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정비사업 현장을 시찰한 뒤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민간 재개발은 조합을 만들어 맨날 싸워서 지연된다”며 “공공이 하면 속도도 빨라지고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사업이 진행 중인 민간 재개발 구역도 주민들이 원하면 공공 재개발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고 금융 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해 ‘닥치고 공급(닥공)’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성북구 장위동 공공 재개발 현장을 찾아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 및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 시찰 중에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낡은 3층 상가 옥상에 올라 장위9구역 일대를 내려다보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사업 현황을 보고받았다. 인근 장위14구역이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 18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설명에는 “18년째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재정비 사업을 하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며 “10년은 기본이고 20년, 심지어 30년씩 걸린다고 하는데 속도를 좀 빨리 내야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와 갈등을 빚었던 장위10구역 사례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의 철거 거부로 사업계획을 변경해 해당 부지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을 듣자 “강제집행을 못 해서 변경해 빼준 것이냐”며 “법을 어겨도 무력으로 버티면 된다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이승로 성북구청장에게 “앞으로는 철저하게 집행하라”며 “법치주의 국가에서 무력으로 버티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문했다.
성남시장 시절의 경험도 꺼냈다. 대로변 상가의 반대로 정비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을 가리키며 “내가 성남에 있을 때도 대로변 상가를 제척해 도시 모양이 이상해지길래 다 포함시켜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하더라도 빼놓으면 도시 기능이 망가진다”며 적극적인 행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부패도 없고 비용도 싸고, 신속하고 믿을 만하다”며 “그래서 가급적이면 공공 쪽으로 중심을 옮기는 게 필요하다”고 재차 공공 재개발 확대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간에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니다”라며 민간 정비사업과의 적절한 균형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정비사업 현장을 시찰하며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권욱 기자
장위14구역 조합장과의 대화에서는 민간 재개발의 공공 전환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조합원들이 공공에 맡기자고 결정한다면 불이익 없이 인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맞지 않느냐”며 사업 지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과거에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주택 의무 매각 시 건축 원가만 인정해 저항이 많았다”며 “조기 착공하는 사업장 등에 표준건축비의 100% 수준을 지급하는 등 적정 가격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정비사업에 이처럼 속도전을 강조한 것은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773개 정비구역 가운데 착공 단계에 들어선 곳은 128개 구역(16.6%)에 불과하다. 올해 수도권 정비사업 착공 물량도 목표인 7만 2000가구에 못 미치는 5만 3000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현장 간담회에서도 “2022년부터 주택 인허가 수가 급감하는 바람에 지금의 심각한 공급 절벽이 발생했다”며 “최근 인허가를 늘리고 있지만 현실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빨라도 2028년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비계획 수립 절차 간소화와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 완화(75%→70%), 공공 재개발 용적률 상한 확대 추진 등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조기에 사업이 진척될 수 있도록 행정절차를 단축하고 용적률이든, 금융 지원이든 각종 인센티브를 좀 강화하면 좋겠다”고 주문한 만큼 추가 인센티브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 같은 행보는 정비사업의 주택 공급 효과에 다소 회의적이었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택 순증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9월 기자회견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를 강조한 데 이어 전날에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닥치고 공급’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재개발과 도심복합사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복잡한 인허가와 조합 갈등으로 지연되는 사업의 속도와 사업성까지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공 개발 만능론에서 벗어나 재개발을 간절히 기다리는 주민들 목소리부터 들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민간개발의 역할과 중요성을 외면하는 것은 주택공급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최근 3년간 서울 주택공급의 약 90%를 담당한 것은 민간사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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