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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BN 칼럼] 친구가 사라졌다

실제로 미국과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은 반도체·IT하드웨어·화학·에너지 등이다. 전통적 소재·산업재 중심으로, 과거 빅테크들 만의 랠리와는 다르다. 지금처럼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와 공급망이 흔들렸던...

[EBN 칼럼] 친구가 사라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가 높다. 그러나 정작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풀리지 않았다. 전쟁 전 하루 130~150척 선박이 통행했는데, 4월말 현재는 4~5척이 통과하는데 불과하다. 국제유가와 주요국 장기금리가 전쟁 후 상승 폭의 1/3도 채 회복하지 못한 이유다.

반면 글로벌 증시는 빠르게 회복했다. 원래 에너지 충격 또는 지정학적 위험에 의한 주가 하락은 기회 요인이긴 했다. 필자 소견으로는 최근 글로벌 증시 상승은 종전 기대보다, 새로운 질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이번 이란 전쟁을 통해 각 국가들은 동맹이 사라지고,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가 흔들리자 자국의 공급망을 확충하고, 인프라를 확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동맹과 공급망이 균열되는 과정에서 각국은 방위·에너지·AI 인프라를 무기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격 전가력을 갖춘 산업 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과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업종은 반도체·IT하드웨어·화학·에너지 등이다. 전통적 소재·산업재 중심으로, 과거 빅테크들 만의 랠리와는 다르다.

지금처럼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와 공급망이 흔들렸던 선례가 있다. 1970년대 닉슨쇼크다.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자 미국 닉슨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해왔던 달러-금 태환 체제를 포기했다. 기축통화와 통화 질서가 흔들리자 원자재 가격이 올랐고, 물가도 상승했다.

1970년대 미국 주식시장에서 강했던 산업은 방위항공, 반도체, 에너지였다. 당시 반도체는 지금의 AI 인프라처럼 새로운 질서의 인프라로 부상하던 초기였다. 물론 지금은 1970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이나, 2022년 팬데믹 이후 나타난 인플레이션 충격과는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미국 재정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감세에 이어 올해 국방비 증액 등 재정지출이 줄어들 여지는 희박하다. 여기에 미국 노동공급도 감소하고 있다. 당장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통제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6월에는 유럽과 일본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가 불안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오히려 미국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고유가와 금리인상 우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더 담대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충격과 올해 3월 이란 전쟁 충격에도 주식시장은 V자형태로 빠르게 회복했다. 반복 학습 효과로 인해 투자자들은 악재에 무뎌질 가능성이 높다. 자금 유입이 이러한 심리 변화를 보여준다. 예컨대 올해 4월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 규모는 3월 유출의 2배 이상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라는 부담에도 시장참여자들은 이제는 주가가 흔들리면, 오히려 저가 매수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반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520조원)를 감안하면 코스피 7000~8000pt도 가능한 사정권이다. 그래도 4월과 같은 수직 상승 기울기가 이어지기는 어렵다. 하반기로 갈수록 주가 상승은 코스닥(반도체 소부장, 2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익 측면에서 반도체 영향력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에서 더 심각한 병목은 반도체보다 에너지와 전력 분야다. 병목이 심해질 수록 전력과 에너지에 대한 수주가 중요해지고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다.

과거 대표 수주 산업이었던 조선·건설의 12개월 예상 PER은 저점 4~6배에서 19~20배까지 리레이팅됐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역대급 실적의 반도체보다, 기계, 조선, 상사자본재 등에 대해 더 적극적이다. 수주산업의 정점을 만들었던 것은 경기 사이클과 금리였다.

아직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과 금리 부담이 확대되기에는 시간이 있다. 반도체·전력·에너지 인프라 산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되, 소부장과 2차전지,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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