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정조준하면서 50여 년 전 세계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던 제1차 석유 파동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현재의 상황을 세계 경제에 던져진 수류탄에 비유하며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자 시장에서는 1974년의 기록적인 경기 침체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11일(현지시간)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를 통해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물가는 관세와 전쟁 여파로 상승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증시와 유가, 식품 가격 및 관세 등 전방위적 충격이 미국 경제에 매우 험난한 시기를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에너지 자립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 상승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기업들이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겠지만 그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1974년 중동 석유 파동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세계 경제에 수류탄이 투척된 셈이었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사태가 과거의 참혹한 경기 침체를 재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지금의 유가 폭등 양상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을 마비시켰던 1974년 과거 오일쇼크와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중동 국가들의 금수 조치로 유가가 4배 가까이 폭등하며 전 세계가 고물가와 저성장의 늪에 빠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적 칼날이 세계 경제의 목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오일쇼크와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단순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물 경제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티글리츠 교수는 물가는 관세와 전쟁 여파로 치솟는데 성장세는 거꾸로 둔화하는 현상을 짚으며 1974년 당시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렸음을 상기시켰다. 에너지 비용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르면 기업은 투자를 멈추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아버리는 악순환이 시작된다는 분석이다.
사진=연합뉴스
5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과거에는 제조업 중심의 실물 경제 타격이 주를 이뤘으나 현재는 자산 버블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장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경제가 AI라는 단기통 엔진에 의존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거시 경제가 무너질 경우 AI 버블 붕괴가 실물 경제 침체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0년대에는 없었던 기술적 불확실성이 위기의 강도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AI 버블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다만 스티글리츠 교수의 말대로 50년간 축적된 새로운 '부'의 뿌리가 몰락의 트리거로 변하는 순간, 세상은 뉴노멀의 공포속으로 잠식당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에너지 패권의 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은 과거와 달리 석유 순수출국 지위에 올랐지만 이것이 경제를 방어해주는 방패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에너지 기업들이 거두는 막대한 이익이 소비자에게 환원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가깝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히려 국제 유가 상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자극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겪었던 경제적 불신과 궤를 같이한다.
한편 중동 전쟁 2주를 넘기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뚫고 올라온 현재의 상황은 50년 전 세계 경제를 초토화했던 수류탄의 안전핀이 이미 뽑혔음을 의미한다. 당시 오일쇼크가 장기적인 고금리와 저성장 시대를 열었듯이 이번 전쟁 역시 글로벌 경제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처럼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중동발 에너지 쇼크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1974년의 교훈이 고통스러운 침체였다면 2026년의 경고는 기술 버블과 전쟁이 결합된 전례 없는 복합 위기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제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완벽한 겨울이 오고있다. 한국경제는 준비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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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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