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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 WEC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 - 다섯 시간에 걸친 ‘알핀’의 독주를 무너뜨린 토요타 레이싱의 마지막 피트스톱

지난 주말, 일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후지 스피드웨이(Fuji Speedway, 1랩 4.563km)’는 말 그대로 ‘혼란’과 ‘대역전의 드라마’가 선사하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스포츠서울 모터랩 | 김학수 기자] 지난 주말, 일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후지 스피드웨이(Fuji Speedway, 1랩 4.563km)’는 말 그대로 ‘혼란’과 ‘대역전의 드라마’가 선사하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글로벌 내구 레이스의 정점, FIA WEC(World Endurance Championship)의 시즌 6라운드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6 Hours of Fuji)’는 말 그대로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며 올 시즌 ‘토요타 레이싱(Toyota Racing)’으로 새롭게 출발을 알린 토요타에게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24 Hours of Le Mans)의 트로피에 이어 ‘홈 서킷’인 후지 스피드웨이에서의 승리를 선사했다.

예상하지 못한 일들의 시작은 ‘예선(Qualifying)’과 ‘하이퍼폴(Hyperpole)’의 취소부터 시작됐다. 당초 예선과 하이퍼폴이 예정되었던 토요일, 전날 저녁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가 좀처럼 그치지 않고 노면을 촉촉히 적셨다. 물론 ‘당장’은 주행이 멈춰야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예정되었던 FP3(자유 연습 3차, Free Practice 3)가 진행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더해졌다. 실제 예선을 앞둔 시점에는 강수량이 조금씩 많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어느새 기온이 소폭 오르며 ‘안개’까지 더해져 후지 스피드웨이 코스 곳곳에 내려앉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시간은 흘렀다. 잠시 후, 정해진 일정에 맞춰 LMGT3 클래스의 예선과 하이퍼폴이 진행되며 레이스카들이 코스로 진입했다.

다시 후지 스피드웨이에는 ‘열기’가 더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후 코스 곳곳의 포스트에서는 붉은 깃발이 휘날렸다. 비스타 AF 코르세(Vista AF Corse) 21번 페라리 296 LMGT3가 백스트레이트 구간에 멈춰 선 것이다. 대파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헤드라이트는 사라졌고, 바디킷은 고정되지 않은 채 코스 밖으로 밀려나 어딘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었다.

대회 측은 곧바로 특별한 결정을 내렸다. 기상 악화와 시야 확보 불가로 인해 모든 예선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이에 앞선 세 번의 연습 세션에서 뛰어난 기록을 연이어 선보였던 알핀 인듀어런스 팀(Alpine Endurance Team) 듀오가 프론트 로우를 독점했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enesis Magma Racing) 역시 상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의 흐름은 ‘알핀 인듀어런스 팀’의 것이었다.

알핀 인듀어런스 팀의 36번, 35번 A424들은 매끄러운 스타트를 시작해 레이스 초반은 물론이고 매 시간 최고의 순위를 지키며 압도적인 페이스를 과시했다. 오프닝 랩부터 이어진 세이프티 카(Safety Car) 상황이나 FCY(Full Course Yellow) 상황에도 완성도 높은 대응으로 ‘순위’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중간중간 애스턴마틴 토르 팀의 공격이 이어지긴 했지만 ‘판도’를 바꾸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랙사이드 곳곳, 그리고 내구 레이스의 경쟁을 지켜보고 있던 미디어 센터 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알핀의 후지 2연패’ 그리고 올 시즌을 끝으로 WEC에서 철수하는 브랜드가 선보이는 ‘유종의 미’를 예견하는 분위기였다. 경기 후반의 ‘변수’가 아무리 크더라도 ‘레이스의 판도’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레이스는 언제나 그렇듯 ‘예상’을 뛰어넘었다.

레이스가 시작한 지 다섯 시간이 지난 시간, 이제 단 한 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메인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LMGT3 레이스카들이 힘싸움을 하며 ‘1번 코너를 향한 경쟁’을 이어갔다. 실제 개러지 59(Garage 59)의 58번 720S LMGT3 에보와 하트 오브 레이싱 팀(The Heart of Racing) 27번 밴티지 LMGT3의 치열한 자리 싸움은 ‘경기 후반’의 즐거움을 더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예측과 달랐다. 두 차량의 경쟁은 단순한 ‘힘 싸움’이 아니었고, 균형을 잃은 720S LMGT3는 그대로 그랜드 스탠드 앞 배리어와 충돌하고, 크고 작은 잔재를 코스 위에 흘리며 1번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가 그대로 멈춰 섰다. 여기에 밴티지 LMGT3 역시 10번 코너 앞에서 타이어가 이탈하며 코스 위는 ‘혼란’이 시작됐다.

세이프티 카가 대열을 이끌며 ‘레이스의 속도’를 낮췄고, 이내 사고 수습이 시작됐다. 하지만 대형 사고, 그리고 코스 위에 수많은 잔재들이 흩뿌려진 만큼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세이프티 카 상황이 진행되고 각 차량들의 간격이 줄자, 이제 ‘마지막 싸움’을 위한 피트 스톱의 시간이 시작됐다.

남은 레이스 시간은 단 43분, 하이퍼카 클래스는 물론 LMGT3의 대부분 차량들이 모두 피트로 밀려들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알핀 인듀어런스 팀은 남은 시간을 고려해 80%대까지 에너지를 보충하고, 타이어 교체 후 피트를 빠져나가며 ‘순위 및 피트 스톱으로 인한 시간 손실’을 막으려 했고, 포디엄 진입을 노리던 캐딜락 허츠 팀 조타(Cadillac Hertz Team JOTA, #38)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피트를 빠져나온 하이퍼카는 다름 아닌 ‘토요타 레이싱’의 8번 TR010-하이브리드였다.

다른 팀들이 80%대까지 에너지를 채우는 것과 달리 단 72%라는 매우 도전적인 에너지 보충, 그리고 ‘타이어 교체 없이’ 코스에 복귀하며 알핀 듀오와의 기록 차이를 역전했다. 여기에 BMW M 팀 WRT의 15번 M 하이브리드 V8 역시 마찬가지의 전략을 채택하며 2위까지 단숨에 순위를 끌어 올려 이목을 끌었다.

결국 알핀 인듀어런스 팀의 ‘5시간의 리드’는 단 한 번의 피트 스톱으로 사라졌다. 토요타 레이싱은 기적적인 피트 스톱에서 타이어 교체를 생략하고, 연료의 마진을 0에 가깝게 보충하는 쇼트 필(Short Fill) 전략으로 10초 이상의 ‘차이’를 당기는 건 물론, 순위를 뒤집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토요타 레이싱이 ‘연료를 적게 넣은 것이 아닐까?’라는 우려가 이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사고 수습은 쉽게 끝나지 않고, 피트 스톱 이후로도 20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 레이스가 재개되며 추가적인 ‘에너지 보존’을 누릴 수 있어 분위기는 토요타 레이싱으로 급변했다. 물론 알핀 인듀어런스 팀은 포기하지 않고 남은 21분의 ‘초단거리 스프린트 레이스’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레이스 재개 이후 알핀 인듀어런스 팀은 드리스 반투르(Dries Vanthoor)가 스티어링 휠을 쥔 15번 M 하이브리드 V8을 맹추격하며 압박했고, 결국 ‘타이어의 이점’을 살리며 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백마커의 존재와 차갑고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 쉽게 도망치지 못하는 토요타 레이싱의 8번 TR010-하이브리드를 향해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토요타 레이싱이 내세운 마지막 주자, 히라카와 료(Hirakawa Ryo)는 그 어떤 선수보다 ‘후지 스피드웨이’에 대한 경험은 물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까지 뒤지지 않는 존재였다. 결국 몇 번의 위기 끝에서도 선두의 자리를 지키며 끝내 단 0.591초 차이로 가장 먼저 체커를 받고,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의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토요타 레이싱은 올 시즌 ‘챔피언’에 더욱 가까워졌다.

한편 올 시즌부터 토요타 레이싱을 이끌고 있는 나카지마 히로키(Nakajima Hiroki) 부사장은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는 말 그대로 짜릿한 레이스였다”라며 “레이스카의 기술적 요소는 물론, 레이스 전략, 피트 전략까지 아우르는 팀 전체의 노력과 역량이 만들어낸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레이스 종반의 짜릿한 역전극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올해 ‘토요타 레이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준 모리조(Morizo)에게 감사하며, 토요타 레이싱 아래 팀원 모두가 우승을 향해 도전할 수 있었고, 올해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와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 등에서 좋은 결과를 이뤄낸 것 같다”며 벅찬 감회를 전했다.

토요타 레이싱의 승리로 끝난 후지 6시간 내구 레이스를 마친 2026 FIA WEC는 오는 10월 18일 스페인 카탈루냐 서킷(Circuit de Barcelona-Catalunya)에서 7라운드 ‘바르셀로나 6시간 내구 레이스(6 Hours of Barcelona)’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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