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 케네디센터 ‘트럼프’ 이름 뗐다…철거 생중계
중앙일보
미국 워싱턴DC의 대표 문화예술기관인 케네디센터가 13일(현지 시간) 법원 명령에 따라 건물 외벽에 부착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하고 원래 명칭으로 복원했다. 시민들이 철거작업을 마치고 방수포로 건물 정면 일부가 가려진 케네디센터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트럼프-케네디센터’로 이름을 바꿨던 미국 워싱턴DC의 케네디 공연예술센터가 건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AP 등에 따르면 케네디센터는 이날 건물 외벽에 설치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떼어냈다. 앞서 케네디센터 웹사이트에서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삭제됐다.
이번 조치는 법원이 최근 의회의 승인 없이 케네디센터 명칭을 변경한 것은 위법이라며 센터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삭제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트럼프 케네디 센터’라는 새 명칭이 단순한 별칭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지만, 워싱턴 DC 연방 지방법원은 이사회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케네디센터의 설립 정관에 따르면 센터의 명칭은 케네디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지어야 하며 이사회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 없고, 의회만이 그 이름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2일까지 건물 외벽을 비롯한 모든 표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빼야 한다고 명령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에 작업자들이 건물 외벽에 부착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철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진보 진영과의 ‘문화 전쟁’을 명분으로 앞세워 케네디센터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그는 기존 이사진을 대거 교체한 뒤 직접 이사장을 맡았고,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연방하원 의원은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철거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민주당 소속 조이스비티 하원의원은 “오늘의 승리는 케네디센터를 다시 미국 국민에게 돌려주는 출발점”이라며 “법치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의 철거 명령에 따라 케네디센터는 12일 밤새 건물 외벽에 설치된 글자를 철거했다.
현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려 철거 작업을 지켜봤다. 일부는 “철거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철거작업은 인터넷에선 생중계도 됐다. AP통신은 방수포 틈새를 통해 확인한 결과 트럼프 이름이 새겨졌던 글자는 모두 제거됐으며, 기존 명칭인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로 복원됐다고 전했다. 다만 철거 작업을 위해 설치된 비계와 대형 방수포가 건물 전면을 가리고 있어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은 어렵다.
케네디센터는 지난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 연방 의회가 추모의 뜻을 담아 법안을 통과시키고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설립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철거 명령에 대해 “쿠퍼 판사와 급진 좌파는 센터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곳으로 탈바꿈하기보다 차라리 이곳이 망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반응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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