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DR, ‘깨끗한 환경’에서 출발해야
신원 인프라·AI 분석 결합시켜 공격 가시화 전에 차단
| 김익겸 퀘스트소프트웨어코리아 상무 |
[데이터넷] 신원 탐지 및 대응(ITDR)은 ‘이미 침해되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침해된 신원을 찾아 빠르게 조치하고 복구하는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공격에 노출되기 쉬운 시스템을 현 상태로 방치한 상태로 ITDR을 구축할 수는 없다. ITDR 구축 전, 공격자가 침투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AD 현대화가 선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ITDR 구축 로드맵을 통해 신원 보안을 현대화하는 과정을 알아본다.<편집자>
<연재 순서>
1. 신원 보안의 중요성과 ITDR 도입 현황
2. ITDR 성숙도 높이기 위한 조건
3. 성숙한 ITDR 구축 로드맵(이번 호)
4. ITDR 성과 극대화를 위한 단계별 권고사항
지난호까지 신원 보안의 중요성과 ITDR 도입 현황을 알아보고, ITDR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조건을 살펴봤다. 이번 호에서는 ITDR 구축 로드맵을 제안해 신원 중심 보안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전략적 로드맵 1: AD 현대화 및 공격 표면의 근본적 축소
ITDR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새로운 탐지 기술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다. 출발점은 신원 인프라 자체를 단순화하고, ‘정상 상태(Normal State)’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다. 수십 년간 운영되어 온 액티브 디렉토리(AD)는 기업의 성장과 함께 확장돼 왔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객체와 권한이 누적되며 공격자가 활용할 수 있는 구조적 여지를 동시에 키워왔다.
장기간 운영된 AD 환경은 인수합병, 조직 개편, 프로젝트 단위의 임시 계정 생성이 반복되면서 ‘AD 스플롤(Sprawl)’ 현상을 겪게 된다. 이는 단순한 관리 복잡성의 문제가 아니라, 보안 측면에서 구조적 취약점으로 직결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기술적 부채 고착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퇴사자 계정, 테스트 이후 방치된 서비스 계정, 수년간 점검되지 않은 그룹 정책(GPO)이 누적되며 인프라 전반의 가시성이 급격히 저하된다.
공격 경로 확산: 공격자는 이러한 복잡성을 발판 삼아 권한 오남용 계정을 통해 횡적 이동(Lateral Movement)을 수행한다. 단 하나의 잘못된 권한 설정만으로도, 얽혀 있는 권한 구조를 따라 도메인 컨트롤러(DC)에 도달할 수 있는 공격 경로가 형성된다.
퀘스트소프트웨어가 기업·기관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AD 현대화가 단순한 인프라 정리 작업이 아니라, ITDR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보안 전략임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55%는 AD 현대화 이후 신원 위협 탐지 및 대응 역량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불필요한 객체와 권한을 제거하면 정상 행위의 기준선이 명확해지고, 그 결과 비정상 활동을 식별하기 위한 노이즈가 크게 감소한다. 현대화된 환경에서는 탐지 정확도가 높아지고, 오탐(False Positive)으로 인한 운영 부담 역시 현저히 줄어든다.
현대적인 ITDR 전략은 고도화된 탐지 기술 이전에, 공격자가 숨어들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AD 현대화는 인프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보안 조직에는 명확한 가시성을 제공하고 공격자에게는 지속적인 실패와 비용 증가를 강요하는 가장 효과적인 선제 방어 수단이다.
비대해진 레거시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어떤 지능형 보안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신원 보안의 근본적인 해답이 되기는 어렵다. AD 현대화는 ITDR 성숙도를 향한 모든 여정의 출발점이다.
√ 공격 표면 제거 위한 세 단계
AD 현대화는 선언이 아니라 체계적인 실행 과제다. 다음의 단계적 접근을 통해 공격 표면을 물리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1단계: 객체 및 권한 정비를 통한 보안 건전성 회복
활동 이력이 없는 비활성 계정과 과도한 권한이 부여된 특권 계정을 식별, 정리한다. 특히 명시적인 관리자 계정뿐 아니라, 실질적인 관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Shadow Admin’을 포함한 모든 특권을 식별하고, 권한 최소화(Least Privilege)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2단계: 그룹 정책(GPO)의 단순화 및 표준화
중복되거나 상충하는 그룹 정책은 보안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예외 상황을 증가시킨다. 오래된 정책을 정리하고, 최신 보안 베이스라인에 맞춰 정책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정책 우회와 오남용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퀘스트소프트웨어 ITDR 솔루션 ‘시큐리티 가디언’
3단계: 공격 경로 가시화 및 병목 지점 제거
공격자가 권한 상승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로를 시각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수많은 계정과 시스템 중 도메인 컨트롤러로 이어지는 핵심 병목 지점을 식별하고, 해당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공격자의 이동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전략적 로드맵 2: AI 기반 지능형 탐지와 대응 자동화 통합
ITDR 성숙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두 번째 축은 AI 기반의 지능형 탐지와 대응 자동화 체계 구축이다. 생성형 AI의 확산은 공격자의 속도와 정교함을 비약적으로 증폭시켰고, 그 결과 인간의 수동적 모니터링과 전통적인 시그니처 기반 방어 방식은 명확한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방어자 역시 신원 인프라를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된 판단과 대응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설문 결과는 보안 리더들이 AI를 더 이상 실험적 기술로 인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이미 AI·ML 기반 보안 기술을 도입했거나,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이는 기술 유행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운영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의 결과다.
오늘날 보안 환경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조 건에 이르는 보안 신호가 생성된다. 이러한 규모의 데이터를 인간 분석가가 수작업으로 선별하고 해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AI는 사용자와 시스템의 정상 행위를 학습해 기준선(Baseline)을 형성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미세한 이상 징후를 식별함으로써 인간이 놓치기 쉬운 은밀한 침투 시도를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지능형 위협 대응은 단일 보안 솔루션의 기능 확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신원 인프라에서 생성되는 고품질 데이터와 AI 기반 분석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경보 노이즈 감소: 신원 환경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권한 변경, 정책 수정, 인증 패턴을 정밀하게 식별하고, AI가 이벤트 간의 맥락을 분석함으로써 수많은 경보 중 실제 위협 가능성이 높은 이벤트만을 선별할 수 있다. 이는 보안팀이 ‘경보 처리’가 아닌 ‘위협 판단’에 집중할 수 있는 운영 환경을 만든다.
사고 조사 및 대응 시간 단축:
기존에는 로그 상관 분석과 공격 경로 추적에 수일이 소요되던 조사 과정이, AI 기반 분석을 통해 자연어 질의 수준에서도 공격의 발원지, 영향 범위, 연관 객체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평균 대응 시간(MTTR)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핵심 요소다.
자동화된 대응으로 탐지를 넘어 실행으로 이어지는 ITDR:
AI 기반 ITDR의 진정한 가치는 자동화된 대응(Automated Response) 단계에서 드러난다. 단순히 위협을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공격자의 속도를 상회하는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실시간 위협 차단:
비정상적인 권한 상승이나 의심스러운 인증 행위가 감지되면, 사전에 정의된 정책에 따라 계정 격리, 권한 회수, 접근 제한과 같은 조치를 즉시 실행함으로써 공격자의 횡적 이동을 차단할 수 있다.
맥락 기반 조치 가이드 제공:
자동화는 무조건적인 차단을 의미하지 않는다. AI는 위협의 성격과 자산 중요도, 비즈니스 영향, 규제 요건을 함께 고려해 운영 중단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 AI, 인력의 대체 아니라 역량의 증폭
AI 기반 탐지와 대응 자동화는 보안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경보 처리 업무에서 보안팀을 해방시켜, 위협 모델링, 아키텍처 개선, 전략 수립과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다.
공격자가 AI를 활용해 침투 경로를 자동으로 탐색하는 시대에, 방어자가 AI 기반의 판단과 실행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면 속도와 정교함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신원 인프라와 AI 분석을 결합한 ITDR 체계는 공격이 가시화되기 이전에 이를 식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략적 로드맵 3: 보안과 생산성 균형 위한 ‘제로 임팩트’ 클라우드 전환 전략
ITDR 현대화 과정에서 조직이 가장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난제는 보안 강화를 추진하면서도 사용자 생산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엔드포인트를 온프레미스 AD 환경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신원 플랫폼인 엔트라 ID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대 보안 아키텍처의 필수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업무 중단은 또 다른 운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조직의 약 3분의 2는 엔드포인트를 클라우드 신원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 보안 성숙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라기보다, 엔드포인트 보안 모델 자체가 구조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치를 마이크로소프트 엔트라 ID 기반으로 전환할 경우 조직은 다음과 같은 보안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강화된 인증 및 SSO 환경
: 피싱 방지 인증과 클라우드 전반에 걸친 단일 인증 체계를 통해 자격 증명 오용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
조건부 액세스 기반 통제:
장치의 보안 상태와 사용자 맥락을 실시간으로 평가해, 승인되지 않거나 취약한 장치의 접근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엔드포인트 가시성의 중앙화:
분산된 장치 신원을 클라우드에서 통합 관리함으로써,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발생하던 관리 및 가시성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보안적 이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이 클라우드 전환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이유는 전환 방식 자체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전통적인 수동 마이그레이션은 기술적 난이도보다 더 큰 운영 비용을 유발한다.
대규모 시간 손실: 기존 방식에서는 장치 한 대당 데이터 백업, 사용자 프로필 초기화, 운영체제 재설치 등에 평균 수 시간이 소요된다. 수백~수천 대 규모의 환경에서는 누적된 업무 공백이 곧바로 생산성 손실로 이어진다.
사용자 경험 저하와 운영 부담 증가: 사용자 환경 재구성 과정에서 개인 설정이나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변경될 경우, IT 지원 요청이 급증하고 현업의 전환 저항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 제로 임팩트 방식의 현대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안을 이유로 생산성을 희생하는 접근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장치 초기화나 사용자 환경 변경 없이 클라우드 신원 환경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제로 임팩트(Zero-Impact)’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전환 시간의 획기적 단축:
기존 사용자 프로필과 데이터를 유지한 채 클라우드 신원 환경으로 전환함으로써, 장치당 전환 시간을 수십 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
사용자는 재부팅 후 즉시 기존과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재개할 수 있으며, IT 부서는 대규모 전환 프로젝트를 예측 가능하고 반복 가능한 운영 프로세스로 관리할 수 있다.
보안을 가속하는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보안은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며, 비즈니스를 멈추게 하는 보안 전략은 조직 내에서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클라우드 기반 엔드포인트 전환은 ITDR 성숙도를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그 과정은 사용자에게 거의 인지되지 않을 만큼 매끄러워야 한다.
제로 임팩트 클라우드 전환 전략은 단순한 시간 절감 기법이 아니다. 이는 보안 강화와 운영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실행 모델이며, 보안 조직과 현업 조직 간의 신뢰를 유지한 채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ITDR 실행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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