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고는 사태 한 달 만에 소비자 신뢰를 흔들며 10년간 지켜온 점유율 40% 벽을 무너뜨렸다. 대규모 보상안과 위약금 면제 조치에도 이용자 반응은 싸늘했으나, 이후 KT와 LG유플러스에서 연달아 침해 사고가 발생하자 SKT 대응을 재평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 위약금 면제 시점·기간 논란···점유율 40% 붕괴=
SKT의 가입자 이탈은 사태 공표 직후부터 본격화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8일~29일 이틀간 7만명이 SKT를 떠났고, 5월 한 달 순감자는 33만817명에 달했다. 위약금 면제 기한이 끝난 7월 14일까지 누적 이탈자는 83만5214명, 순감폭은 약 60만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통신 3사 간 가입자 쟁탈전은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SKT는 지난해 7월 7일 불법 보조금과 '공포 마케팅'을 이유로 KT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5월에는 LG유플러스 일부 대리점이 SKT 해킹 관련 집단소송 신청을 대행해준다는 마케팅을 펼쳐 논란이 됐다.
SKT의 위약금 면제는 피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보상 수단이었지만, 조치 시점과 기간 모두 여론의 불만을 샀다. SKT가 지난해 7월 4일 민관합동조사단 최종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위약금 면제를 공식화했는데, 이는 정부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시정명령 또는 등록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뒤늦게 수용한 조치였다. 초기 대응 단계에서는 법률 검토를 이유로 결정이 지속적으로 미뤄지며 여론이 악화했다.
면제 기간이 4월 19일부터 7월 14일까지 '10일짜리'에 그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틀 뒤인 7월 15일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7·플립7 사전예약이 시작됐고, 8일 뒤인 7월 22일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돼 공시지원금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15%) 규제가 사라졌다. 갤럭시 신제품 특수와 보조금 규제 완화 효과를 놓치지 않으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 배경이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무단 소액결제 사태 및 해킹 사고 등과 관련한 '침해사고 관련 대고객 사과와 정보보안 혁신방안' 브리핑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KT 무단 소액결제 사태···금융 피해·보상안 재평가=
다만 하반기부터는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에서 잇따라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발생하며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특히 대규모 유출 규모에도 실제 이용자의 금융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던 SKT와 달리, KT에서는 무단 소액결제로 인한 금전 피해가 이어지며 비교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KT에서는 불법 펨토셀(초소형 기지국)을 이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고가 공개됐고, 368명이 2억4300만원 규모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조사 결과 KT는 서버 94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됐고, 가입자 2만222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KT는 지난해 12월 30일 4500억원 규모 고객 보상안과 2주간(12월 31일~1월 13일) 위약금 면제를 발표했지만, 요금 할인이 빠지고 규모도 SKT의 절반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SKT가 사고 당시 5000억원 규모 고객 감사 패키지와 함께 전 가입자 8월 통신요금 50% 일괄 할인을 시행한 것과 비교된 것이다.
이같은 사고에 위약금 면제 기간 KT에서 31만2902명이 이탈했고, 이 중 64.4%인 20만1562명이 SKT로 옮겼다. SKT는 이 기간 재가입 고객의 가입 연수·T멤버십 등급을 원복해주는 정책을 병행하며 KT 이탈 고객 흡수에 집중했다. 해킹 사태 당사자였던 SKT가 타사 해킹의 반사이익을 가장 크게 누리는 국면이 된 셈이다.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가 24일 서울 용산 LG유프러스 사옥에서 열린 제3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 LGU+ 증거인멸 의혹···통신 3사 신뢰 동반 하락=
LG유플러스의 침해 의혹은 지난해 미국 보안 전문지 '프랙(Phrack)'에 통신사 내부 서버·계정 정보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7월 해킹 정황을 LG유플러스에 통보했으나, 회사는 3개월가량 지난 10월에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침해사고를 공식 신고했다.
문제는 이 기간 핵심 증거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12일부터 9월 15일 사이 침해 의혹이 제기된 계정권한관리시스템(APPM) 서버를 포함해 관련 네트워크 경로상 주요 서버의 운영체제를 재설치하거나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조사 방해 행위로 판단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기에 LG유플러스가 지난 2011년부터 IMSI(가입자식별번호)에 이용자 전화번호를 조합하는 방식을 써온 사실이 올해 3월 드러나며 논란이 또다시 확산됐다. IMSI는 통상 외부에서 추정할 수 없도록 난수값으로 설계되지만, 전화번호와 연동되는 구조에선 위치 추적이나 스미싱 등 2차 피해에 노출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LG유플러스는 IMSI 논란에 지난 13일부터 IMSI 난수화 적용과 함께 전 고객 대상 유심 업데이트·무상 교체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피해 보상안이나 위약금 면제 조치는 내놓지 않은 상태다. 통신 3사 모두 해킹 사고를 피하지 못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디로 옮겨가도 마찬가지"라는 반응과 함께 통신사 전반의 보안 신뢰도가 동반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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