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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여 영원하라?”…450억원 돈잔치 뒤 냉혹한 생존 투쟁

댄스 비트 음악 속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최고 스타 브라이슨 디섐보를 소개하자 관중들의 환호가 골프 코스에 울려 퍼졌다. 31일 부산 아시아드CC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최종라운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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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 골프여 영원하라?”…450억원 돈잔치 뒤 냉혹한 생존 투쟁

중앙일보

31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대회 4라운드에서 테일러 구치가 티샷을 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댄스 비트 음악 속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최고 스타 브라이슨 디섐보를 소개하자 관중들의 환호가 골프 코스에 울려 퍼졌다. 31일 부산 아시아드CC에서 열린 LIV 골프 코리아 최종라운드 현장이다. LIV 골프 CEO 스콧 오닐은 취재진을 향해 “엄청난 관중”이라며 “(팬들이 좋아하게) 오늘 연장전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축제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재 LIV 골프는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 대회와 비교하면 LIV 골프는 허리띠를 졸라 맸다. 작년에는 지드래곤, 아이브, 다이나믹듀오 등 초호화 K팝 스타들이 라인업을 채웠지만, 올해는 DJ 페기 구뿐이었다. 유료 초청 스타 마케팅은 눈에 띄게 줄었고, 서울 취재진에 대한 이동 경비 지원마저 막판에 취소되면서 미디어센터는 한산했다. 줄이지 않은 건 상금(3000만 달러, 약 450억원) 뿐이라는 농담도 나온다.

LIV 골프 미디어센터는 한산했다. 성호준 기자

이번 대회부터 프리미엄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중단됐고, 지난 3월 싱가포르 대회와 비교해도 현장 스태프 수가 크게 줄었다. 당초 LIV 골프는 미국 루이지애나 대회를 연기하고 한국 대회마저 취소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부 하청업체들 사이에서는 대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흘러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는 지난 1일, LIV 골프에 대한 재정 지원을 올해까지만 유지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2022년 출범 당시 LIV 골프는 정상급 선수들을 싹쓸이하며 호화 무료 전세기에 전담 셰프까지 대동하는 등 약 5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이제 현실이 됐다.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기고 일부 정유시설까지 피폭당하자,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오일 달러가 마를 수 있다”는 위기감을 체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2년 계약금을 받았던 디섐보가 재계약금으로 5억 달러를 요구하자 빈 살만 왕세자가 “집어치우라”며 격노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LIV 골프는 내년부터 자생력을 갖춘 ‘독립 리그’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총상금을 기존 30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대폭 삭감하고, 연간 대회 수도 14개에서 10개 안팎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안이 검토 중이다.

LIV 골프 머첸다이즈숍. LIV 골프 코리아 로고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성호준 기자

벼랑 끝에 선 LIV 골프가 기대를 걸고 있는 시장은 호주, 남아공, 한국이다. 마틴 김 LIV 골프 디렉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호주와 남아공은 10만 명 이상이 찾는 메이저급 대회이며, 그다음 핵심 시장이 아시아”라며 “한국 대회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미디어에서는 한국의 한 자산가가 1억 달러(약 1500억 원)에 LIV 골프의 한국 팀(코리안골프클럽)을 인수할 수 있다는 매각설까지 흘러나온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마케팅 업계에 따르면, 막대한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커 “초호황 반도체 기업” 수준이 아니고서야 선뜻 나설 곳이 없다는 게 냉정한 시각이다.

실질적인 흥행 지표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LIV 골프 압구정 팝업스토어가 성황을 이루고 감천문화마을이나 부산항을 모티브로 한 팬 빌리지 이벤트 등은 이색적이었지만, 정작 대회장을 찾은 부산 갤러리의 규모는 과거 이곳에서 열렸던 LPGA 대회와 비교하면 헐거워 보였다.

LIV 골프 싱가포르 대회장에 설치된 'LONG LIV GOLF' 슬로건. 성호준 기자

지난 26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묻자, 더스틴 존슨은 “Long LIV Golf(LIV 골프여 영원하라)”라고 답했다. 언제부턴가 LIV 골프가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슬로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보면, 이 슬로건 자체가 현재 리그가 처한 불안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방증한다.

현재 LIV 골프는 미국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유치하거나 디섐보에게 지분 25%를 주면서 잔류시키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높아진 스타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재정적 계산기가 도저히 두드려지지 않는 구조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디섐보는 부산에서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화려하게 출발했던 LIV 골프가 과연 내년에도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현장에서 지켜본 그들의 미래는 낙관보다 불확실성에 더 가까워 보인다.

부산=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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