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만발한 모습 빠져든 그해
지금까지 관심 갖고 있는 ‘영지’
불로장생 명약이지만 흔하기만
탈모 심한 사람 차로 마셔보길
김예옥 출판인
엊그제,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숲속에 들어갔다. 무성한 나뭇잎들이 너울거리며 길을 막았고 바닥의 검은 흙과 부엽토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채 반들거리고 있었다. 막 생명을 피워낼 것 같은 기름진 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땅을 비집고 쑥쑥 올라오는 것들은 다름 아닌 각양각색의 버섯이었다.
촉촉한 땅 위로 힘차게 뻗는 버섯들을 보니 내가 버섯에 눈을 뜨게 된 2021년의 특별했던 여름이 떠올랐다. 어느 날 산에 갔는데 길가에 다양한 형태의 버섯들이 바닥을 덮을 만큼 만발해 있었다. 너무 많아서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다. 산에 많이 다녔지만 그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등산객들도 버섯이 궁금했는지 스틱으로 후려치거나 손으로 꺾어가며 자신들의 호기심을 채우고 있었다.
쓰러진 버섯들은 패잔병처럼 누워있었다. 어른 손바닥만 한 하얀 갓을 쓴 버섯이 여기저기 퍽퍽 쓰러져 있었다. 둥근 모자를 쓴 것 같은 누런색 버섯도 몇 개씩 무더기를 이루며 피어나고 있었다. 빨간색의 작은 공 모양으로 올라온 버섯은 너무 예뻐 눈길을 사로잡았다. 쓰러진 나무에 다닥다닥 붙은 짙은 주황색의 버섯은 화려한 만큼이나 독버섯임을 직감하게 했다.
며칠 관찰해보니 대개의 버섯은 오늘 나오면 내일 사라지고, 내일 나오면 모레 사라졌다. 그해 버섯이 그렇게 무성했던 것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비 덕분이었다.
그 무렵, 버섯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던 터라 나는 때를 만난 듯 버섯에 빠져들었다. 버섯도감을 사서 반복적으로 읽기 시작했고 버섯 박사들을 찾아 그 세계를 알아보기도 했다. 산에서 버섯을 만나면 책 속의 이미지와 맞춰보면서 신기한 발견이라도 한 듯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버섯은 몇십 종이 될 것이다(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버섯은 수천 종인데 확인된 것만 1천400종 정도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나한테 했던 경고, “버섯, 그건 위험해!”라는 범위를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설령 식용버섯을 발견했다 해도 과연 내가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정말 구분하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도 고성능의 현미경을 통해야만 버섯의 차이를 구분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모험을 멈췄다.
그나마 지금까지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버섯은 딱 한 종류, 바로 영지(靈芝)다. 영지는 불로초라 해서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붉은빛의 부채형상으로 그려지는 신비로운 존재다.
나는 그전까지 영지가 불로장생의 명약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산에 가보니 흔하디흔한 게 영지였다. 썩어가는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영지는 나무의 진액이 사라질 때까지 3~4년간 매년 같은 자리에서 솟아난다.
그럼에도 왜 옛사람들은 “영지, 영지”했을까? 효능도 효능이지만 나는 맛이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쌉쌀한 영지 맛은 구미를 당긴다. 몇몇 다른 버섯을 끓여 먹어보니 ‘중머리를 씻어낸 물(?)처럼’ 밍밍하기만 했다. 그래서 영지의 맛이 더욱 돋보였다. 다만 영지가 냉성(冷性)이어서 배가 찬 사람들한테는 특별한 조제가 필요하다.
내가 어느 모임에서 영지에 대해 역설했더니, 한 선생이 어느 날 영지인삼주를 만들어왔다. 대만의 고량주(58도)로 영지주를 담그고 거기에 인삼주를 적당한 비율로 섞었단다. 그 술은 가히 명주라고 할 만큼 맛이 좋았다. 그 다음부터 영지인삼주는 우리 모임의 단골 술이 되었고, 참석자들은 한 잔이라도 더 얻어 마시려고 지금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영지에 관한 팁 하나! 탈모가 심한 사람은 영지차를 마시라. 내가 만난 버섯 박사 김양섭 선생(80)은 중년이 되면서 머리카락이 한 주먹씩 빠졌는데 영지차를 꾸준히 마셨더니 숱이 빽빽해졌다며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한의서에서는 영지를 상약 중의 상약이라고 했다. 내가 그 효험을 많이 본 사람이다. 10년간 영지차를 마셨더니 머리가 다시 나고 피곤이 없어졌다. 요즘도 테니스를 치면 젊은이들한테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예옥 출판인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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