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여의도 사옥./KB증권 제공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답변을 생성하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Agent)' 형태로 진화하면서, 데이터 처리의 최소 단위인 '토큰(Token)'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토큰 소비량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완벽한 선형 비례 관계를 보임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산업 혁명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날 '반도체-AI 토큰 폭증, 메모리 수요 급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AI 추적 사이트 오픈라우터 기준 지난달(2026년 3월) 매주 사용된 토큰은 20조4000억대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2배 급증했다고 전했다.
올해 1분기 분당 토큰 사용량 역시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오픈AI의 올해 1분기 분당 토큰 사용량은 150억개로 직전 분기인 2025년 4분기(60억개) 대비 2.5배 증가했으며, 구글 제미나이의 1분기 분당 토큰 사용량도 160억개로 전 분기(100억개) 대비 60% 급증했다.
KB증권은 이러한 토큰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에이전트 AI'의 특성을 꼽았다. 단발성 응답을 내놓는 기존 생성형 AI 모델과 달리, 에이전트 AI는 결과 도출을 위해 '추론-행동-수정'의 수많은 반복 사이클을 수행하며 처리 토큰량을 구조적으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사용 패턴의 질적 변화가 토큰 소비량 급증 추세를 향후 수년간 지속시킬 핵심 동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토큰 사용량이 10배 늘면 메모리 수요 역시 10배 증가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메모리 수요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에서 벗어나 서버용 DRAM 모듈, 엔터프라이즈 SSD, 저전력 고성능 LPDDR5X 등 AI 시스템 전반에 걸쳐 요구되고 있다.
적용 분야가 넓어지면서 DRAM과 NAND 전 영역의 수요 기반이 다변화되고 있으며, 메모리 산업이 양적 성장과 질적 고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러한 구조적 수혜를 가장 직접적으로 향유할 핵심 기업으로 판단했으며,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삼성전자를 4.9배, SK하이닉스를 3.4배로 각각 추정했다.
단순한 '질의응답 챗봇' 수준에 머물렀던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웹을 탐색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며 복합적인 업무를 완수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로 넘어가면서,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 논리도 완전히 새로 쓰이고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AI 시스템 내부에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자율적 루프(Loop) 현상이 발생하면서, 텍스트나 이미지 입력량 대비 백그라운드에서 소모되는 연산 및 저장 공간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어 왔던 'HBM 공급 과잉론'이나 'AI 투자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강력한 수요 펀더멘털의 등장이다.
특정 빅테크 기업의 고가 칩 투자에만 의존하던 시장 구조가 전 산업군의 자율형 AI 에이전트 도입에 따른 범용 메모리(일반 서버용 DRAM 및 고용량 eSSD) 교체 수요로까지 뻗어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칩 제조사 입장에서는 특정 제품의 단기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뉴스인사이드 홍세기 기자 seki41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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