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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7(왼쪽)과 Z 플립7. 사진=삼성전자
[THE Biz(더비즈)=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설계와 관련해 미국에서 특허침해로 피소됐다. 원고는 자신이 “폴더블폰의 원조 개발업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과 로열티, 모든 삼성전자 폴더블 모델의 영구 금지명령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폴더블폰 관련 특허 9건 침해 주장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 동부 연방지방법원 마샬지원에 따르면 렙톤 컴퓨팅(Lepton Computing LLC·이하 렙톤)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아메리카(미국법인)를 상대로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렙톤은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 Z 폴드, Z 플립 시리즈와 최근 한정판으로 출시한 Z 트라이폴드가 자사의 핵심 기술 특허 9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소장에 따르면 쟁점 특허는 미국 특허번호 ▲11,048,299 ▲11,048,300 ▲11,086,361 ▲11,093,002 ▲11,209,863 ▲11,520,377 ▲11,520,378 ▲11,693,450 ▲12,140,998로, 모두 폴더블 스마트폰을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핵심 기술을 설명한다.
단순히 화면이 접히는 아이디어 하나가 아니라, 접히는 하드웨어 구조, 디스플레이 보호 방식, 사용 상태를 인식하는 센서, 접고 펼칠 때 자연스럽게 바뀌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멀티태스킹 경험까지 전반을 포괄한다.
소송장 1면. 사진=미국 텍사스주 동부 연방지방법원 마샬지원
구체적으로 특허는 폴더블 기기가 접힌 상태인지 펼쳐진 상태인지에 따라 어느 화면에 이미지를 띄울지 결정하고, 화면 구성이 자동으로 전환되는 기술을 다룬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을 열면 애플리케이션(앱)이 큰 화면으로 이어지고, 접으면 외부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앱 연속성’ 같은 개념과 맞닿아 있다.
폴더블폰의 기본 뼈대가 되는 구조도 설명한다. 외부에는 단단한 터치 디스플레이가 있고, 내부에는 접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배치되는 폴더블폰 기본 형태를 제시한다.
여기에 자석, 센서,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힌지 구조 등 실제 폴더블폰에 필요한 부품들이 어떻게 통합되는지도 담았다. 폴더블폰은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부품 배치 난이도가 높은데, 특허는 설계 해법을 제안한다. 센서 활용도 포함됐다. 기기가 접혀 있는지, 반쯤 열려 있는지, 완전히 펼쳐졌는지를 센서가 감지하고 그 상태에 따라 어느 화면에 이미지를 띄울지 프로세서가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구체화했다.
그중 가장 핵심은 디스플레이가 접히는 방식이다. 접히는 OLED 화면은 너무 급하게 꺾이면 손상되거나 주름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화면이 접힐 때 일정한 곡률 반경(folding radius)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힌지 내부에 여유 공간을 두고, 디스플레이가 부드럽게 말리듯 접히도록 해야 하는데, 특허는 이를 정확히 설명한다. 또한 접히는 OLED가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기기에 부착되고, 어떤 반경으로 접히며, 펼쳐졌을 때 평탄성을 유지하는지 등 구조적 안정성도 다룬다.
◆원고 "폴더블 연구개발 우리가 원조"
렙톤이 소장에서 공개한 '렙톤 플렉스'. 사진=미국 텍사스주 동부 연방지방법원 마샬지원
렙톤은 이번 소송에서 갤럭시 Z 폴드·플립3부터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폴더블폰 모델을 침해 기기로 지목했다. 렙톤은 “우리는 상용 폴더블폰 시대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며 “창업자 스테픈 델라포테(Stephen Delaporte)는 2008년부터 접히는 스마트폰 구조와 확장형 디스플레이 개념을 연구했으며, 미국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토타입 ‘렙톤 플렉스(Lepton Flex)’를 공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렙톤은 2013년 삼성전자 측과 폴더블폰 협력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자사 프로토타입과 기술 개요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들에게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특허의 존재를 사전에 알았음에도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적시했다.
다만 소장에서 제기된 특허 9건 중 가장 빠른 등록일은 미국 특허번호 ▲11,048,299의 2021년 6월 29일로,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일인 2019년 9월 6일보다 약 2년 늦다. 이에 렙톤 측도 갤럭시 Z 폴드·플립1, 2는 침해기기에서 제외했다. 재판에서는 뒤늦게 등록된 특허가 원조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지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렙톤은 법원에 ▲특허침해 판결 ▲침해기기 영구 금지명령 ▲손해배상 및 로열티 ▲고의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 3배 증액 ▲소송 비용 배상 등을 요청했다.
한편 이번 소송을 제기한 렙톤은 자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에 “폴더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모바일 기기 분야의 선구적 개척자”라고 소개했다. 직원 수는 2명 정도로 적은 편이고, 홈페이지에도 아무런 정보와 연락처가 없어 특허관리전문회사(NPE)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렛츠고디지털(LetsGoDigital)은 렙톤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렙톤 플렉스의 실물 사진을 공개하며 “최근 렙톤은 접이식 스마트폰 모델에 대한 수십 건의 신규 특허를 출원했다”고 전한 바 있다. 렙톤 창업자 델라포테는 이 매체에 “조만간 렙톤 플렉스에서 안드로이드 실행되는 데모 영상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유의미한 작동이 이뤄지는 데모 영상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용어 설명
특허관리전문회사 (Non-Practicing Entity·NPE
) :
제품을 직접 연구개발하거나 제조·판매하지 않고 매입 등을 통해 확보한 특허권을 바탕으로 기업들에게 침해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이나 로열티 수익을 얻는 것을 주된 사업 목적으로 하는 기업. 업계에서는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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