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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HBM 넘어 '연결'까지…삼성전자, AI 반도체 밸류체인 확장

삼성전자가 AMD와의 협력을 계기로 AI 반도체 사업의 외연을 메모리를 넘어 '연결'과 파운드리까지 확장하며 밸류체인 전반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BM 공급에 머물렀던 역할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HBM 넘어 '연결'까지…삼성전자, AI 반도체 밸류체인 확장

AMD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4 공급…DDR5·데이터센터 협력 확대

파운드리·패키징까지 아우른 ‘턴키 전략’…시스템 단위 경쟁 전환 대응

UA링크 합류로 인터커넥트 기술 확보…엔비디아 중심 구조 변화 시도

3월 18일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지인 평택 팹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가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AMD와의 협력을 계기로 AI 반도체 사업의 외연을 메모리를 넘어 ‘연결’과 파운드리까지 확장하며 밸류체인 전반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BM 공급에 머물렀던 역할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턴키(일괄) 설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18일 평택사업장에서 AMD와 차세대 AI 메모리 및 컴퓨팅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전반에 걸친 협력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사는 ▲차세대 AI 가속기용 메모리 ▲데이터센터용 플랫폼 ▲서버용 CPU는 물론 파운드리와 패키징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며 AI 인프라 경쟁력 강화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HBM4 공급이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Instinct MI455X’ GPU에 탑재될 HBM4의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고성능 메모리로 AI 연산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3E를 AMD의 기존 AI 가속기에 공급해온 데 이어 차세대 제품에서도 협력을 이어가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번 협력은 메모리 공급에만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AMD의 데이터센터 플랫폼 ‘Helios’와 서버용 CPU ‘EPYC’에 들어가는 DDR5 메모리 설루션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주요 부품을 통합적으로 공급하는 형태로 단일 제품이 아닌 시스템 단위 경쟁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메모리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성과 안정성까지 요구되는 AI 인프라 환경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양사는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반도체 위탁생산과 패키징 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턴키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고객사가 설계한 칩을 생산하고 이를 최적의 형태로 패키징해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구현하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다. AI 반도체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개별 공정보다 통합 설루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전략은 향후 글로벌 빅테크 고객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AI 반도체 산업의 경쟁 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에는 GPU 등 연산 성능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최근에는 여러 개의 칩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인터커넥트’ 기술이다. 실제로 AI 모델이 대형화되면서 단일 칩 성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졌고 다수의 칩을 병렬로 연결해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18일 서울 이태원동 승지원에서 리사 수 AMD CEO와 만찬에 앞서 술잔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AMD가 주도하는 AI 기술 동맹 ‘UA링크’ 컨소시엄에도 합류했다. UA링크는 엔비디아의 독자 인터커넥트 기술 ‘NV링크’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연합체로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엔비디아는 GPU와 HBM 그리고 인터커넥트 기술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으며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해왔다. 반면 UA링크는 개방형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이를 견제하려는 시도다.

삼성전자의 UA링크 참여는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메모리 공급자로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반도체의 구조적 경쟁력인 ‘연결 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특히 향후 맞춤형 HBM(cHBM) 개발 과정에서 인터커넥트 기술이 결합될 경우 메모리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HBM4 공급을 축으로 ▲DDR5 ▲파운드리 ▲패키징 ▲인터커넥트까지 이어지는 AI 반도체 밸류체인 전반에 발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 부품 공급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구축 전반에 관여하는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은 고객 맞춤형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AI 하드웨어 시장에서 여전히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가운데 새로운 생태계가 실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사들이 기술 개발과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HBM을 넘어 인터커넥트와 파운드리까지 확장되는 전략은 결국 ‘칩’이 아닌 ‘시스템’ 단위 경쟁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추가 연산 성능에서 연결 구조로 이동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구축하려는 밸류체인이 향후 시장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단순한 HBM 공급을 넘어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역량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사업 구조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특히 최근 AI 반도체 경쟁이 개별 칩 성능에서 시스템과 연결 구조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인터커넥트 기술을 포함한 종합적인 설루션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AMD와의 협력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향후 고객 맞춤형 AI 인프라 구현을 위한 핵심 기반이 될 것”이라며 “AI 생태계 내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경제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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