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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The Innovator] 14 혁신을 넘어 기준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다 '코셈'

탁상용 주사전자현미경, 이온 빔 폴리셔 등 독자 모델을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산업용 시장에... ◇ 주사전자현미경 국산화의 첫걸음 코셈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양구 박사팀이 반도체 산업의 정밀 계측을...

[The Innovator] 14 혁신을 넘어 기준을 바꾸는 기술을 만들다 '코셈'

글: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출범 20주년을 맞아 'The Innovator 20: 특구와 함께 성장한 글로벌 혁신 기업 20개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지난 20년간 특구 생태계 안에서 성장 모멘텀을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야기입니다. 대덕넷은 이들 기업 중 특구진흥재단과 논의해 몇몇 기업을 소개 합니다.<편집자 편지>

코셈은 연구용 주사전자현미경(SEM)의 국산화 후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국내 전자현미경 산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꾼 주역이다.[사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코셈은 기초과학 연구용 주사전자현미경(SEM)의 국산화를 이끈 기술 기반 기업으로, 전자현미경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온 주역이다. 탁상용 주사전자현미경, 이온 빔 폴리셔 등 독자 모델을 통해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산업용 시장에 깊이 침투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2024년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대기압 전자현미경 등 혁신 제품 개발과 함께 광학·이온 장비 영역까지 확장하며 차세대 융복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 중이다. 전자현미경 기술로 산업의 경계를 다시 그려가는 코셈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주사전자현미경 국산화의 첫걸음

코셈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조양구 박사팀이 반도체 산업의 정밀 계측을 위해 개발한 주사전자현미경(SEM)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면서 2007년 6월 설립됐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기술을 처음 이전받은 창업자는 상용화의 장벽 앞에서 운영을 포기했고, 이후 벤처캐피털인 이노폴리스파트너스가 기업을 인수하면서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그렇게 코셈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술 활용과 벤처캐피털 자금을 연계해 창업된 특수사례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현미경은 광학현미경, 전자현미경, 원자현미경으로 구분되며, 이 중 전자현미경은 고해상도와 고배율의 장점을 앞세워 반도체, 재료,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SEM은 전자빔을 이용해 미세 구조를 관찰하는 장비로, 전자현미경 전체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이다. 코셈은 이 SEM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독자 개발해 낸 기업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기초과학 장비 산업에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기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의 문이 쉽게 열리지는 않았다. 기초과학 장비는 고가에 수요가 제한적인 특성이 있어,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이미 글로벌 장비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의 입지는 더욱 좁았다. 창립 초기의 코셈은 수차례 대표가 교체되는 가운데 적자 운영을 이어가며 생존 자체를 위한 버티기의 시간을 지나야 했다.

그러던 중 여섯 번째 대표로 이노폴리스파트너스의 이상진 대표가 복귀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된다. 바로 이 시기, 지금의 코셈을 이끌고 있는 이준희 대표가 연구소장으로 새롭게 합류한 것이다. KAIST 전자공학 박사과정에 있던 그는, 학생 시절 공동 창업한 엘리베이터 광고 시스템으로 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인 이상진 대표와 인연을 맺었고, 그의 제안을 받아 2010년 9월 코셈에 합류하게 된다.

기술적 감각과 실행력을 두루 갖춘 그는, 연구뿐 아니라 사업의 구조와 방향까지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였다. 새로운 가능성을 주목한 영입이었고, 이준희 대표의 합류는 기술 기반 기업 코셈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결정적인 전기가 됐다.

◇ 위기에서 길을 찾다

입사 이후 당시 연구소장이었던 이준희 대표는 개발과제(후방산란전자 감지기를 내장한 생체시료 관찰용 차등진공 주사전자현미경 개발) 수행과 신제품 개발에 전력을 쏟으며 경영 위기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고자 했다. 이와 동시에 무너져 있던 조직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일에 집중했다. 적자와 이직이 반복되던 당시의 코셈은 협업과 신뢰가 무너진 상태였고, 그는 기술보다 앞서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나섰다.

"망가진 시스템 속에서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습니다. 모두가 제각각 화살을 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목표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의외였다. 족구와 축구를 함께하며 동료애를 쌓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연구소장이 연구 대신 운동장을 먼저 찾는 모습은 기존 경영진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그는 전방부대에서 군간부 생활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팀워크의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내부 분위기가 바뀌었고, 무너졌던 조직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팀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당시 이준희 대표는 영업 총괄까지 도맡으며, 시장의 냉혹함을 온몸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장비도 없이 광학현미경 견적서를 들고 대기업 고객을 찾은 일, 필요 없는 장비를 사라는 황당한 요청을 수행해야 했던 일, 고개를 돌리던 고객의 냉소 앞에서 자존심을 내려놓는 순간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고객의 필요를 귀 기울여 듣는 일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어느 현장에서는 비효율적인 관찰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던 실무자의 문제를 파악해, 좌표 기반 자동 관찰 시스템을 제안했고, 이는 실제 납품으로 이어졌다. 이 경험은 코셈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확신을 조직 안팎에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와 성과 속에서, 이상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제안했고, 그는 그 제안을 수락하며 기술자에서 경영자로의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2012년 4월,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 이준희 대표는 이제 그는 실무를 넘어 기업의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자리에서 기술, 영업, 조직, 자금, 모든 부문의 방향성과 결과를 책임지게 됐다. 어깨 위에 얹힌 무게는 전과는 비교할 수 없었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준희 코셈 대표.[사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글로벌 시장의 경쟁자는 미국, 독일, 일본의 기초과학 장비 대기업들이었다. 동일한 방식으로는 상대가 될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 거대 기업들이 외면하거나 간과한 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출발점은 언제나 고객의 실제 필요,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현장의 문제들이었다. 이러한 방향 설정과 함께, 코셈은 사람 중심의 리더십과 문제 해결형 기술 접근으로 본격적인 성장의 길에 들어섰다. 조직을 떠받치던 신뢰는 기술로 이어졌고, 기술은 다시 시장을 여는 열쇠가 됐다. 이준희 대표가 이끈 결정적 전환의 순간이었다.

◇ 독자적 고배율 제품으로 틈새 공략

코셈은 과감히 주력 제품을 전환하고, 당시엔 부가 기기로 여겨졌던 '탁상용 주사전자현미경(Tabletop SEM)'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탁상용 SEM은 소형 장비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배율 관찰이라는 핵심 기능이 필요하던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기존 해외 경쟁사 제품들이 2만~3만 배율에 그치던 시절, 코셈은 10만 배율의 탁상형 전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냈다.

혁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별도로 구매해야 했던 EDS(에너지 분산형 분광기)를 탁상용 SEM에 통합하는 개발에도 착수했다. 생태계가 분리된 장비 시장에서, 이질적인 기술을 하나로 묶는 시도는 흔치 않았다. 코셈은 해외 업체들에 수차례 협업을 요청했고, 미국 프린스턴 감마텍(PGT)과의 공동개발을 시작했다. 이후 PGT사가 글로벌 분석기기 기업 서모피셔에 인수되면서 공동 개발 결실을 거두었다.

국내 시장이 여전히 보수적이던 시절, 코셈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전 세계 전시회를 다니며 현지 협력업체(대리점)를 찾았고, 사용성과 기술력 하나로 입소문을 타면서 거대 시장인 중국, 미국, 유럽에서 점차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글로벌 전자현미경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던 히타치의 아시아 세일즈 디렉터가 코셈 부스를 찾아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탁상용 주사전자현미경을 단 한 대도 팔지 못했다. 코셈 때문이었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이 짧은 한마디는, 코셈이 걸어온 길에 대한 시장의 명확한 응답이자 의미 있는 전환의 징표였다.

"우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귀 기울였고, 기존 기업들이 외면한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그 선택이 곧 코셈만의 차별점이자, 우리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코셈은 글로벌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냈다. 그리고 같은 해, '1백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그간의 도전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음을 입증했다. 기술, 시장, 전략이 하나로 맞물린 시기, 코셈은 외형의 성장과 내실 있는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었다.

코셈은 2015년을 기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가속을 붙였다. 세계 최대 규모 현미경 전시회 'M&M USA'에 처음 참가한 이후, 매년 글로벌 전시회에 출품하며 제품을 알리고 기술 신뢰도를 쌓았다. 전시 부스는 처음엔 조용한 구석에 자리했지만, 이듬해부터는 세계 각지 대리점으로부터 꾸준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영업 전략과 차별화된 기술력은 글로벌 대형 대리점망 확장으로 이어졌고, 2018년 3백만 불 수출의탑, 2020년 5백만 불 수출의탑을 연이어 수상하며 성장세를 드러냈다.

"처음에는 제품보다 기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습니다. 매년 현장에 나가 고객과 직접 만나며 제품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를 먼저 설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글로벌 확장과 병행해 국내 시장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2019년 7월, 일본이 단행한 전략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가 계기였다.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주력 산업의 기반이 외부 요인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국내 시장 전반에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외면받던 국산 기초과학 장비의 필요성이 새롭게 떠올랐고, 코셈의 기술은 그 중심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계와 교육계는 물론, 산업 현장까지 국산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며 코셈의 고객군도 빠르게 확대됐다.

이후 코셈은 국내 시장과 해외시장 모두에서 존재감을 키워갔다. 글로벌 대리점 네트워크를 통해 안정적인 해외 수출 기반을 확보한 동시에,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진 국내 시장에서도 성과를 이어갔다.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코셈은 기술 중심의 운영 기조를 강화했고, 이준희 대표가 취임한 2012년 이후 연간 흑자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며 내실을 다졌다.

매출 역시 매년 고르게 상승했다. 2022년 125억 원, 2023년 137억 원, 2024년 147억 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도 지속됐다. 이 같은 실적은 국내외 현장에서 쌓은 신뢰와 기술력, 그리고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전략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 IPO로 증명된 기술의 깊이

"EM-30을 만들 때는 10만 배 해상력을 목표로 했습니다. EM-40은 그 연장선 위에 자동화 기술을 더한 제품입니다. 더 고가임에도 고객들이 오히려 이 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가 기술과 신뢰에서 모두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준희 대표가 설명한 EM 시리즈(탁상형 전자현미경)의 변화는 코셈의 기술 고도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시장이 그 진화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입증하는 사례다. EM-30으로 기술 기반을 다졌다면, EM-40은 자동화 기능을 더해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편의성과 효율을 끌어올렸다. 관찰 품질은 높아졌고, 사용자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여기에 이온 빔 폴리셔 IP-10K, 신형 전자현미경 CX-200K 등도 라인업에 추가되며 제품군이 더욱 풍부해졌다. 관찰의 정확도와 반복성을 높이려는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코셈의 모듈화 전략은 산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자현미경이라는 장비는 일반적으로 일체형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코셈은 전자광원인 컬럼부터 제어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핵심 구성요소들을 모듈 형태로 독립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양에 따라 조합이 가능하고, 기존 장비에 새로운 기능을 유연하게 추가할 수 있는 구조를 실현했다. 이 같은 설계는 산업 현장의 다양한 관찰 조건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고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셈은 각기 다른 기술로 세 차례에 걸쳐 신기술인증(NET)을 획득했으며,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이러한 기술적 축적과 시장의 반응을 바탕으로, 2024년 코셈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기술평가기관 두 곳에서 모두 A등급을 획득하며 기술 경쟁력을 공식적으로 입증했고, 신뢰 기반의 상장을 실현해 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연구개발 역량 강화와 핵심 인력 확보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 대기압 전자현미경이 열어갈 새로운 시대

코셈이 그리는 미래의 전자현미경은 이제 연구소 안에 머물지 않는다. 2023년부터 본격 가동된 신사업개발부는 기존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개발을 목표로 출범했으며, 그 정점에 놓인 기술이 바로 대기압 전자현미경이다. 기존 전자현미경이 진공 상태에서만 이미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면, 대기압 전자현미경은 공기 중에서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어, 활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힌다.

이 기술은 전자현미경의 근본적 제약을 무너뜨리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진공 상태에서 관측이 불가능했던 액체, 기체 상태의 물질까지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지고, 이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산업뿐 아니라 신소재 개발, 식품, 화학, 환경 모니터링 등 전방위 산업 현장에서의 실시간 품질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준희 대표는 "향후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노벨상을 받는 연구가 있다면,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장비가 바로 우리가 만든 대기압 전자현미경일 것"이라고 말하며 이 기술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라, 과학적 성취와 산업 기술 간의 간극을 메우는 핵심 연결 고리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대기압 전자현미경은 코셈이 추진하고 있는 융복합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기존 단독형 장비에서 나아가 생산설비와 연동되는 형태, 자동화·AI 기반 운영체계 등으로 전자현미경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대기압 전자현미경 기술 역시 향후 자동화 SEM이나 AI 분석 플랫폼과 통합되며, 연구장비에서 공정관리 장비로 기능적 진화를 예고한다.

이 같은 기술 철학은 신제품 라인업 전반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미 상용화된 이온밀러 전자현미경은 융합형 장비의 대표 사례이며, 현재 개발 중인 AI SEM은 비전공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자동화 장비로, 현장 적용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주력 제품이 될 전망이다.

코셈이 지향하는 미래는 분명하다. 전자현미경을 단독 장비에 머물게 하지 않고,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기술의 외연을 넓히는 것. 대기압 전자현미경과 AI 기반 분석 기술은 그 변화의 서막이며, 이는 코셈이 '전자현미경 융합 기업'으로 진화하는 여정의 핵심 축이 되고 있다.

◇ 기술 독립의 뿌리가 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원

코셈이 기술기업으로서 독립적인 길을 걷기 시작한 데에는, 2010년부터 이어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재단)과의 인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만 해도 조직과 자금, 기술 모두 위기를 겪고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때 받은 한 과제가, 훗날 코셈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다시 떠오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10년 12월, 코셈은 대덕연구개발특구 전략산업 R&D 사업에 선정되며 '후방산란전자 감지기를 내장한 생체시료 관찰용 차등진공 주사전자현미경 개발' 과제를 2년간 수행하게 됐다. 출연금 11억 4천600만 원 규모, 총 사업비 15억 7천300만 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기술적, 경영상으로 큰 전환점이 됐다.

무엇보다 이 연구에서 다룬 핵심 기술들은 현재 코셈의 주력 분야로 이어지고 있다. 후방산란전자(BSE)는 입사 전자가 시료에 충돌한 뒤 방향을 바꿔 나오는 전자를 감지하는 장치로, 모든 주사전자현미경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관찰 기능이다. 생체시료 기술은 'Cool Stage'라는 제품으로 상용화됐다. 액체 시료나 수분을 포함한 시료를 순간 냉각시켜 원형 그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장치는 생물학과 재료과학 분야 모두에서 활용 가능성을 넓혔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성과는 '차등진공' 기술이다. 완전한 진공 상태가 아닌, 진공과 대기 사이 조건을 구현하는 이 기술은 이후 개발된 'Eirtron'의 기반이 됐고, 현재 코셈이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는 대기압 전자현미경의 핵심 요소 기술로 직결된다. 이준희 대표는 "과거 잊고 있던 과제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우리가 대기압 전자현미경을 개발하게 된 출발점이었다"며 "기술이라는 것은 한 번의 성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간 속에서 다시 이어진다"고 회고했다.

이준희 코셈 대표.[사진=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그 외에도 코셈은 특구재단의 특구육성사업을 통해 2018년 '자동입자분석기능을 탑재한 전자현미경 개발' 과제에 선정되어 4억 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이를 통해 대면적 자동화 미세입자 측정장치인 SELPA(Scanning ELectron Particle Analyzer)를 출시하며 자동화 기술의 초석을 다졌다. 2019년에는 유럽 CE인증 획득 과제를 통해 4천만 원을 지원받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초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특구재단의 지원은 기술 기업으로서 코셈이 방향을 잡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든 기술 기반의 토양이 됐다. 특히 대덕특구라는 지리적, 제도적 생태계 안에서 공공연구기관과의 연결은 기초과학 기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기초과학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특구 안에 출연연과의 연결이 있다는 것은, 기술기업에게 매우 결정적인 환경이죠. 전자현미경과 같이 정밀과학에 기반한 산업을 구상하는 기업이라면, 연구개발특구라는 공간 자체가 실질적인 성장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 혁신으로 그리는 더 넓은 미래

코셈은 이제 새로운 지형을 바라보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전략은 이미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했고, 그 핵심은 기술 중심의 융복합 확장과 글로벌 시장 다변화다.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마련된 자금을 기반으로, 코셈은 기초과학 기반 장비 기업으로서 한층 넓은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준희 대표는 "SEM은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수요가 확대되는 분야"라고 설명하며, 전자현미경 수요가 급증하는 이차전지, 반도체, 바이오 등 산업군을 정조준하고 있다. 특히 광학현미경보다 고배율로 넓은 영역을 빠르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산업용 시장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국내외 고객사 역시 다양화되고 있다. 현재 코셈의 고객사는 1,000곳 이상에 이르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건설사, 반도체, MLCC, 디스플레이 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은 현재 70%를 상회하고 있는데, 중국 중심이었던 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와 유럽, 동남아 지역으로 대리점 및 공급망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의 딜러 계약 체결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독일, 미국의 기초과학 장비 강자들처럼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2023년 광학현미경 전문기업 '리암솔루션'을 인수한 것도 그 첫 시도였다. 리암솔루션은 독립성을 유지한 채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코셈은 이를 통해 협력 기반 생태계 확장의 가능성과 전략적 인수합병의 실질적 효과를 면밀히 검토 중이다.

코셈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기술, 기존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혁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 기술 생태계 확장, 그리고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기술 파트너'로서의 비전은 이제 코셈의 정체성 그 자체다.

"우리가 만든 기술이 누군가의 연구에 불을 켜고, 또 다른 누군가의 꿈에 다리를 놓아주는 순간을 그려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이라 믿습니다. 코셈은 그 시선의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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