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HBM·D램 가격상승 견인…TSMC 대비 수익성 격차 14%p 확대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희만 기자]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하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부족이 겹치면서 ‘초호황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반도체 산업은 경기변동에 따라 수익성이 급격히 흔들리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특히 메모리는 공급 과잉시 급격한 가격하락을 겪는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AI 서버 중심의 수요구조 변화로 시장흐름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72%로, 전 분기(58%)를 크게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만원어치 제품을 팔아 72000원어치 이익을 남긴 셈으로, 제조업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수준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TSMC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4분기 4%포인트에 불과했던 양사간 영업이익률 격차는 올해 1분기 약 14%포인트(SK하이닉스 72%·TSMC 58.1%)까지 벌어졌다.
메모리 업체가 파운드리 강자를 수익성에서 앞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SK하이닉스 부스에 전시된 HBM4. 연합뉴스
실적 급등의 배경에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범용 D램 가격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1분기 범용 D램 계약가는 전 분기 대비 90% 이상 급등하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SK하이닉스 D램 출하량 중 약 30%가 HBM이며, 나머지는 DDR5·LPDDR5X·GDDR7 등 범용 제품이 차지한다.
재무구조 역시 빠르게 개선됐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5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조4000원 증가했다. 차입금은 19조3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순현금 35조원을 확보하며 재무 건전성이 크게 강화됐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M15X 팹 등 중장기 투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동시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하고,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글로벌 자금조달에도 나선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메모리 산업구조 변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AI 확산으로 메모리가 단순부품이 아닌 핵심인프라로 재평가되면서,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IT 기업들은 중장기 공급계약(LTA)을 요구하며 선제적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가격상승이 과거와 달리 구조적 요인에 기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차세대 HBM 로드맵. 연합뉴스
회사측은 “AI 기술 발전으로 메모리 중요성이 높아졌고, 공급 확대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D램 현물가격 조정에 대해서도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향후 관건은 기술 리더십 유지와 생산능력 확대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인 HBM4를 고객사와 공동개발 중이며, 7세대 HBM4E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향후 3년간 HBM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사실상 ‘선주문-후생산’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AI 서버 확대에 따른 기업용 SSD(eSSD) 수요 증가에 대응해 낸드 생산의 절반 이상을 321단 공정으로 전환하는 등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공급 증가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하이닉스는 “순현금 100조원 수준의 재무 안정성과 주주환원을 병행할 것”이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추가 정책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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