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수입제한 조치 검토…국내 업계, SUV 등 반사이익 기대감
특정 국가 겨냥 안 해 쿼터 묶일 가능성…“정부 차원 대응 필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을 제한하는 ‘긴급 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하이브리드차 수입이 급증한 규제의 빈틈을 막겠다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는 경쟁 완화 효과가 기대되지만,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 세이프가드 특성상 한국산도 규제망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하이브리드차에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의 세이프가드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해진 물량을 넘는 수입분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기간을 정해 시행하고, 하이브리드차를 시험 사례로 삼아 효과가 확인되면 다른 업종으로 넓힌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앞서 EU는 2024년 10월 중국산 순수전기차에 기존 10% 기본관세와 함께 업체별로 7.8~35.3%의 상계관세를 추가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에는 기존 기본관세만 적용돼 오히려 중국산 차량이 파고들 틈이 생겼다.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은 2024년 10월 3800대에서 지난 7월 5만대로 10배 넘게 늘었고 평균 가격은 떨어졌다. EU는 지난달 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을 15% 수준으로 낮추라고 중국에 요구했다.
국내 업계는 일단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눈치다. 비야디(BYD) ‘씰 U DM-i’, 체리 ‘자쿠 7 SHS’ 등 중국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차급과 고객층이 겹친다.
투싼은 체코, 스포티지는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돼 EU의 수입관세 대상도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만들어 EU로 보내는 물량은 사정이 다르다. 대EU 자동차 수출액은 올 1분기 14.2%, 6월 13.7% 늘어 회복세를 보였지만 8월에는 여름휴가와 일부 업체 파업 여파로 16.8% 줄었다. 유럽 수출 증가를 이끈 건 전기차다. 하이브리드차가 쿼터 대상에 오르면 국내 생산 제품의 유럽 판로가 좁아질 수 있다.
변수는 세이프가드의 비차별 원칙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하는 반덤핑·상계관세와 달리 세이프가드는 원산지를 가리지 않는 게 원칙이다. 중국산만 겨냥하던 ‘중국 특별 세이프가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정서에 따라 2013년 12월 효력을 잃었다. 한국산 하이브리드차도 쿼터에 묶일 수 있다는 얘기다.
철강이 선례다. EU는 올해 7월 철강 세이프가드를 새 TRQ 제도로 바꾸면서 전체 무관세 물량을 46% 줄였고 한국 전용 쿼터도 19.7% 깎았다. EU가 하이브리드차를 시험대로 삼겠다는 만큼 배터리·화학 등으로 규제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효성 논란은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EU는 중국의 보복을 피할 수준으로 한도를 정하는 걸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 업체의 현지 생산도 변수다. BYD는 헝가리와 튀르키예에 공장을 마련했고, 중국 전기차 회사 립모터는 이달 스텔란티스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SUV 양산에 들어간다.
중국차가 유럽 역내 생산으로 쿼터를 피하면 현대차·기아는 유럽 안에서 중국차와 정면으로 맞붙어야 한다. 중국이 원자재·소재 공급으로 맞대응하면 EU 역내에 공장을 둔 국내 자동차·배터리 기업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하이브리드차 견제가 당장은 숨통을 틔워주겠지만 EU 보호무역의 칼끝이 언제든 한국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뒤늦게 쿼터를 방어하기보다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