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카 바티아(Dinkar S. Bhatia) 엑스에너지 CCO(최고영업책임자, 왼쪽 다섯째)와 배종식 DL이앤씨 플랜트사업본부 부본부장(왼쪽 여섯째)이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열린 SMR 표준화 설계 계약 체결을 기념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DL이앤씨의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전략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투자한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보유 지분 가치가 3년 만에 약 6배로 뛰었다. 단순 평가이익을 넘어 설계 사업까지 확보하며, 선제 투자 효과가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DL이앤씨는 현재 보유 중인 엑스에너지 지분 가치가 약 172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시리즈C 투자 당시 약 2000만달러(약 300억원) 대비 6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지분 가치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엑스에너지의 기업공개(IPO) 흥행이다. 엑스에너지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을 웃도는 23달러로 확정한 데 이어 상장 이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장 기대를 반영했다. 이번 IPO는 10억달러 이상 자금을 조달하며 원전 기업 상장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최근 원전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흐름 속에서 SMR이 가장 현실적인 성장 스토리로 자리 잡고 있다”며 “엑스에너지 사례는 자본시장이 SMR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엑스에너지 기업가치 상승의 배경에는 SMR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한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으로서 SMR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고온가스로(HTGR) 기반 4세대 SMR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에너지부(DOE)의 지원 아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존·다우·센트리카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며 약 11GW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프라인도 확보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AI 시대 전력 인프라의 핵심이 결국 ‘안정적·저탄소 전원’으로 수렴하고 있다”며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투자 매력이 빠르게 부각되는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전이 정책 변수에 크게 좌우됐다면 지금은 빅테크 수요가 시장을 끌고 가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엑스에너지의 기업가치 상승도 이런 수요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DL이앤씨는 투자 성과를 단순 평가이익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최근 엑스에너지의 SMR 표준화 설계 계약을 체결하며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약 1000만달러 수준으로 국내 건설사가 SMR 개발사로부터 직접 대가를 받고 설계 사업을 수행하는 첫 사례다.
DL이앤씨의 이번 사례는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설계 참여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건설사가 원전 밸류체인 내부로 한 단계 더 진입한 구조로 기존 사업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기존 원전 사업이 발주 이후 EPC 중심으로 참여하는 구조였다면, SMR은 초기 설계 단계부터 개발사와 협력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DL이앤씨는 투자와 기술 참여를 동시에 확보하며 보다 유리한 사업 포지션을 선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DL이앤씨는 기존 대형 원전 시공 경험과 증기발생기 교체 실적을 기반으로 SMR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원전과 SMR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장 대응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SMR 시장은 2035년 약 7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리며 각국의 도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SMR 시장은 초기 형성 단계로, 선제적으로 파트너십과 사업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이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DL이앤씨처럼 초기 투자부터 사업 참여까지 이어진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 인프라 투자와 기술 협력까지 확장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번 사례는 국내 건설사의 사업 모델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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