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리드 구상도 [사진: 엔비디아]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GTC 2026에서 엔비디아는 칩 7종·랙 5종·추론 OS·에이전트 프레임워크·로봇 데이터 파이프라인까지 쏟아냈다. 발표 키워드만 골라도 수십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변화는 3가지다. AI 연산 비용 구조와 소프트웨어 수익화 방식의 변화, 그리고 제조·모빌리티 현장의 AI 침투다.
토큰당 비용을 10분의 1로 낮춘 베라 루빈, 추론 처리량 35배를 실현한 그로크 LPX, 100조 달러 규모로 제시된 피지컬 AI 시장이 그 실체다. 이 숫자 3개가 반도체·SW·제조 산업의 판도를 재정의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그린 흐름...연산 비용 하락→에이전트→물리 세계
엔비디아는 이번 GTC 2026에서 랙스케일 수준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을 대거 공개했다. 베라 루빈은 칩 7종·랙 5종을 하나의 AI 슈퍼컴퓨터로 통합한 차세대 인프라로, 블랙웰 대비 4분의 1 수준의 GPU로 대규모 MoE 모델 훈련이 가능하다. 토큰당 비용은 10분의 1, 와트당 추론 처리량은 최대 10배 향상됐다. 이전의 GPU 단일 칩 스펙 경쟁에서 랙 스케일 통합 설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셈이다.
베라 CPU도 관심을 끌었다. 자체 설계 올림푸스 코어 88개, LPDDR5X 기반 최대 1.2TB/s 대역폭으로 범용 CPU 대비 대역폭 2배·전력 절반을 달성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알리바바·바이트댄스·메타·코어위브 등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젠슨 황 CEO는 차기 아키텍처 '파인만'도 예고하며 로사 CPU·LP40 LPU·블루필드-5 등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플랫폼을 뒷받침하는 인프라 확산 속도도 빠르다. 엔비디아는 클라우드 파트너(NCP)들이 전 세계 AI 팩토리에 구축한 GPU는 누적 100만 개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총 1.7기가와트 이상의 AI 처리 능력으로, 지난해 GTC 당시 40만 개·550메가와트 대비 2배 이상 확대됐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베라 루빈 NVL72를 가동한 최초의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가 됐다.
한국 기업들은 이 플랫폼의 핵심 부품 공급자로 낙점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젠슨 황 CEO가 GTC 현장에서 삼성 HBM4 웨이퍼에 'AMAZING HBM4'라고 친필 서명했다. 삼성전자는 HBM4·SOCAMM2·SSD PM1763 등 베라 루빈 내 모든 메모리·스토리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임을 강조했다. HBM4E 실물 칩도 이번 GTC에서 최초 공개했다. 핀당 속도 16Gbps·대역폭 4.0TB/s 목표다. SK하이닉스도 최태원 회장과 곽노정 CEO가 직접 참석해 HBM4·HBM3E·SOCAMM2 등을 전시하며 공급망 입지를 과시했다.
(왼쪽부터)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 [사진: 삼성전자]
(왼쪽부터) 엔비디아 젠슨 황 CEO, SK그룹 최태원 회장 [사진: SK하이닉스]
◆베라 루빈·그로크 LPX·피지컬 AI...토큰 비용 1/10 시대
두 번째 변화는 추론 비용 급락이 만드는 새로운 경제 구조다. GTC2026에서 공개된 그로크 3 LPX가 기반이다. 그로크 3 LPX는 GPU와 LPU(언어처리장치)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추론 가속 랙으로, 엔비디아에 따르면 1조 파라미터 모델 기준 초당 500토큰·백만 토큰당 45달러를 달성했다. 기존 대비 처리량 35배 향상이다.
엔비디아는 소프트웨어 스택도 함께 제시했다. 다이나모 1.0은 AI 팩토리의 분산형 OS로, 블랙웰 GPU 추론 성능을 최대 7배 끌어올렸다. 오픈클로·네모클로는 에이전틱 AI 오케스트레이션 프레임워크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오픈클로는 깃허브 스타 10만 개를 기록하고 첫 주 방문자 200만 명을 끌어모았다.
기업 현장에서도 채택이 확산 중이다. 엔비디아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세일즈포스 1만8,000개 고객·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당 40시간 절감·시스코 추론 효율 2~3배 향상 등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추론 인프라는 데이터센터를 넘어 확산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를 위한 DGX 스테이션 GB300도 공개했다. 748GB 코히어런트 메모리·최대 20페타플롭스 FP4 성능으로, 1조 파라미터 모델을 데스크톱에서 실행할 수 있다.
동시에 AT&T·T-모바일·컴캐스트·스펙트럼 등 주요 통신사가 엔비디아 인프라 기반 'AI 그리드'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 약 10만 개 분산 네트워크 데이터 센터와 100기가와트 이상의 예비 전력을 활용해, 추론을 사용자·기기·데이터 인접 지점에서 수행하는 구조다.
삼성 파운드리 4나노가 그로크 LPU 생산을 맡은 점도 주목된다. 젠슨 황 CEO가 삼성 파운드리 4나노 웨이퍼에 'Groq Super FAST'라고 친필 서명한 것은 추론 가속 공급망에서도 한국 기업의 역할이 공식화됐다는 의미다.
수술실에서 로봇 지원을 형상화한 피지컬 AI 구상도 [사진: 엔비디아]
◆수술실·공장·도로, 피지컬 AI가 침투하는 현장
세 번째 변화는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물리적 현장으로 침투하는 흐름이다. 엔비디아는 피지컬 AI 시장을 IT 산업(약 2조 달러)의 50배인 100조 달러로 제시했다.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인 블루프린트가 실행 도구다. 코스모스 월드 모델과 오스모 오케스트레이터 기반으로 데이터 생성·시뮬레이션·평가·배포 전 파이프라인을 통합했다. 4월 중 깃허브에 공개 예정이다.
적용 범위는 제조·모빌리티에서 의료까지 확장됐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드라이브 하이퍼리온 기반 레벨2 이상 자율주행과 모셔널 레벨4 로보택시 협력을 확대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오픈-H(776시간 수술 영상 데이터셋)·코스모스-H(합성 수술 데이터 생성)·GR00T-H(수술 로봇 동작 모델) 등 의료 특화 피지컬 AI 플랫폼을 공개했다. CMR서지컬·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 등이 도입에 나섰다.
HD현대는 옴니버스 기반 산업용 디지털 트윈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미디어텍은 EDA 소프트웨어에 엔비디아 가속 기술을 적용해 DRAM·플래시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설계·제조·의료 전 공정이 CUDA-X 생태계 위에 올라가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GTC 2026이 보여준 것은 연산 비용 하락을 통해 에이전트 경제성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물리 세계 AI 침투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이다.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파운드리·자율주행 각 층위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플랫폼 의존도 심화라는 구조적 과제도 함께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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