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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TV광고는 되고, 인스타는 안 되고…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법

사전적 의미의 언론사뿐 아니라 포털 네이버에서도 선거 광고가 가능하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네이버 포털광고 역시 선거구 228개 가운데 200여개 지역에 개별적으로 배너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데, 단가가...

TV광고는 되고, 인스타는 안 되고…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선거법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 완주군 고산시장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젊은 정치신인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비용’으로 보인다. photo 뉴스1

"내가 볼 때는 이런 선거운동도 괜찮을 거예요. 나는 아무것도 안 해요. 아무 선거운동도 안 하고, 경쟁 후보 쫓아다니면서 그 사람 선거법 위반한 것만 찾으러 다니는 거예요. 그럼 하루에 몇십 개씩 나오게 돼 있어요. 실질적으로 선거법을 다 지킬 수 없기 때문에. 그럼 당선 무효형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2022년 지방선거 국민의힘 시의원 출마자)

한국의 공직선거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돼 있다. 법조문이 어렵다는 것은 지키는 것도 어렵다는 뜻이다. 선거가 돌아올 때마다 웬만한 주요 정당의 이름이 알려진 후보들도, 정말 다양한 사유로 몇 번은 피고발을 당하는 것이 상례일 정도다. 하지만 정치 신인에게는 특별히 더 어려운 것이 선거법이다. 선거 베테랑들이 지닌 암묵지가 비교적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거의 차단된다. 젊은 후보들이 인력을 절감하면서 접근하기 쉬운 인공지능(AI)과 소셜미디어(SNS)를 선거에 유의미하게 사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딥페이크를 방지하려고 만든 규정 때문에 AI 기술을 통한 홍보물 제작이 대부분 봉쇄당하고 있고, TV나 대형 포털에 광고비를 쓰는 것은 가능해도 SNS를 통한 '마이크로 광고'는 아예 못 한다. 지나치게 경직된 선거법과 시행령 탓에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도 협소해지고, 그나마 유권해석도 지역과 중앙선관위가 서로 달라 혼란을 겪는 후보가 적지 않다. 거대 양당과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기존의 선거법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지방선거는 젊은 정치 신인들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무대다. 생업을 제쳐놓고 풀뿌리 정치에 뛰어든 그들이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끼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지방의원’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수많은 게시물들. 후보자들은 SNS의 유료 광고를 이용해서는 안 되고, 게시물에 AI 음성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photo SNS 캡처

"AI요? 그게 들어간 건 다 안 돼요"

A씨(29)는 이번 선거에 본인이 졸업한 대학이 있는 5인 선거구 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일찌감치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지만, 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사무실이 없이 혼자 선거를 치르고 있다. 유명한 후보가 아닌 그에게 절실한 것은 역시 홍보 그 자체였다. A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AI를 이용한 웹툰, 그리고 TTS(Text To Speech·대사를 써넣으면 음성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를 이용한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였다.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표현도 민망할 정도로 그의 세대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보는 것들이다.

그런데 A씨는 뜻밖에 지역 선관위로부터 그가 만들려는 제작물의 거의 모든 '기술'이 사용 불가하다는 대답을 받았다. 근거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제작물'을 만들지 말라는 공직선거법 82조 8항이었다. 구체적으로 선관위가 자체 발간한 정치관계법 사례집에 이 법규의 운용규칙으로 밝혀둔 '실제와 구분이 가능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대목을 들었다. 딥페이크 관련 선거법은 실제 정치인이 하지 않은 행동 등을 유권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취지이니, A씨는 지역 선관위가 뭔가 오해했다고 판단해 선관위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다.

만화는 AI가 그림을 그릴 뿐이지 실제 사람이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지역 선관위의 답변은 초지일관이었다. 'AI가 만든 것은 뭐든지 안 된다.' "구글에 파란색 남자와 분홍색 여자 픽토그램이 있는 화장실 기호 이미지를 검색했다고 합시다. 이 그림을 '나노바나나'(그림 그려주는 AI)에 집어넣고 '가운데 1명을 다른 색깔로 그려줘'라는 명령을 해요. 그럼 초록색 픽토그램이 하나 생긴 그림이 새로 나와요. 이 그림은 안 되나요?" A씨는 아예 AI를 시연하다시피 하며 되물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TTS란 대사를 AI가 읊어줄 뿐 실제 사람이 읽는 것과 역시 같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는 특정 목소리를 지닌 AI 성우가 "저 됐어요, OO 됐어요!"나 "쌰갈" 등의 유행어 대사를 읽으면서 시작하는 릴스가 유행이다. A씨 역시 이를 사용하고 싶었는데, 역시 안 된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었다.

사실 TTS는 AI 시대 전에도 흔히 '보이스웨어'라고 불리던 기술로, ARS 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AI 시대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성우'가 늘어났을 뿐이다. A씨는 2005년쯤 개발된 TTS를 보여줬다. 이것도 안 됐다. AI가 들어가지 않지만 본인 목소리를 녹음해 음성을 변조, 유명 예능 프로그램의 성우를 패러디하는 것도 안 된다. 뭔가 '기술'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나운서가 내 공약을 읽어주는 건 되는가? 그건 된단다.

A씨는 이후 중앙선관위에 직접 유권해석을 요청했는데, 답변이 관련 법조문을 '복사 붙여넣기'한 것일 뿐이었다. 기자가 "그거야말로 AI 답변 같은데요?"라고 물었더니, 그는 "그렇네요"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A씨가 '국민권익위, 국민신문고' 등을 언급하며 재차 질의했더니 그제야 상세한 답변이 나왔는데, AI로 단순히 그린 만화는 가능하고 TTS는 여전히 불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답변을 얻기까지 그는 거의 3주를 소모했다. A씨는 그야말로 혼자 선거를 치르는 후보다. 대형 현수막을 걸 수 있는 선거사무실이 없고, 현직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아니라 작게나마 길거리에 현수막을 걸 수도 없다. 온라인의 효과적 홍보 방법이 막혀있는 동안 명함 수천 장을 홀로 뿌렸을 뿐이다. 그는 "선거기획사에서 구의원 선거비 상한인 약 5000만원에 맞춰 현수막과 유세차량을 제작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럴 돈이 없어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가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는 또 있다. 5인 선거구인 그의 지역구는 인구 증가로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로 나눠질 것이 거의 확실한데, 선거가 두 달 안쪽으로 다가온 지금도 그 여부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이번에도 넘겼기 때문이다. 원래는 선거 180일 전에 결정되었어야 할 일이다.

최근 유행하는 인스타그램 릴스. 대부분 재기발랄한 AI 음성을 ‘밈’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AI 기술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선거에는 이용하지 못한다. photo SNS 캡처

SNS 광고도 불가, 스피커 전력량도 제한

우리 공직선거법은 선거광고 역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인터넷에는 '인터넷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광고를 한정한다(제82조 7항). 사전적 의미의 언론사뿐 아니라 포털 네이버에서도 선거 광고가 가능하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SNS를 통한 광고 프로모션은 불가능하다. SNS 광고는 지역과 연령, 노출 인원을 금액에 따라 매우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지역구가 지방자치단체장에 비해 좁은 구의원이나 시의원 후보에게는 SNS 광고가 매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법이 '인터넷 언론사 외의 인터넷 광고'를 금하는 까닭에 불가하다.

서울 동북부 3인 선거구에 구의원으로 출마한 B씨(28)는 "작은 지역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유효하게 쏙쏙 유권자에게 들어갈 수 있는데, 문의했더니 안 된다더라"고 말했다.

예컨대 대학가가 선거구인 그는, 선거법이 허용했다면 '대학 학식 식비 지원사업' 공약을 '록음악을 좋아하는 취향의, 반경 5㎞ 내에 위치한 18~24세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1만원씩 5일간 노출' 같은 식으로 홍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젊은 후보들에게는 이 또한 하나의 장벽인데, 1달러 단위의 소액으로 가능한 SNS 홍보와 달리 언론사나 포털 광고는 단가가 매우 높은 까닭이다. 네이버 포털광고 역시 선거구 228개 가운데 200여개 지역에 개별적으로 배너 광고를 집행할 수 있는데, 단가가 최소 300만원부터 시작한다. 선거 기획사 관계자는 "300만원의 기본 금액만 선택하는 후보는 없고, 단가가 높을 수록 노출 범위가 넓다 보니 교육감이나 시도지사의 경우 최소 2000만원 패키지는 사간다"고 말했다.

되레 법적 제한이 따로 없는 단순한 SNS 게시물 업로드도 선관위의 단속 대상이 된다. 충남 지역에서 구의원으로 출마한 C씨는 인스타그램 릴스가 알고리즘을 타고 인기를 끌어 지역 청소년들에게 꽤 얼굴이 알려진 인물인데, 학생들이 몰려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을 SNS에 업로드했다. 선관위는 "미성년자를 동원한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그는 그 뒤로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께 후보 명함을 드리면 선거운동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에 청소년을 대상으로는 명함을 주지 않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도 선거운동이 될 수 있어 자제시키는 실정이다.

우리 공직선거법은 '규격화'에도 예민하다.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어깨띠의 경우 길이 240㎝, 너비 20㎝ 이내로 제한된다. 선거운동원이 드는 표지물(배너)은 길이와 너비가 각각 100㎝ 이내라야 한다. 마스코트, 표찰 등 소품은 '옷에 붙이거나 사람이 입거나 한 손으로 지닐 수 있는' 정도의 크기여야 하고, 소형 소품 역시 길이와 너비가 각각 25㎝ 이하로 한정된다. 선거 때마다 '소음 공해' 민원에 자유롭지 못한 스피커 전력량도 규제가 있다(제79조 8항, 시행령 43조 3항).

재미있는 것은 지방의원에게 허용되는 데시벨과 전력량은 대선이나 시도지사 후보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대선후보의 경우 자동차에 부착된 확성장치는 '정격출력 40kW(킬로와트), 음압 150dB(데시벨)', 휴대용 확성장치로는 3kW가 한계다. 그 밖의 선거는 자동차의 경우 3kW-127dB, 휴대용은 30W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선거법의 한계 때문에 촌극이 벌어진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광주 지역에 출마했던 D씨는 이렇게 말했다.

"선관위에서 준 책자를 보니 스피커 와트 수 제한이 있더라. 그런데 30W짜리 스피커를 샀더니, 사거리에서 그걸 들고 말하면 건너편엔 안 들리는 수준이더라.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 같다. 그런데 다른 정당 유세트럭을 보니 엄청나게 시끄럽더라. 스피커가 성인 상체만 한데, 뒤에 '가짜'로 와트 수를 내려서 써 붙여 놨더라고. 선관위가 실사를 나와도 음향장비를 알겠나? 어쨌든 소음기준 시험성적서 같은 게 있으니 그냥 넘어가지. 이런 사정을 아는 선거기획사는 '세팅'을 다 해주고, 기획사 없이 스스로 하려면 우리같이 되는 것이다."

신인에겐 애초에 어려운 구조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집 반 채, 낙선하면 한 채가 날아간다는 속설도 있다. 실제로 출마한 젊은 후보들에게 느껴지는 금액의 크기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경기 지역에 처음 구의원으로 출마하는 E씨의 말이 이랬다. "당에 300만원가량 냈고, 선관위에도 기탁금을 내야 하고, 명함 찍어내고 사진 찍는 돈까지만 500만원 가까이 든다. 현수막을 달지 않아도 사무실은 최하 600만~700만원에, 유세차도 여당이라 안 할 수 없다고 하니 그것도 1000만원이 넘는다. 기초의원은 선거 사무장과 회계 책임자를 1명씩 쓸 수 있다. 운동원도 8명까지 쓸 수 있다. 본 선거운동 기간인 13일을 곱하면 인건비만 해도… 그러면 좋은 사람이 애초에 나올 수 있겠나."

우리 선거법이 정치 신인들을 세세한 규정과 좁은 유권해석으로 지나치게 옭아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거대 양당과 현역 정치인들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평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에 따르면 선거법이 과거의 부정선거를 거치며 금권선거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여러 조항들을 계속해서 추가만 해온 데다, 법의 성격이 '포지티브(Positive)'해서 오히려 제약이 된다. '어떤 것은 안 된다'라고 하면 그 외는 가능하지만, '어떤 것이 된다'는 조문이 있으면 그 밖의 방법은 모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선거법은 간단하게, 그리고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금권선거의 흔적이 다 남는 시대가 됐으니 운동복 비용 규정처럼 필요 없어진 규제는 다 날리고, 자금 운용과 회계처리를 엄격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편 주간조선은 앞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고충'을 종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직접 질의했다. 선관위가 보낸 답변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네이버 포털에서 선거광고가 가능한 근거는, 네이버가 선거법이 규정한 인터넷 언론사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선거법 82조 5항은 정식 언론사뿐 아니라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매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도 인터넷 언론사로 인정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 광고는 금지되고, 언론사가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AI 창작물의 경우 검토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 실제 이미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데, '현실과 혼동할 수 없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 다만 사례에 따라서는 (실무자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니, 이 때는 선거법 위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TTS는 사용이 불가하지만, 정치인의 성대모사를 (허위사실이나 비방을 유포하는 목적이 아닌 한) 하는 것은 가능하다.

공개장소 연설의 소음 규제가 생긴 것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주거지역이나 학교 근처에 소음 규제를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해 내린 헌법 불합치 결정 때문이다. 대선이나 시도지사 선거의 허용 음량이 지방의원에 비해 큰 것은, 대중의 관심도가 높고 선거 단위가 크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는 지역과 중앙의 유권해석이 달라 후보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위원회 간 사례 공유를 늘리며 해결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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