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하이브와 전속계약서 입수해 보도
걸그룹 뉴진스가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권도현 기자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미성년자 시절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와 체결한 전속계약에 미성년자 보호 조항이 빠지는 등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뉴진스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 보호조항, 성형 비용 부담, 행동 제한, 위약벌 산정 방식, 계약 종료 이후 초상권 조항 등 멤버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들이 다수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NYT가 입수한 계약서는 뉴진스 멤버 5명이 만 14~17세였던 2022년 체결한 전속계약이다. NYT는 법률 전문가 5명의 검토를 거쳤는데, 서울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노종언 변호사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계약서에는 미성년 연예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이 빠져 있었다.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는 연예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학습권, 수면권 및 휴식권을 보장하고 과도한 노출이나 장시간 활동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뉴진스의 계약서에는 이 같은 보호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항이 없으면 미성년 가수가 과도한 연습이나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뉴진스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새벽 2시까지 연습하는 일이 흔했으며 휴식시간 조차 보장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멤버 5명 가운데 4명은 학교를 그만뒀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아동 보호 관련 법률을 준수했으며, 멤버들에게 학업 중단을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0.15 국회사진기자단
계약서는 또 연습생 시절 성형수술과 피부 관리 등에 사용한 비용 가운데 상당 부분을 멤버들이 나중에 갚도록 했다. NYT는 관계자 2명을 인용, 데뷔 전 멤버들의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뒤 일부 멤버에게 시술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이에 성형수술을 요구하거나 멤버들의 의사에 반해 시술을 권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멤버들의 행동을 제한하는 조항도 다수 있었다. 계약서에는 ‘불성실한 태도’, ‘부적절한 연애’, ‘자기관리 소홀’ 등 구체적 기준이 불분명한 표현이 포함됐다. 회사의 평판을 해칠 수 있는 내용이라면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구가 회사가 계약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수 있다고 봤다.
월평균 매출이 아닌 매출이 발생한 달만 골라 위약벌을 산정하는 방식도 문제 조항으로 지적됐다. 표준계약서에선 계약 위반 시 월평균 매출에 남은 계약 기간을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되지만, 뉴진스 계약서는 실제 매출이 발생한 달만 반영하도록 해 위약벌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하이브는 멤버들이 매달 수익을 내는 만큼 실제 산정액에는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계약 종료 이후에도 멤버들의 이름과 초상, 음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있었다. 표준계약서에서는 계약이 끝나면 회사의 이름·초상·음성 사용권도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뉴진스 계약은 2029년 계약 종료 이후에도 어도어가 해당 권리를 계속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허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목소리 복제와 챗봇 제작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이들 조항이 실제 법적 분쟁에서 어느 범위까지 효력을 인정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NYT는 취재 결과 계약조건은 사실상 협상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1월 한 멤버의 어머니가 계약서 수정을 요청하자 어도어 부사장은 “수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계약 자체를 재고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다섯 멤버의 부모님은 모두 해당 계약서에 서명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해당 계약서를 비롯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의 아티스트 계약서는 하이브 법무팀 제공 표준 계약서를 바탕으로 한다. 이에 하이브 측은 이날 경향신문에 “해당 계약서는 레이블과 아티스트 측이 구체적 협의를 거쳐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본사 모습. 성동훈 기자
NYT는 K팝 산업의 아동 착취를 지적하며 “수년간 약속된 대대적인 개혁과 정부 개입에도 불구하고 당대 가장 성공적인 그룹 뉴진스조차 변화는 없었다”고 논평했다.
이번 보도는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뉴진스는 2024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멤버 하니가 어도어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증언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어도어는 계약이 유효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법원은 이듬해 3월 멤버들의 독자적인 활동을 제한하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일부 멤버들은 그해 11월 어도어 복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어도어는 지난해 12월 다니엘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다니엘과 가족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다니엘의 업무 거부와 무단 독자 활동, 제3자와의 계약 등을 문제 삼았다. 다니엘 측은 이를 분쟁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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