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과 고유가 충격 속에서도 올해 한국 경제가 2.8%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반도체·AI 중심의 수출이 경기를 떠받치는 구조여서 체감경기 회복은 제한적이고,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김현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11일 개최한 ‘2026년 수정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최근 경기 회복은 경제 전반의 고른 회복이라기보다 반도체 부문 호조가 주도하는 불균형 성장의 성격이 강하다”며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충격에 따라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IMF 전망을 토대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1%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해상 운송 차질, 글로벌 교역 둔화 등이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특히 세계 무역 증가율은 미국의 선행 선적 효과 소멸과 관세 영향 본격화로 지난해 5.1%에서 올해 2.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미국은 AI 투자 확대와 감세 정책 등에 힘입어 2.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내수 부양책과 반도체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4.4% 성장률을 제시했다.
올해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동반 회복, 지난해 성장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 공급망 불안 등을 향후 성장 경로의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고유가·해협 봉쇄 장기화 된다면=
김 실장은 이번 전망의 최대 변수로 국제유가를 꼽았다. IMF 기준 시나리오는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당 82달러 수준으로 가정했지만, 미국·이란 갈등 심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 시 평균 유가가 100달러 또는 11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부정적·비관적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김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 급감과 중동 산유국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GDP 성장률이 기존 전망 대비 최대 0.4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최대 1.4%포인트 높아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에너지·필수재 지출 비중이 높아 체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 했다.
반도체…경상수지 사상 최대 전망=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CT 수출 호조는 한국 경제의 핵심 버팀목으로 평가됐다. 김 실장은 올해 총수출 증가율을 6.3%로 전망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반도체 가격 급등, SSD 등 IT 완성품 수출 증가가 수출 회복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수출은 물량 증가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물가는 최근 6개월간 누적 9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2750억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2890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김 실장은 “과거 유가 충격기와 달리 현재는 ICT 수출 가격 상승폭이 수입물가 상승폭을 상회하면서 교역조건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1일 ‘2026년 수정경제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중기이코노미)
중소·중견기업 공급망 참여 확대=
김 실장은 물가상승 압력과 경기회복 흐름을 동시에 고려하는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공급 충격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계적 대응보다는 충격의 지속성과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자극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동 전쟁 장기화와 반도체 호황 중심 경기회복이 결합해 구조적 물가 압력으로 전환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정책 측면에서는 생산적 금융 기조 유지와 함께 에너지 안보·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재정정책 방향으로는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성장 불균형 완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지원을 지속하는 동시에 성장의 결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관련 중소·중견기업 공급망 참여와 기술 고도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수 주력 산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특정 산업 경기 변동이 세수와 재정 여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된다”며 “호황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 여력을 경기 대응과 산업 전환을 위한 중기 재정 여력으로 일부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취약계층과 필수 부문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단기 소득 지원에 그치지 않고 노후 주거시설 에너지 효율 개선 등 구조적 대응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