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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BM이 이끈 韓 반도체 수출 신기록, 언제까지 갈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 사가 동시에 생산 라인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범용 물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AI 연산에 쓰이는 HBM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HBM이 이끈 韓 반도체 수출 신기록, 언제까지 갈까

D램·낸드 단가 두 자릿수 급등에 '초격차' 기술력 맞물려

삼성 '1c D램', SK '321단 낸드' 양산이 수출 질·양 동시 견인

"공급·수요 양면에 걸친 리스크 관리해야"

AI 메모리 수요가 반도체 생산 구조와 수출 흐름을 재편하고 있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5%, 직전 분기 대비 185% 급증하며 한국 기업 역사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 뿐 아니다.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51.4%라는 전례 없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수출 통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런 추세를 유지하려면, 공급·수요 양면에 걸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실적은 단순한 수출 물량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에 따른 범용 D램 공급 축소, 선단 공정 전환에 따른 제품 믹스 고도화, 그리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급증이 삼박자로 맞아떨어지며 수출 '양'과 '질'이 동시에 도약했다는 평가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3월 반도체 수출의 핵심 요인은 메모리 단가 급등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가 전 분기 대비 각각 두 자릿수 이상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수요 폭발 때문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 사가 동시에 생산 라인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범용 물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AI 연산에 쓰이는 HBM 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구조가 한국 반도체의 실적을 이끌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 사가 동시에 생산 라인을 HBM이라는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어들었다는 해석이다.

D램·낸드플래시의 활용과 HBM 공정에 따른 공급망 재편

메모리 반도체는 데이터의 처리 및 보존 방식에 따라 D램과 낸드플래시로 구분된다. D램은 전원 공급 시에만 데이터를 유지하는 휘발성 메모리로 고속 연산을 담당하며, 최근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GPU 연산을 보조하는 HBM의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쌓아 만든다. 공정이 복잡하고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범용D램이 여기에 상당 부분 들어간다. 게다가 칩 내부 미세구멍(TSV) 형성과 신호 간섭 방지를 위한 배제 영역(KOZ) 확보, 적층 과정에서의 수율 저하까지 발생하면 더 많은 웨이퍼가 HBM 생산에 동원된다. 따라서 PC, 스마트폰, 일반 서버, 가전제품 등에 들어가는 범용D램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고 가격도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전원 차단 후에도 데이터를 유지하는 비휘발성 저장 장치로,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대용량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에 탑재된다. 특히 생성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셋을 반복적으로 불러오고 저장하는 작업이 늘어나면서, 고용량·고속 낸드 기반 스토리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센터의 저장 계층이 HDD에서 SSD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낸드플래시의 수요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웨이퍼 구조 모식도. /삼성전자

공정 고도화에 따른 범용 물량 축소... 반도체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제조사가 고정된 웨이퍼 투입량 내에서 HBM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램 공급은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반도체 웨이퍼 생산 능력을 수요가 높은 HBM에 집중할수록 PC 및 모바일용 D램 생산 할당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러한 공급 감소 현상을 근거로 지난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단가가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3월 반도체 수출액이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한 주요 요인으로 이러한 메모리 단가 상승을 지목했다.

이러한 단가 상승 현상은 '공급 우선순위 재편'에 설비 전환이 맞물린 결과다.SK하이닉스는 기존 범용 D램 라인의 일부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기존 화성 12라인 설비를 고부가 제품을 위한 최선단 공정으로 전환하고 있다.

반도체는 최신 공정으로 갈수록 회로를 미세하고 복잡하게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 작업 횟수도 기존보다 크게 늘어난다. 한정된 크기의 공장에서 웨이퍼 한 장을 완성하는 데 더 많은 단계와 시간이 소요되므로, 생산할 수 있는 총 웨이퍼 장수는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양대 제조사의 범용 라인 축소와 공정 고도화에 따른 물량 감소가 공급자 우위 시장을 형성하며, 전체 수출액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삼성 '1c D램'과 SK '321단 낸드'가 견인하는 기술 초격차

(왼쪽부터) 삼성전자 1c D램·Foundry 4나노 기반 'HBM4E', SK하이닉스 321단 'QLC 낸드' 양산 개시 제품. /각 사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고부가 제품군 비중 확대를 위해 공정 미세화와 적층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EUV(극자외선) 적용 범위를 넓힌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도입해 이전 세대 대비 생산성을 20%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 1c D램을 4나노 베이스 다이 공정과 결합해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를 제작, 지난 2월부터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

​이 제품은 11.7Gbps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3.3TB/s의 대역폭을 구현했다. 또한 코어 다이에 저전력 설계 기술을 적용해 방열 특성을 기존 제품 대비 30% 개선했다.

​SK하이닉스는 321단 QLC 낸드플래시 양산을 통해 데이터센터용 eSSD 납품 규격을 확보했다.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하는 QLC 방식에 트리플 스택 기술을 적용해, 기존 232단 대비 적층 수를 40% 늘렸으며 단일 칩 용량을 1Tb(테라비트)로 확장했다.

​아울러 낸드 내부에서 독립 연산을 수행하는 '플레인'을 기존 4개에서 6개로 늘려 병렬 작업 능력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00%, 쓰기 성능은 56% 향상되었으며, 데이터 쓰기 전력 효율은 23% 개선되어 AI 서버용 저전력·대용량 기준을 충족했다.

현물가 보합 전환에 따른 수요 위축 리스크

기록적 수출 지표 뒤에는 경계해야 할 변수도 잠복해 있다. 3월 하순 D램 현물 시장 가격이 11개월 만에 상승을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업계는 이 신호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현물 가격은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고정거래가에 반영되는 선행 지표"라며 "완제품 제조사들, 즉 PC·스마트폰 메이커들의 구매 저항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급등하면 수요 측에서 재고 축적보다 관망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급 병목이 해소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재고 전략이나 투자 속도 조정이 수요 증가세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이 반도체 전문가는  "최근의 수출 기록은 국내 기업의 기술적 우위와 공급 제약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이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변한다면 시장 변동성은 커질 수 있어, 향후 공급·수요 양면에 걸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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