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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CEO 칼럼] 봄의 절정,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패션을 말하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디지털 유통 플랫폼은 이미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패션의 본질은 사람의 감성과 경험에 있다. 기술은 그것을 더 잘 전달하기...

[CEO 칼럼] 봄의 절정, 화이부동(和而不同)의 패션을 말하다

봄은 기업 방향·전략 정비 시기…글로벌 경쟁 속 유행시기 단축

트렌디하되, 고유한 철학 유지…지속가능한 성장까지 고민해야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봄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두꺼운 겨울 옷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뀌는 이 시기는, 패션 산업에도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패션 매장에는 새로운 컬렉션이 걸리고, 거리의 색감이 달라지며, 소비자의 시선 또한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으로 향한다. 기업에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방향과 전략을 다시 정비하는 중요한 출발선이다. 패션 산업에서 봄은 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한 해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즌이자, 브랜드의 정체성과 감각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색을 선택하고, 어떤 소재를 사용하며,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 것인가는 결국 그 브랜드가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최근 패션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트렌드 주기는 짧아지고, 소비자 취향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수많은 브랜드가 경쟁하며, 디지털 환경 속에서 소비자는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기업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하지만, 동시에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럴 때 떠올려볼 수 있는 말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패션 기업에 이보다 더 적절한 방향성은 없을 것이다. 트렌드를 따르되 무조건적인 모방에 그치지 않고, 각 브랜드만의 고유한 감성과 철학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패션은 결국 ‘차이’를 통해 가치를 만든다. 모두가 같은 옷을 만든다면, 소비자는 선택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만의 기준과 미학을 지켜온 브랜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뚜렷한 존재감을 갖게 된다. 봄 시즌은 바로 이러한 ‘차별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 또한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환경을 고려한 소재,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윤리적인 공급망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디자인과 가격만을 보지 않는다. 그 옷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기업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이와 관련해 ‘근본이 바로 서야 끝이 바르다’는 뜻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기업의 철학과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을 때, 비로소 지속 성장도 가능해진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본질을 흔드는 선택은 결국 브랜드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발전 역시 패션 산업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디지털 유통 플랫폼은 이미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패션의 본질은 사람의 감성과 경험에 있다. 기술은 그것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업 간 경쟁 또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 진출로 시장 자체는 커졌지만 그만큼 더 강력하고 심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이제 해외 진출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전달하는 과정이 되었다. 각 국의 소비자들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가치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기준은 바로 ‘지속성’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일수록,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유행은 금방 지나가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영원히 남는다. 결국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신뢰와 일관성이다.

봄은 짧지만, 그 시작이 한 해의 흐름을 좌우한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중요하다. 변화의 흐름을 읽되, 그 속에서 우리의 중심을 지키는 것. 그것이 오늘날 패션 기업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일 것이다. 세정은 이번 봄 시즌을 맞아 다시 한 번 브랜드의 본질과 방향성을 점검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세우고, 동시에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균형을 이어가고자 한다.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 ‘화이부동’의 가치처럼, 세정만의 길을 꾸준히 만들어갈 것이다.

따뜻한 봄이 시작되는 이 시기, 모든 패션 종사자와 기업들이 새로운 영감과 기회를 마주하길 바란다. 변화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지켜가는 브랜드들이 더욱 빛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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