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제공. 기사 내용과 무관.
한국 프로야구(KBO리그)가 2024년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하자 뜻밖의 변화가 나타났다. 스타급 타자들은 볼넷을 덜 얻고 삼진은 더 많이 당했으며 출루율도 떨어졌다.
미국 미시간대학교(UM)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European Sport Management Quarterly’
에 지난 7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리그에서 위상이 높은 타자들은 ABS 도입 이후 그렇지 않은 타자들보다 선구안과 밀접한 여러 지표가 상대적으로 악화됐다.
연구진은 이를 인간 심판의 판정에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는 ‘스타 편향’이 ABS 도입으로 줄어든 결과로 해석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미시간대학교 운동학부 박사과정 송지민 연구원은 “이는 ABS 도입 전 유명 타자에게 유리한 판정 편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ABS 도입 전에는 유명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심판들이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걸친 공에 대해 더 유리한 판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ABS 도입 전 마지막 시즌인 2023년과 도입 첫 시즌인 2024년 데이터를 이용해 타자 148명과 투수 112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두 시즌 모두 타격 순위에 오르는 데 필요한 규정 타석의 절반인 223타석 이상을 기록한 타자와 투수 순위 규정 이닝의 3분의1인 48 이닝을 던진 투수로 제한했다.
선수의 위상은 골든글러브 경력을 기준으로 구분했다. 타자는 2023시즌 이전 골든글러브 수상 경력이 있는 경우 ‘위상이 높은 선수’로 분류했다. 투수는 해당 선수가 많지 않아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른 전력까지 포함했다.
분석 결과 ABS 도입 이후 스타급 타자들은 그렇지 않은 타자들에 비해 선구안과 관련된 경기 지표가 상대적으로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루율(OBP), 순수출루율(IsoD·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값), 볼넷 비율(BB%), 삼진 비율(SO%), 볼넷/삼진 비율(BB/K) 등 선구안과 밀접한 지표에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반면 타격 능력을 보다 폭넓게 보여주는 OPS(출루율+장타율), 가중 득점 플러스(wRC+) 같은 지표에서는 변화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종합적인 타격 능력보다 볼·스트라이크 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표에서 변화가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기존 인간 심판의 판정 편향이 ABS 도입으로 줄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위상이 높은 투수의 경기력에는 뚜렷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투수의 경기력 변동성이 타자보다 크고 부진하면 경기 도중 교체돼 성적 저하가 충분히 관찰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투수는 경기 내내 ABS 판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더 빨리 적응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다만 연구진이 ABS 도입 전 인간 심판의 개별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분석해 스타 선수에게 유리한 판정이 실제로 더 많았는지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ABS 도입 전후 선수들의 성적 변화를 비교해 기존 인간 심판의 판정에 선수의 위상에 따른 편향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추론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미시간대학교 운동학부 리처드 폴슨(Richard Paulsen) 조교수는 “우리 모두 경기 막판 판정 하나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볼·스트라이크나 파울 여부 판정처럼 심판이 내리는 결정 가운데 일부는 매우 객관적이어서 쉽게 자동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지위 편향(status bias)’은 직장이나 교육기관을 비롯해 권력관계가 작용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블라인드 평가 등 평가자의 주관적 편향을 줄이는 제도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026시즌부터 ABS를 활용한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KBO리그와 달리 볼·스트라이크는 여전히 인간 심판이 판정한다. 다만 타자나 투·포수가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ABS로 해당 판정이 맞았는지 확인한다.
폴슨 조교수는 “내 생각에 인간의 판단은 보다 주관적인 결정에서는 여전히 유용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인간 심판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80/16184742.2026.26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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