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채무 비율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이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섰다. 월가에서는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이 다른 나라의 국채까지 자극하면서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자금 조달 비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와 각국 정부 등 공적 영역의 장기 투자자가 줄면서 미 국채 수급 불안이 글로벌 금리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6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 말인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부채가 32조 2000억 달러(약 4경 3164조 원)를 기록해 GDP의 100.03%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5회계연도 말의 99.4%에서 더 높아진 수준이다.
미국의 GDP 대비 채무 비율이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10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1946년 106% 이후 처음이다. 회계연도 말이 아닌 시기로는 올 1분기 말 100.2%를 기록한 적이 있다. 미국의 채무 비율은 2000년만 해도 33.7%에 불과했으나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등 비상사태 때마다 지출을 늘리고 감세를 단행한 결과 급격하게 상승했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 비용이 증가한 영향도 있다.
월가에서는 현 상황에서 만일 연준이 12월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경우 채무 부담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2026회계연도의 재정적자는 총 1조 9920억 달러(약 2655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GDP의 6.2%에 해당한다. 순이자비용 또한 1조 520억 달러(약 1400조 원)로 2025회계연도에 기록한 9700억 달러보다 8.2% 증가했다.
WSJ는 “의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회보장제도 재정은 2032년에 고갈돼 자동으로 삭감될 것”이라며 “금리가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예상보다 0.1%포인트만 높아져도 앞으로 10년 동안 3790억 달러의 추가 순이자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급격하게 늘어난 미 국채를 사줄 여력이 공적 영역에서 감소하고 이를 대체할 민간투자자는 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연방 부채비율은 2003년 59%에서 2021년 125%로 높아졌지만 당시에는 연준과 외국 중앙은행 등 가격에 덜 민감한 공적 투자자가 국채를 흡수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은 약 300bp(bp=0.0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2022~2025년 연준의 양적긴축으로 국채 보유액이 1조 7000억 달러 줄고 외국 공적 부문의 보유도 감소하면서 전체 미 국채에서 공적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약 46%에서 2025년 말 27%로 낮아졌다. 줄어든 비중만큼 민간이 사주지 않으면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사주더라도 헤지펀드 등 민간 투자자로 인한 금리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보고서는 2022년 하반기 이후 가격에 민감한 민간투자자의 국채 보유가 GDP 대비 1%포인트 늘어날 때 기간 프리미엄이 약 8.7bp 높아지는 관계가 관찰됐다며 국채 공급량뿐 아니라 이를 흡수하는 투자자의 성격이 금리 변동을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또 2025년 말 헤지펀드의 미 국채 매수 포지션은 2조 5000억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차입은 3조 4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빌린 돈으로 국채에 투자한 헤지펀드가 추가 담보를 요구받거나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면,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급히 팔아야 한다. 보고서는 이런 매도가 한꺼번에 몰리면 2020년 3월처럼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금리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상가상으로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에는 채무 부담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승기를 잡은 민주당은 중간선거 이후 물가 안정과 생활비 절감을 위한 입법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부담 없는 미국(Affordable America)’ 어젠다를 발표하고 주거, 의료, 돌봄, 연료 및 공공요금, 식료품과 생필품 등 5개 핵심 분야 입법안을 다루는 실무 그룹을 출범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원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메디케이드 삭감 철회와 세액공제 복구, 오바마케어 보조금 복원 등의 법안을 100시간 안에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