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모습. 영풍 홈페이지 캡처
영풍 석포제련소가 오염토양 정화 과정과 이행계획을 공개해 달라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영업상 비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알권리를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경상북도행정심판위원회는 최근 봉화군이 석포제련소 관련 정보 가운데 일부만 공개하기로 한 처분을 취소했다. 행심위는 정화자료에 일부 기업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분쟁은 경북지역 주민 A 씨가 지난 1월 봉화군에 석포제련소의 토양오염 정화 관련 자료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A 씨가 요구한 정보에는 제련소 안팎의 정화업체 계약 현황을 비롯해 오염토양 정화 진행 상황, 정화기간 연장 근거, 정화명령 기한이 지난 뒤 취해진 조치 등이 포함됐다.
봉화군이 정보공개 청구 사실을 영풍 측에 알리자, 영풍 석포제련소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봉화군은 일부 정보만 제공하고 토양정화 검증자료와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 등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풍 측은 검증자료에 제련소 건물과 설비 배치 등이 담겨 있으며, 정화 공법과 작업 절차는 회사와 외부 정화업체의 경영상·영업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화이행계획서에 대해서는 세부 실행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내부 검토자료라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북행심위는 영풍 측이 주장한 비공개 사유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제련소 건물과 설비 위치를 곧바로 외부 유출이 금지돼야 할 핵심 영업비밀로 볼 수 없고, 자료 공개가 회사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친다는 점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행심위는 토양정화 검증자료가 단순한 기업 내부 문건이 아니라 오염된 토양이 법적 기준에 맞게 정화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을 중시했다. 제련소의 정화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주민과 관계기관이 점검하려면 관련 정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오염토지 정화이행계획서도 공개 필요성이 큰 자료로 판단됐다. 정화 대상과 범위, 방식, 일정 등을 담고 있어 인근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 재산권과 직접 관련된다는 이유에서다.
행심위는 자료 일부에 설비 세부정보나 비용 등 공개가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봤다. 정화 공법과 대상 범위, 작업기간, 오염도 측정 결과, 검증 결론 등 공익성이 큰 내용까지 일괄적으로 비공개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번 재결은 봉화군의 기존 부분공개 처분을 취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실제 공개 대상과 범위는 봉화군이 행심위 판단을 반영해 다시 처분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석포제련소의 환경정보 공개를 둘러싼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2020년에는 제련소 내 침전저류조 관련 정보 공개가 거부되자 지역 시민단체와 법률대응단이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에도 영풍의 경영·영업상 비밀이 비공개 사유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또 최근 미국에서 열린 고려아연의 핵심광물 제련소 관련 행사에서 석포제련소를 환경개선 투자를 통해 친환경 제련소로 탈바꿈한 사례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봉화군 사례처럼 국내에서는 오염토지 정화자료 공개를 놓고 환경경영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환경개선과 토양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한 회계처리 위반 등이 적발돼 금융위원회로부터 204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 정화자료는 기업의 사업정보이면서 동시에 주민의 안전과 건강을 판단하는 공공정보의 성격도 갖는다”며 “이번 결정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환경 관련 자료 전체를 가릴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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