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 사진 제공 = 하나금융그룹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역대 최대 규모의 부실채권(NPL) 상·매각으로 건전성 지표 방어에 나선 가운데, 하나은행의 전략이 주목된다.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NPL커버리지비율을 기록했지만, 무리한 추가 적립이나 헐값 매각으로 숫자를 맞추는 게 아니라 담보가치를 보전하고 회수율을 극대화하는데 무게를 두면서다.매각가율이 급락한 부실채권 시장에서 무리하게 자산을 털어내기보다 담보 가치가 확실한 자산의 회수율을 보전하는 등 여건을 감안한 '실리형' 구상이라는 분석이다.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2025년 말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35%로 전년(0.29%)보다 높아졌고 같은 기간 연체율도 0.32%로 0.02%p 상승했다.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비율은 136.36%까지 하락해 4대 은행 평균인 171.74%를 밑돌았다.하나은행은 건전성 지표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부실채권 상·매각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해 상·매각 규모는 1조6394억원으로, 전년(1조5765억원) 대비 4.0%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권 NPL 매각가율이 2023년 87.3%에서 2025년 4분기 68.4%까지 떨어지고 있는 환경에서 단기적인 NPL 커버리지비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매각 손실 확대는 피하겠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하나금융의 부실채권 투자관리 전문회사인 하나F&I와의 시너지는 이 같은 흐름의 든든한 배경이다. 부실채권 시장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은행 자산의 매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F&I는 2024년 하나금융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뒤 순이익이 280억원에서 371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며 하나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하나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 추이 /그래픽=류수재 기자하나은행은 먼저 경기 침체의 부담이 기업과 중소기업 여신으로 더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기업 부문의 부실부터 정리했고, 지난해 기업 부문 상·매각 규모는 1조3367억원으로 전체 상·매각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5%에 이른다.다른 은행보다 NPL 커버리지비율이 낮은 이유는 특유의 여신 구조가 꼽힌다. 하나은행의 전체 여신 중 부동산이나 보증서 등 담보부 여신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이에 담보가 확실한 자산은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신용 대출에 비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충당금 적립 규모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실제 최하 단계 부실에서는 다른 그림도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추정손실' 규모를 줄였다. 자산건전성을 분류하는 5단계(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에서 부실채권은 고정이하로 분류된다. 여기서 추정손실은 회수 불능이 확실해 손실 처리가 불가피한 자산을 말한다.하나은행의 추정손실 여신은 2024년 말 119억에서 2025년 말 115억원으로 3.4% 감소했다. NPL 커버리지비율은 가장 낮았지만, 실질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악성 채권 관리에서는 오히려 선방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하나은행의 건전성 비율 추이 /그래픽=류수재 기자앞으로의 과제는 생산적 금융 확대와 건전성 관리 사이의 정교한 균형이 꼽힌다. 하나은행은 올해 대전환의 원년으로 삼아 2030년까지 총 84조원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17조8000억원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에 투입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량 기업 여신 비중을 높여 전체 부실 비율을 낮추는 분모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기도 하다.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이행을 위한 자본 관리 역시 핵심적인 연결고리다. 하나금융은 CET1 비율을 13.0~13.5% 구간에서 관리한다는 방침이며, 2025년 말 기준 13.37%를 기록했다. 총주주환원율은 46.8%로 2027년 50% 목표의 조기 달성 기대가 나온다. 여기에 7조4000억원 규모 자본준비금 감액까지 추진 중이다.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면서도 자본 효율성과 주주환원 여력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하나은행으로선 부실채권 정리에서도 단순한 숫자 관리보다 수익성과 RWA를 함께 계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도 우량 차주 위주의 자산 증대 등 안정적인 여신 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부실이 우려되는 자산에 대해 적정한 충당금 적립 및 적극적인 상·매각을 바탕으로 고정이하 여신 규모를 줄여 건전성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NPL 워치]③ 하나은행, 최저 커버리지의 속뜻…헐값 매각 아닌 실리
올해에만 17조8000억원을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에 투입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을 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량 기업 여신 비중을 높여 전체 부실 비율을 낮추는 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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