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군인, 2호봉 가산해 입사
이에 따라 승진에서도 유리
법원 “임금은 몰라도 승진 우대는 안 돼”
군 복무 경력을 반영해 초임 호봉을 높게 책정하는 인사 제도가 승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성별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양순주)는 A 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신청 기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인권위가 A 씨의 진정을 기각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법인의 인사 제도가 사실상 성별에 따른 차별로 이어진다고 판단했다. 대학 졸업자 등은 6급 10호봉으로 채용되는 반면, 군 복무를 마친 제대군인은 2호봉이 가산돼 5급 12호봉으로 시작하도록 한 구조가 문제라고 봤다. 이로 인해 군 경력이 없는 여성은 같은 시기에 입사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승진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재판부는 6급으로 입사한 경우 5급 승진까지 약 2년이 소요되는 반면, 제대군인은 처음부터 5급으로 시작하는 만큼 이후 4급 승진에서도 약 2년의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다수 남성과 대비해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구조로, 성별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제대군인법은 군 복무 경력을 호봉이나 임금 산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승진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고 봤다. 반면 남녀고용평등법은 승진 과정에서의 성별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특정 성별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는 행위 역시 차별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앞서 A 씨는 해당 법인에 공채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로, 2024년 10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군 경력만을 인정하는 호봉 산정 방식이 여성 근로자에게 임금과 승진에서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2025년 2월 제대군인 여부에 따른 호봉 차등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에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인권위 판단을 뒤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주장한 임금 격차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했다. 제대군인과 일반 대학 졸업자 간 초임 호봉 차이에 따른 연간 약 1400만원의 급여 차이는 군 복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취지로 볼 수 있어 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해당 법인은 2024년 12월 인사 규정을 개정해 2025년 이후 입사자부터는 군 경력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 5급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기존 직원에 대해서도 개정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인권위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