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성과 갖는가’ 분배 갈등시대 - (2) MZ노조에 투자재원 고갈
삼성, 올 영업익 8배로 느는데
설비투자·R&D 22% 증가 뿐
구글 · 메타는 ‘배분보다 투자’
AI 데이터센터 등 확충에 힘써
업계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기업-직원-주주 상생방안 시급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노조의 이른바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를 수용하기 시작하면서 미래 투자 재원 고갈과 산업 경쟁력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는 인공지능(AI)발 호황으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더 큰돈을 AI 패권 경쟁에 필요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은 MZ노조의 압박에 흔들려 이익 나눠 먹기가 노사 관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과 분배 구조가 국내 전 산업계로 확산할 경우 산업 경쟁력 하락에 따른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기업·노동자·주주·협력사가 상생할 수 있는 성과 분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는 올해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칩 구매 등에 AI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늘렸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에만 1900억 달러(약 286조 원)를 지출할 예정인데, 이는 지난해(914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구글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1500억 달러로, 한 해에 버는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미래 투자에 쏟아붓는 셈이다. 메타 역시 AI 인프라 설비투자에 올해 1450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으로, 이 역시 지난해(720억 달러)의 두 배를 넘는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이 투자하는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110조 원을 지출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89조7000억 원)보다 22.6%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조6000억 원에서 350조 원으로 약 8배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투자 증가 규모는 빅테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투자 규모는 노조에 지급하기로 한 예상 성과급인 36조 원(영업이익 12%)의 약 3배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의 중복상장이 사실상 가로막혀 미래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영업이익이 아니면 빚을 내는 방법뿐이다. 영업이익의 N%를 노조와 나누기 시작하면 결국 미래 투자 재원은 더욱 쪼그라들고, 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한 주주들도 이탈해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AI 반도체와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초대형 투자 전쟁이 벌어지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 우리 기업들이 내부 배분 압박에 흔들리면 공멸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조를 달래다가 산업 경쟁력을 잃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주름잡았던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이른바 ‘빅3’는 노조의 파업 압박을 달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유휴 노동자에게도 기존 임금의 95%를 지급하는 ‘잡뱅크’ 등 과도한 고정비를 지출했다. 결국 R&D 재원이 고갈됐고, 일본차의 공습에 시장 주도권을 내줬다. 비슷한 시기 영국 대형 조선사도 노조가 고용 유지를 이유로 단체협약에 ‘신기술 도입 금지’ 조항을 넣는 등 미래 투자가 멈춰 제조업 생태계가 통째로 증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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