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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美서 마주친 고려아연 vs 글렌코어···'아연 패권' 진검승부

반도체와 방산 분야의 필수 광물 13종을 현지에서 직접 공급하겠다는 구상인데, 현실화할 경우 글렌코어가 주도해 온 글로벌 원료 유통망 중심의 가격 결정권에 상당한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이번...

美서 마주친 고려아연 vs 글렌코어···'아연 패권' 진검승부

11조 규모 ‘프로젝트 크루서블’ 시동

채굴서 판매까지 완결형 공급망 경쟁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열린 크루서블 징크(Crucible Zinc) 공식 출범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의 양대 산맥인 고려아연과 스위스 글렌코어(Glencore)가 미국 땅에서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이 글로벌 제련사인 나이어스타(Nyrstar)의 미국 자산 인수를 최종 완료하고 현지 법인 크루서블 징크(Crucible Zinc)를 공식 출범시키며, 그간 글렌코어가 독주해온 북미 핵심 광물 공급망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인수로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와 더불어 이에 부속된 광산 단지를 모두 확보했다.

이를 통해 ‘원료 채굴-제련-판매’로 이어지는 북미 공급망 구축의 토대를 마련한 모습이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일 나이어스타 자산 인수를 마무리하고 단순 제련 기업을 넘어 북미 핵심 자원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그간 글렌코어 같은 원자재 중개 기업이 주도해온 광물 유통의 주도권을 가공 기술력을 갖춘 제조사가 직접 확보했다는 점에서,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을 재편하는 중대한 변화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인수한 나이어스타의 자산은 미국 내 유일한 1차 아연 생산 시설인 클락스빌 제련소와 이곳에 원료를 공급하는 테네시 광산 단지다.

클락스빌 시설은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11조원 규모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전략적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이번에 출범한 미국 법인 크루서블 징크를 통해 내년부터 인수 부지 내 잔재물에서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생산 공정을 본격화하고, 오는 2029년까지 통합 제련소를 전면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와 방산 분야의 필수 광물 13종을 현지에서 직접 공급하겠다는 구상인데, 현실화할 경우 글렌코어가 주도해 온 글로벌 원료 유통망 중심의 가격 결정권에 상당한 균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이번 행보가 글렌코어의 공급 주도권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글로벌 광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군림해 온 글렌코어 역시 고려아연이 원료 조달부터 제련까지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예의주시해 왔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글렌코어는 자신들이 보유한 글로벌 광산 지배력을 활용해 원료 공급 조건을 강화하거나, 고려아연에 지급하는 가공 대가인 ‘제련 수수료’ 등 협상에서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다.

다만 전략적인 공생의 관계도 유지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의 제련용 원료(아연 정광) 소비처이고 글렌코어는 그 핵심 공급원인 만큼 급격한 단절은 양사 모두에게 치명적 타격이 된다는 해석이다.

양사의 긴장 구도는 국내 산업계 전반의 자원 수급 안보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시각이 많다.

고려아연이 독자 공급망을 완성하면 국내 기업들은 중국산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미·중 갈등에 따른 통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양사의 패권 싸움으로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오히려 소재 구매 단가가 상승해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비철금속업계 한 관계자는 “견제와 협력을 오가는 양사의 수 싸움이 한국 제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 신소재공학과 한 교수는 “경영권 분쟁 등 대내외 변수 속에서 자체 광산을 확보한 고려아연이, 글렌코어라는 거대 자본의 압박을 뚫고 미국 제련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과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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