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속에서 미국 대표 반도체 생태계인 '실리콘 포레스트(Silicon Forest)'를 품은 오리건주가 핵심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산 전 단계의 첨단 공정 기술 검증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 특성상 글로벌 빅테크와 밀착 협력을 노리는 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게 새로운 진출 기회가 열릴지 주목된다.
25일 코트라(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등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3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관련 연간 수출액은 약 15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 연방 반도체법(CHIPS Act) 시행 이후 수년간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유입돼 6300개 이상의 직접 고용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분석됐다.
오리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인텔을 필두로 장기간 구축된 촘촘한 기업 생태계에서 나온다. 인텔은 힐스보로에 위치한 고든 무어 파크 캠퍼스를 중심으로 18A 및 차세대 14A 공정 등 최신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장비인 '하이(High)-NA'가 설치된 세계 유일의 상용 운영 거점으로서 최첨단 R&D 기지의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인텔 외에도 반도체 장비와 웨이퍼 분야 핵심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글로벌 장비 기업 램리서치는 투얼라틴 캠퍼스 등에 약 6500만 달러를 투입해 신규 R&D 시설 확장을 추진 중이며, 독일계 실트로닉은 포틀랜드에서 미국 내 유일한 300mm 실리콘 웨이퍼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아날로그디바이시스와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등도 반도체법 지원금을 바탕으로 자동차 및 산업용 반도체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주정부 차원의 융합형 정책 지원도 글로벌 기업들의 유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오리건주는 자체적인 '오리건 칩스법(Oregon CHIPS Act)'을 제정해 2억 40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배정하고 산업용지 조성과 대학 연구개발 펀드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또 오는 2029년까지 한시적으로 반도체 특화 R&D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 현지에서 관련 지출을 늘린 기업에 적격 지출 증가분의 15%(연간 최대 400만 달러)를 세금에서 공제해 준다.
대규모 양산보다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고 실제 생산 전 단계에서 시험하는 비중이 큰 오리건 생태계의 특성상 다양한 공급망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한국 소부장 기업들은 장비 부품, 특수 가스, 화학제품 등을 공정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고객사와 함께 시험하고 검증해 볼 수 있다.
코트라 실리콘밸리무역관 관계자는 "오리건에서는 새로운 장비와 공정이 지속적으로 도입되고 있기 때문에 설치, 유지보수, 세정, 공정 지원과 같은 현장 기반 서비스 수요가 발생한다"며 "대규모 투자가 부담되는 기업이라면 소규모 기술지원 거점이나 서비스센터 형태로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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