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피지컬 AI 시장 공략을 위한 'Physical AI Frontier' 프로그램을 전격 공개했다.
20일 AWS 서밋 서울 2025를 연 가운데 현장에서 로아이의 시뮬레이션 로봇과 컨피그의 협업 로봇,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한편 함기호 대표가 기조연설장에 로봇을 끌고 나타날 정도였다.
AWS가 다음 20년의 성장 동력으로 피지컬 AI를 지목하고 그 출발점을 한국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함기호 AWS 코리아 대표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국을 AI 칩 설계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로봇 제조까지 산업 전반에 걸쳐 피지컬 AI를 위한 역동적인 생태계를 갖춘 나라로 평가했다.
빈말이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을 보유한 나라다. 로봇이 물리 세계에서 움직이려면 정밀한 부품과 모터, 센서, 그리고 이를 양산할 제조 역량이 필수적인데 한국은 그 모든 요소를 국내에서 확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피지컬 AI의 특성상 제조 강국이라는 한국의 정체성은 결정적 자산이 된다.
스타트업의 기술 밀도도 만만치 않았다. 엑스포 피지컬 AI 존에 참여한 세 기업은 각자 다른 단계의 해법을 들고 나왔다. 로아이는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결과를 실제 로봇으로 옮기는 SIM2REAL 기술을 선보였고 최근 1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컨피그는 사람과 로봇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협업 로봇의 데이터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뉴빌리티는 2025년 기준 국내 최대인 300대 이상의 자율주행 로봇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배달·순찰 서비스를 클라우드 관제와 연결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라이드플럭스가 같은 날 코스닥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고 로보택시·로보트럭 유상 운행 허가를 동시에 쥔 채 IPO 궤도에 오른 것도 한국 피지컬 AI 스타트업의 저변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정부의 의지가 더해진다. 존 펠턴 AW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국의 강점을 꼽으며 'AI 하이웨이' 비전을 추진하는 정부를 빼놓지 않았다. 자율주행 트럭의 유상 화물운송 허가나 무인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 허가처럼 피지컬 AI가 실제 도로와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규제 당국의 적극적 허용이 전제돼야 한다.
기술과 자본만으로는 로봇을 거리로 내보낼 수 없다. 제조 경쟁력과 스타트업의 기술,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릴 때 비로소 피지컬 AI는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이 된다.
문제는 이 삼박자를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AWS가 피지컬 AI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학습, 시뮬레이션, 엣지 추론까지 단계별로 한국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선의의 협력만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 로봇 기업들이 AWS 인프라 위에서 기술을 고도화할수록 AWS의 클라우드 사용량은 늘어나고 한국은 자연스럽게 AWS의 피지컬 AI 기술을 검증하는 거대한 테스트베드가 된다. 엑스포에 전시된 데모들이 모두 아마존 EC2와 EKS, 세이지메이커 하이퍼팟 같은 AWS 서비스 위에서 돌아갔다는 사실은 이 종속의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론 테스트베드라는 표현에는 경계의 의미도 동시에 담겨 있다. 한국 기업이 쌓은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플랫폼을 살찌우는 데만 쓰인다면 그것은 상생이 아니라 일방적 활용에 가깝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클라우드 역시 한국에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며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외산 클라우드 3사가 한국 피지컬 AI 생태계를 동시에 겨냥하는 구도에서 한국 기업들이 특정 플랫폼에 깊이 묶일수록 협상력은 떨어진다.
함기호 AWS 코리아 대표. 사진=AWS
그럼에도 이 관계가 윈윈으로 작동할 여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 로봇 스타트업 입장에서 AWS의 글로벌 인프라와 진출 지원 프로그램은 자력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해외 진출의 교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아이가 목표로 내건 'AI Factory'나 뉴빌리티의 서비스 운영 규모 확장은 안정적인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 없이는 실현이 어렵다. AWS가 약속한 1만2000개 일자리와 30만명의 AI 인재 양성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피지컬 AI 생태계의 인적 토대도 두꺼워진다. 거대 플랫폼의 자원을 활용하되 핵심 데이터와 기술 주권을 한국 기업이 쥐고 있을 때 이 동맹은 한쪽의 테스트베드가 아닌 양쪽의 성장 엔진이 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전장에서 한국은 제조와 기술, 제도라는 강점을 분명히 갖췄다는 점. 그렇다면 다음 행보가 중요하다. 그 강점을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내주는 자원으로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대등한 협력의 지렛대로 삼을 것인지. 이는 한국 기업과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AWS가 한국을 다음 20년의 무대로 지목한 지금, 그 무대의 주연으로 설 것인지 배경으로 남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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