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영업익률 6.14%·HD한조해양 16.66%·LIG D&A 14.65%… 다른 펀더멘털
-KAI 부채비율 1년새 364%→446%, 이자발생부채 두 배… '외형 증가'의 그늘
7일 사상 최대 매출을 발표한
한국항공우주(KAI)·HD한국조선해양·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 헤드라인 숫자는 'K방산·조선 트리오의 동반 호황'을 가리키지만, 분기 흐름을 한 줄 더 내려가 보면 이 세 회사는 사실상 다른 펀더멘털 위에 서 있다.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었다는 공통점 뒤에 영업이익률은 6%에서 17%까지 세 배 가까이 벌어졌고, 호실적의 질적 의미도 회사마다 달랐다.
경남 사천 KAI 본사 전경 [사진=KAI]
가장 두드러진 균열은
KAI
에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 동기 6993억원에서 1조927억원으로 56.3%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468억원에서 671억원으로 43.4% 늘었다. 외형상 성장률은 화려하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6.14%에 그쳤다. 작년 1분기 6.69%에서 오히려 0.55%포인트 후퇴했다. 매출이 56% 늘었는데도 100원어치를 팔아 남기는 돈은 줄었다는 뜻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마진의 변동성이다. KAI의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2024년 4분기 3.85%, 2025년 1분기 6.69%, 2분기 10.28%, 3분기 8.57%, 4분기 5.25%, 그리고 올해 1분기 6.14%다. 작년 2분기에 10%대를 잠시 찍은 것을 빼면, 1년 내내 5~9% 사이를 오르내렸다. KF-21 양산 진입과 폴란드 FA-50PL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는 가운데에도 마진은 안정적인 상승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양산 초기 학습곡선 비용, 폴란드 수주의 마진 구조, 환율 변동 중 어느 요인이 더 무겁게 작용하는지 시장은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더 무거운 그림자는 재무구조에 있다. KAI의 부채비율은 작년 4분기 말 364.66%에서 1분기 411.44%, 2분기 432.37%, 3분기 446.02%, 그리고 연말 446.57%까지 치솟았다. 단 한 분기도 꺾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이자발생부채는 1조746억원에서 2조1839억원으로 정확히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현금흐름도 악화 흐름이 이어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작년 1분기 1612억원 유입을 기록했지만, 2분기 -7685억원, 3분기 -1345억원, 4분기 -1614억원으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간 기준으로는 9032억원 순유출이다.
해외 수출 계약의 착수금·중도금이 회계상 계약부채로 반영되는 구조적 특성이 일부 작용했지만, 양산 직전 재고 부담과 운전자본 압박은 손익계산서 밖에서 계속 누적되고 있다. KAI는 올해 1월 5000억원 규모 회사채, 3월 5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1분기에만 1조원을 외부 조달했다.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부채 역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바라본 조선소 전경 [사진=최지훈 기자]
반면
HD한국조선해양
의 손익계산서는 바탕색이 다르다. 매출 8조1409억원, 영업이익 1조3560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6.66%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 12.73%, 그 이전 13.90%, 12.84%, 12.69%로 12~13%대에 머물던 수익성이 1분기 들어 4%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단순한 분기 변동이라기보다 수익 체력의 개선으로 읽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59.39%에서 133.86%로 25%포인트가량 낮아졌고, 자본총계는 14조1558억원에서 16조9084억원으로 19% 늘었다. 한국 조선업이 오랫동안 시달려 온 ‘저수익 함정’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작년 4분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479억원 순유출로 돌아선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합병에 따른 일시적 운전자본 변동인지, 수주·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 회수 시차인지, 아니면 추세적 변화인지는 2분기 숫자가 답할 것으로 보인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핵심은 ‘선별’이다. 손에 든 카드가 좋을 때만 가능한 화법이다.
해궁 발사 장면 [그래픽=최지훈 기자]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는 매출 1조1679억원, 영업이익 17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4.65%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숫자는 단순 연환산 관점에서 봐선 안 된다. 분기별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12.52%, 2분기 8.21%, 3분기 8.54%, 4분기 2.75%, 그리고 올해 1분기 14.65%를 기록했다. 4분기에 약 6%포인트 급락했다가 1분기에 다시 12%포인트 가까이 반등한 셈이다. 천궁-II 같은 대형 유도무기는 인도 시점에 매출과 이익이 한꺼번에 인식되는 회계 구조 특성상 분기별 변동성이 본질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K-방산 주요 업체 가운데 마진 변동 폭이 가장 큰 회사라는 의미다.
부채비율 역시 작년 4분기 389.91%에서 446.35%까지 상승하며 KAI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기간 생산 확대와 운전자본 부담이 동시에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방산혁신펀드를 통한 스타트업 발굴로 방산 생태계 강화에 앞장서고 있으며, 연내 UAE 현지법인 설립을 통해 중동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세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그림은 더욱 선명해진다.
HD한국조선해양
은 영업이익률이 12%대에서 16%대로 추세적으로 상승한 사례다. 반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는 평균 마진 자체는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지만, 분기별 변동 폭이 12%포인트에 달하는 고변동 구조를 보이고 있다.
KAI
는 외형은 급팽창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6% 안팎 박스권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채비율의 방향도 갈렸다. HD한국조선해양은 1년 사이 25%포인트 가까이 낮아졌지만, KAI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81%포인트, 5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수출 호황 아래에서도 한 회사는 체력을 비축하고 있고, 다른 두 회사는 체력을 앞당겨 쓰고 있는 셈이다.
KAI 관계자는 “올해는 우리 공군에 전력화될 KF-21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T-50i, 말레이시아 FA-50M 납품까지 예정돼 있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외형 성장 자체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시장이 다음 단계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매출 5조7000억원 달성 여부가 아니라, 그 시점에 영업이익률이 7%를 넘어설 수 있느냐다. 지난 1년 동안 시장은 그 답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도 그대로 남아 있다.
또 하나 짚어둘 대목이 있다.
KF-21 사업에서 기체 체계는 KAI, 레이더·전자전·유도무기 축은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가 맡는 구조다.
본격 양산 단계로 들어가면 두 회사의 수익성은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체계종합, 탑재 장비, 무장 통합, 후속 성능개량을 둘러싼 단가 협상 과정에서 각자의 몫이 다시 계산되기 때문이다.
비행 중인 KF-21 모습 [사진=KAI]
두 회사가 같은 분기에 동시에 영업이익을 키웠다는 사실은, 아직 KF-21 양산 단가와 후속 물량의 수익 배분 문제가 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그 국면이 오면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지금보다 뚜렷하게 갈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날 동반 사상 최대 매출은 한국 중공업이 수출 주도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신호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트리오’라는 한 단어가 가리는 차이는 작지 않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마진을 거두는 단계에 있고,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마진을 만들었다 흘렸다 반복하는 단계에 있으며, KAI는 아직 마진 체력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
같은 호황의 이름 아래 세 회사가 서 있는 위치는 다르다. 지금의 사상 최대 매출이 각 회사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운전자본과 단가 협상의 부담으로 되돌아올지. 세 회사의 엇갈린 재무제표는 향후 한국 중공업 사이클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고 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