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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IT큐레이션] 당근을 위한 변명

네이버나 카카오가 동일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구축하려 해도, '동네 이웃'이라는 신뢰 관계는 기술만으로 복제할 수 없다. 실제로 당근의 동네생활 게시판은 택배 대신 수령, 반려동물 목격 제보, 동네 맛집 추천 등...

[IT큐레이션] 당근을 위한 변명

합종연횡의 시대를 살아가는 플랫폼 기업에게 '확장'은 생존의 조건이다.

당근은 바로 그 확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 중고거래를 넘어 중고차 경매, 간편결제, 해외 진출까지 영역을 넓히며 '동네 기반 종합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중심의 연결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제법 귀한 목표 설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프라인-온라인의 리스크는 무시하지 못할 리스크가 되는 분위기다.

사진=당근

중고차 '정보 제공'이라지만 현장은 '중개'로 본다?

먼저 말많은 중고차 중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근은 현재 '바로경매'와 '안심경매'라는 두 가지 중고차 거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바로경매는 판매자가 차량 사진과 정보를 직접 등록하면 다수의 딜러가 입찰에 참여해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이고 안심경매는 당근의 전문 진단사가 직접 차량을 점검하고 사진 촬영과 정보 등록까지 대행한 뒤 경매를 진행하는 구조다.

문제는 안심경매의 경우 차량 상태 점검부터 정보 생성, 가격 형성 구조 제공, 거래 방식 설계까지 당근이 전반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다. 바로경매 역시 다수의 딜러가 경쟁적으로 가격을 제시하는 구조를 당근이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플랫폼이 거래 환경 자체를 설계하고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근은 중고차 서비스의 경우 현행법상 자동차 매매업 등록 대상이 아니며,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제공업 범주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매 방식 역시 이용자 간 거래를 돕기 위한 기능일 뿐 직접 거래에 개입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온라인 기반 중고차 업계 관계자 A씨는 "차량 점검과 가격 제시까지 한다면 기존 매매업자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며 "정보 제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개와 같은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경매 방식으로 가격을 정하고 거래를 유도하는 것은 단순 플랫폼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어도 현장에서는 사실상 중개로 본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한 변호사는 "거래 조건에 개입하거나 가격 형성, 거래 성사를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매매 알선 및 중개로 볼 가능성이 있다"며 "플랫폼이 스스로 정보 제공 서비스라고 규정하더라도 실질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큰 가운데 소비자 보호 측면의 우려까지 나오는 등 문제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당근이 범죄에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와 눈길을 끈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그 빈도가 또 잦아지는 분위기다. 당장 지난달 부산에서 무면허 10대 고등학생 4명이 승용차를 번갈아 운전하며 시속 120km가 넘는 속도로 무법질주를 벌이다 접촉사고를 낸 가운데 이들이 운전한 차량은 지난 2월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350만원을 주고 구매한 중형 세단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개인 간 거래이다 보니 신분증이나 면허 확인 과정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파악됐다. 차량 등록은 알고 지내던 20대 지인의 명의를 빌려 처리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보도한 MBC에 따르면 차량에 탑승했던 청소년 A는 "저는 그냥 얘들도 다 타길래 한 바퀴만 돌자 이래서 그냥 한 바퀴 돌고"라고 진술했으며 청소년 B는 "명의자도 따로 있죠. 아는 형한테 연락을 해서 명의자 좀 해달라 해서"라고 밝혔다.

당근마켓 측은 중고차 거래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범죄 관련 계정에 대해 영구정지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분위기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 특성상 개인 간 거래에서 신분증이나 면허를 확인할 의무가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적 공백을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에 921억원 쏟아부었지만 영업수익은 '제로'

해외 사업도 당근의 해명이 필요한 영역이다. 당근이 캐나다 현지 법인 '캐롯 캐나다'에 9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제대로 된 성과는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캐롯은 2025년 2월 누적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고, 같은 해 7월 캐나다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올해 4월 13일 기준 캐나다 앱스토어·플레이스토어 소셜 부문 무료 앱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가 현지 중고거래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후발주자 캐롯은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당근의 첫 M&A였던 페스타는 인수 3년 만에 정리되는 한편, 자회사 손실마저 눈덩이처럼 커져 논란이다. 본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기반으로 자회사 투자 여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아직은 희망

당근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입증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러나 다행히 그 허들이 넘지 못하는 수준의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기초체력이 우선 탄탄하다. 당근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70억원, 당기순이익은 230억원으로 각각 78%, 172% 늘었다. 자회사 적자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본업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 창출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당근이 일관되게 밀어온 오프라인 기반 커뮤니티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동네생활, 모임, 알바 등 지역 밀착형 서비스는 이용자를 단순 거래 목적이 아닌 생활 전반에서 플랫폼에 머물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광고 매출의 고성장도 이 같은 체류 시간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이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동일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구축하려 해도, '동네 이웃'이라는 신뢰 관계는 기술만으로 복제할 수 없다. 실제로 당근의 동네생활 게시판은 택배 대신 수령, 반려동물 목격 제보, 동네 맛집 추천 등 지역 주민 간 일상적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관계망이 두터워질수록 이용자의 이탈 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곧 플랫폼의 '해자'로 기능한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은 드물다. 미국의 넥스트도어가 유사한 모델을 시도했지만, 중고거래라는 실용적 접점 없이 커뮤니티만으로 이용자를 묶어두는 데 한계를 보인 바 있다. 당근은 중고거래라는 명확한 유입 경로 위에 커뮤니티를 얹은 구조로, 거래와 관계가 상호 강화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중고차 경매 서비스를 둘러싼 '사실상 중개' 논란이나 캐나다 법인의 누적 921억원 투자에도 영업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은 분명 부담 요인이다. 무면허 10대가 당근에서 구매한 차량으로 사고를 낸 사건까지 겹치며, 플랫폼 책임론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당근의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커뮤니티와 결합해 지역 생태계를 구축한 사례는 글로벌에서도 드물다"며 "개별 서비스의 규제 리스크와 플랫폼의 구조적 경쟁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15일 말했다.

캐나다 사업 역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가 76%를 점유한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하이퍼로컬 전략과 KYC 본인인증 체계 등 차별화 요소를 앞세워 MAU 100만명 달성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 증명된 '동네 신뢰 거래'라는 모델이 북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인 셈이다.

논란을 해소하는 것과 비전을 증명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다. 다만 본업에서 매년 갱신되는 실적이 보여주듯, 당근의 '동네'라는 기반은 여전히 견고하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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