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ETF 본연의 장기투자 실종…커지는 '한탕형 자산운용' 경고

최근 몇 년간 시장 자금은 반도체 ETF, AI ETF, 2차전지 ETF, 미국 빅테크 ETF, 레버리지 ETF 등 고수익 기대감이 큰 상품으로 집중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ETF 시장에서도 레버리지·인버스...

ETF 본연의 장기투자 실종…커지는 '한탕형 자산운용' 경고

국내 자산운용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구조는 단기 수익률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국내 자산운용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급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구조는 단기 수익률 중심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이 장기 투자전략이나 기업 분석 기반인 액티브 운용보다 패시브·인덱스 ETF와 특정 테마 상품으로 집중되면서 자산운용업 본연의 역할인 장기 자산관리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AI·2차전지 등 고변동성 테마 ETF 중심 자금 쏠림이 반복되면서 시장이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 판매회사별 펀드 설정 규모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시장 전체 설정 규모는 약 2666조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주식형은 약 770조원, 채권형은 약 730조원, 단기금융(MMF)은 약 265조원 규모다.

최근 시장 성장을 주도한 곳은 ETF 경쟁력이 강한 대형 운용사들이다.

삼성자산운용 설정액은 약 540조원으로 전년 대비 103조원 넘게 증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약 351조원으로 83조원 이상 늘었고, 케이비자산운용 도 약 210조원으로 전년 대비 35조원 넘게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들 운용사의 성장 상당 부분이 ETF와 인덱스 상품 확대에 기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분석보다 '지수 복제 경쟁'으로 바뀌는 시장

문제는 패시브 중심 시장 구조 자체가 자산운용업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액티브 ETF 시장의 경쟁구조: 미국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패시브 ETF 시장은 동일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경쟁은 본질적으로 가격경쟁, 즉 보수율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시장의 경쟁 중심이 기업의 장기 가치와 산업 성장 가능성을 분석해 초과 수익을 내는 데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지수를 얼마나 빠르고 저렴하게 따라가는 상품을 만들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국내 ETF 시장에서는 특정 테마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시장 자금은 반도체 ETF, AI ETF, 2차전지 ETF, 미국 빅테크 ETF, 레버리지 ETF 등 고수익 기대감이 큰 상품으로 집중됐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ETF 시장에서도 레버리지·인버스·특정종목 연계형 등 고위험 'Exposures 유형' 상품 비중은 65.9%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7.1%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내 ETF 시장이 장기 자산관리보다는 단기 수익률 경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은 투자 목적 기반 자산관리 시장이라기보다 사실상 테마 순환매 시장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며 "운용사들도 장기 전략 개발보다 당장 자금이 몰리는 테마 ETF를 빠르게 내놓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투자자 역시 장기 투자보다 단기 성과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시장에서는 연초 수익률 1위 ETF, 특정 테마 급등 ETF, 단기간 수익률 상위 상품 등이 마케팅 중심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은퇴자산 관리나 장기 현금흐름 설계, 위험조정수익률 같은 요소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시장 규모 및 ETF 순자산 규모 추이 그래프. [출처=자본시장연구원]

◆미국은 전략 다양화…국내는 '테마 추종' 고착

미국 역시 ETF 시장 규모 자체는 압도적이지만, 액티브 ETF를 중심으로 전략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와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 액티브 ETF 시장에는 239개 운용사가 진입해 있으며, 상위 3개사의 시장 점유율은 37.1% 수준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인컴형·버퍼형·리스크관리형·자산배분형 등 투자 목적에 기반한 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등록투자자문사(RIA)와 모델포트폴리오(MP)를 활용해 절세와 은퇴설계, 위험관리 목적에 맞춰 ETF를 편입하는 투자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연초 수익률 1위 ETF나 특정 테마 급등 ETF, 단기간 고수익 사례 등이 마케팅 중심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는 이런 구조가 지속될 경우 특정 업종 과열과 대형주 쏠림, 시장 변동성 확대는 물론 자산운용산업 전반의 전략 다양성까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 연구원은 "액티브 ETF의 성장은 ETF 시장의 전략 다양화와 경쟁 촉진이라는 순기능이 기대된다"며 "일반 액티브 펀드의 ETF 전환 허용과 액티브 ETF 규제 개선, 투자 목적 기반 자문 서비스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