
중동 사태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커진 서민층에 대해서는 4조8000억원을 투입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유가 상승으로 지출 부담이 커진 만큼 현금성 지원을 통해 구매력을 높여주는 구상이다.
지원 대상은 소득 하위 70%로 1인당 10만~6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액수로는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감소지역 20만~25만원을 지급해 지방에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차상위·한부모가정은 35만~45만원 ▲기초수급자는 45~50만원씩 추가로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복지 예산도 마련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중 ▲노인 ▲장애인 ▲영유아 ▲임산부 ▲한부모 ▲다자녀 등 기후민감계층 20만 가구에 대해서는 등유·LPG 에너지바우처 5만원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농어민에 대해서는 면세유를 비롯한 비료·사료 구매 지원 등을 통해 생산비 상승 부담 억제를 도모한다.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해 5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여덟 번째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생부터 에너지 기업까지 다 챙긴다
취약계층의 일상 회복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예산도 2조8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저소득층 복지사각지대 완화를 위해 기본 생필품을 지급하는 ‘그냥드림센터’를 150곳에서 2배 늘린 300곳으로 확대 운영해 전국으로 확산을 도모한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위기가구 등에는 131억 원 규모의 긴급복지와 99억 원 규모의 돌봄서비스도 추가 제공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보증금의 3분의 1을 최소 보장하기로 하며, 위기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20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어 원자재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 등 업계의 고용 안정을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기존 3만8000명에서 1만 명 늘린 4만8000명으로 확대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지는 현행 10곳에서 15곳으로 늘려 추가 소득안정망 구축을 도모한다.
청년층 고용난 해소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창업·스타트업 열풍을 일으키고자 유망 창업가 300명을 선발해 사업화자금 최대 1억원을 지급하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대기업과 연계해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K-뉴딜 아카데미’도 신설할 방침이다.
중동 사태로 피해를 입은 수출 기업 등에 대한 예산은 2조6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수출 기업과 관련된 정책으로는 수출 기업의 물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수출 바우처를 기존 7000개에서 2배인 1만 4000개 규모로 확대하고, 기업의 대규모 자금 경색을 사전에 대비하고자 수출 정책금융 7조 1000억원과 관광업계 저금리 자금 약 3000억원을 추가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에너지 정책으로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한다.
구체적으로는 ▲화석연료를 태양광·풍력 등으로 전환하기 위한 발전설비 지원을 9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규모로 확대 ▲마을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소의 설치와 운영에 참여하는 ‘햇빛소득마을’은 현재 150곳에서 700곳으로 확대▲아파트 베란다에 소규모 태양광을 보급하는 사업도 10만 가구, 250억원 규모로 실시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아울러 고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할인 지원도 예정됐다.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80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을 추진하며, 경기 침체 시 직격탄을 맞는 영화·공연·숙박·휴가 등 문화·관광 분야 할인에도 나선다.
이뿐 아니라 이번 추경 편성을 통해 문화산업 지원도 도모한다. 문화산업 지원에는 ▲청년 콘텐츠 창업에 투자하기 위해 모태펀드에 500억원 출자 ▲문화예술 사업자 대상 저금리 대출도 500억원 규모로 제공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안정자금 지원을 320억원 확대 ▲영화산업에 대한 제작 지원도 현재 78편에서 130편으로 확대 등의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원식 찾은 박홍근 “조속한 처리 당부”
한편, 정부는 이날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다음달 10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를 마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박홍근 장관은 “지금 우리 경제에는 중동 지역 긴장 심화에 따른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급증이라는 거대한 위기의 파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며 “이 파도가 우리 국민과 경제에 미치기 전에 지체 없이 이번 추경안이라는 견고한 제방을 쌓아야 한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과 기업이 적기에 추경예산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신속한 의결로 화답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며 조속한 추경 처리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우 의장은 “중동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정부로부터 추경안이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으로서도 신속한 추경처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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