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만에 재도전"...100조 확보 승부수, 메모리 경쟁력 과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6일(현지 기준) 미국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글로벌 기술 콘퍼런스 ‘GTC 2026(GPU Technology Conference 2026)’을 직접 찾아, 글로벌 AI 생태계 내 SK하이닉스의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운데 왼쪽) 과 함께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관람했다. [제공 : 홍보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되는 투자 여력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AI 반도체 패권을 향한 최 회장의 결단은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 글로벌 기술 리더들과의 연대를 통한 미래 성장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이번 승부수가 SK하이닉스를 세계 반도체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라며 앞날을 기대하고 있다.
- 미 증시 상장 착수...미국증시예탁증서[*ADR]상장 등록 신청서 제출
- 윤호중 행안부 장관과 저성장을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 논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위한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에도 관련 내용을 공시하며 상장 준비 절차를 공식화했다. 다만 공모 규모와 방식, 상장 시점은 SEC 심사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율될 예정이다.
지난 25일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기업 가치 재평가를 위해 ADR 상장을 추진한다”라며 “발행 규모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상장이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 재평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10조~15조 원 규모의 ADR 발행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으로 미국에 ADR을 상장한 한국 기업 중 최대 수준이다. 지금까지는 1999년 KT가 기록한 24억9000만 달러가 가장 큰 규모였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의 문을 두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신인 현대전자 시절 LG반도체와 합병 후 늘어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1999년과 2001년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 상장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목적이 단기적인 자금난 해소였다면, 이번 ADR 추진은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기술 리더십을 자금력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HBM은 AI 연산에 필수적인 차세대 메모리로, 엔비디아 GPU와 결합해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분야다.
이번 미국 증시 상장은 이러한 기술적 우위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인정받고,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최 회장의 깁스에 새겨진 ‘AI 동맹’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리더들과의 연대를 상징하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메타 마크 저커버그의 서명 공개는 SK하이닉스가 AI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단순히 반도체 제조업체를 넘어 글로벌 AI 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SK하이닉스가 ADR 상장 재도전에 나서는 것은 AI 관련 투자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해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비용은 애초 128조 원에서 600조 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설비 투지 비용만 30조 원 이상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고, AI 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의 행보가 세계 반도체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 고민
한편, 최 회장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근 만나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에 대해서 논의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 이사장으로서 그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함께 고민하며, 반도체 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개최된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 참석했다. 이날 포럼은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가 사회를 맡아 정책과 기업의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첫 번째)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대담하고 있다. [제공 : 사회적가치연구원]
이날 포럼에서 윤 장관은 대담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과 민간 혁신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성장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연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하며 사회연대 경제 기본법 제정 추진, 금융 지원 확대, 공공서비스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문제 해결 활동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시장 구조 속에서 확장될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단순한 성장 둔화가 아닌 내수 부족과 사회적 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기존처럼 GDP 증가만을 성장의 기준으로 보는 방식으로는 양극화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의 성장 모델이 경제 성장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복지와 사회적 갈등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결국 경제 성장 자체를 제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가치가 확산하기 위해서도 측정과 보상 시스템 구축이 핵심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SK가 사회적 가치 창출 규모를 계량화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실험을 지속해 왔다며, 사회문제 해결 활동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기업과 다양한 경제 주체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기반 경제 모델이 단순한 복지나 공익 활동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기존 GDP 지표가 사회적 가치나 환경 가치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사회적 가치와 환경 가치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성장 지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성장의 목표를 단순한 생산 확대가 아니라 국민 삶의 질과 사회문제 해결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학계·정책 전문가, 기업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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