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기업에 ‘미 투자 유치 전 허가 받아야’
중국계 기업의 ‘해외 워싱’도 규제
AI 시대 심화하는 미중 디커플링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메타의 중국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 거래에 대해 불허 명령을 내렸다. 올 1월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인수 거래가 중국의 기술 수출 관련 규정을 어겼을 수 있다며 조사에 착수한 지 약 4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중국 정부가 본사가 해외에 있는 ‘중국계’ 기업의 자본 조달·인수·합병 활동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테크 업계에선 “중국이 자국 AI 인재와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 자본의 투자를 끊어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산하 외상투자안전심사판공실은 “현행법에 따라 외국계 자본이 마누스를 인수하는 것을 금지한다”며 “당사자들은 해당 계약을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중국의 외국인 투자법에 따르면 특정 외국계 자본의 투자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이 자본을 받은 중국계 기업은 회사를 투자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의무가 있다. 이를 거부할 경우엔 자산 압류와 대표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이 뒤따른다. 중국 봉황망은 “AI 경쟁은 기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며 “중국 창업가들은 해외로 나가는 것에 익숙해져 왔지만, 기술 발전이 국력과 직결되며 이 같은 관행도 바뀔 전망”이라고 했다.
◇파토 난 3조원 거래
마누스는 2022년 베이징에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AI가 사람 대신 심층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관련 발표 자료를 만드는 AI 에이전트 기술로 주목받았다. 미국 벤처기업들의 투자를 받고 성장한 이 회사는 2025년 6월 더 공격적인 미국계 자본 유치를 위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메타가 마누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본사 이전 불과 반년 만인 지난해 12월이었다. 중국 상무부는 해당 거래가 공식화된 지 1개월 만에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중국 국적자인 샤오훙 마누스 최고경영자(CEO)와 지이차오 최고과학자를 소환한 후 출국 금지했다. 이후 27일 최종적으로 메타와 마누스의 거래에 금지 결정을 내렸다.
글로벌 테크 업계에선 중국 당국의 금지로 실제 거래가 파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마누스는 이미 메타에서 투자금을 수령한 데다, 대부분 직원도 메타로 자리를 옮겼다. 더욱이 마누스의 AI 기술이 메타 측과 공유가 이뤄진 만큼, 이미 통합 과정에 있는 두 기업을 분리시키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제로 인수를 철회할 경우, 마누스는 기술도 뺏기고 투자금도 잃어 존폐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결정 이후 메타는 성명을 내고 “인수 거래는 완벽하게 합법적이었다”며 “적절한 해결책을 기대한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는 마누스의 ‘중국 배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국적의 핵심 경영진을 사임시키고, 미국인을 CEO로 앉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 물갈이가 중국 당국의 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디커플링 심화
중국 테크계에선 미국계 자본을 끊어내고, 핵심 기술진과 경영진의 출국을 막는 이른바 ‘마누스 효과’가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동시다발적으로 자국 AI·테크 기업에 미국 자본을 끊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 대표 AI 기업 중 하나인 문샷AI와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연구원이 창업한 AI 기업 스텝펀에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자본을 유치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한 중국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틱톡에 기존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를 미국인에게 매각할 경우 중국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 기업들에 대한 미국 기업·개인의 지분 취득이나 인수 시도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또 마누스처럼 중국을 떠나 중국 본토와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워싱’에 대한 규제도 심화할 조짐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거점을 싱가포르나 일본으로 옮기기로 한 중국 AI 스타트업 미로마인드에 해외 이전 금지령을 내렸다. 모바일 시대 성장 공식처럼 자리 잡은 미국 자본과 중국 기술계의 공생 관계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해외 사업 기회와 파트너십을 독려하며 외국 기업에서 기술을 배우거나 탈취하며 성장했다”며 “딥시크 충격 이후 AI 기술에서 자신감을 가진 중국이 태도를 바꾸고 자국 기술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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