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 노구치 ST 중국 제외 아시아 태평양 지역(APeC) 영업·마케팅 수석 부사장 (사진 : ST)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 수가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유럽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전력 설계 구상인 '800 VDC(Volts Direct Current)'를 시장 수요 맞춰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히로시 노구치 ST 중국 제외 아시아 태평양 지역(APeC) 영업·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800 VDC 관련 제품은 시장이 필요할 때 (적기에) 대응할 수 있다"며 "800 VDC의 핵심 부품인 탄화규소(SiC), 질화갈륨(GaN), 디지털 파워 설계·제조 기술을 갖췄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대비 두 배 이상인 945테라와트시(TWh)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연간 전력 소비량인 600TWh를 훌쩍 넘어서는 양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밀집한 미국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절반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비해 효율적인 관리 기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800 VDC가 이런 솔루션 가운데 하나다.
데이터센터는 여러 단계를 거쳐 전력을 공급받는다. 외부에서 수만 볼트 교류(AC) 전력이 들어오면 건물 변전실에서 수백 볼트(V)로 전압을 낮춘다. AC는 랙에 꽂힌 전원공급장치(PSU)에서 직류(DC) 54V로 바뀐다. 54V DC는 다시 한번 12V로 전압을 강하시켜야 한다. 이렇게 해야 서버 메인보드의 전압조정모듈(VRM)로 전달돼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사용하는 1V 미만 전압으로 바뀐다. 다만 전압을 낮추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이 손실은 발열로 이어진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엔비디아 800 VDC의 핵심은 서버 랙까지 800V 고전압을 직결하는 데 있다. 전압을 낮추는 과정을 줄이고, GPU까지 전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기 배선 규모와 랙에 설치하는 PSU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 변환 손실이 낮아지기 때문에 열도 그만큼 덜 발생한다. 이 과정에 SiC와 GaN이 활용된다. 800V 전압을 6V로 낮추는 DC-DC 컨버터에 쓰인다.
2025년과 2027년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방식 비교. 지금은 외부에서 들어온 AC가 여러 장치를 거치며 여러 차례 변환된다. 엔비디아가 제안하는 미래 방식은 AC를 800V DC로 한 번에 바꿔 랙까지 그대로 전달한다. 변환 단계가 줄어든 만큼 에너지 손실도 줄어든다.(사진:엔비디아)
SiC, GaN은 두 가지 이상의 원소가 섞인 화합물 반도체다. 실리콘(Si)과 비교해 고전압과 고온의 환경에서 안정성이 높다. 전력 변환 과정을 줄일 수 있다. 현재 비용 문제로 서버에서는 Si가 주로 쓰이지만, 가격이 낮아지면 적용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
노구치 부사장은 "ST는 1200V 이상을 지원하는 SiC로 AC를 50V까지 낮추는 기술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또 "(전력 변환 과정의) 고주파 스위칭을 담당하는 GaN은 시제품 기준 800V에서 고주파(1MHz)로 동작한다"며 "98% 효율과 전력 밀도 2600W/in³를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ST는 800V→50V 솔루션과 함께 최근 800V→12V, 800V→6V 두 가지 신규 제품군을 추가했다.
SiC는 1200V 이상의 환경, GaN은 이보다 낮은 전압에서 효율이 높다. SiC가 800V 아래로 전압을 낮춰 흘리면, GaN은 한 자릿수로 다시 줄인다. GaN은 모듈 소형화에도 유리하다. 예컨대 48V의 전압을 바로 1V로 하강시킬 수 있다. Si 대비 변환 절차가 한 단계 줄어 부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노구치 부사장은 "GaN 기반 솔루션으로 면적을 줄일 수 있도록 역량을 제공하고, 더 효율적인 장치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다.
ST는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디지털 파워의 설계와 제조 기술도 갖췄다. 노구치 부사장은 "아날로그와 혼성 신호 등 전력 기술은 물론 패키지 단에서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며 "GPU 인근에서 직접 6V 버스를 구현해 전력 변환 단계를 줄여 손실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2027년 자체 설계한 카이버 랙 스케일 시스템이 본격 출하되는 시기부터 800 VDC 설계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카이버는 576개의 루빈 울트라 GPU를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랙 하나에 18개의 컴퓨트 블레이드를 배치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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