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AI는 이제 하나의 기술을 넘어 경제 성장과 무역, 금융, 전력까지 움직이는 핵심 성장 엔진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은 기술뿐 아니라 경제 성장에도 브레이크를 거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안전성과 함께 AI를 통한 성장을 설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을 위협할지 모르는 인공지능(AI)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지난주 갑자기 등장한 ‘AI 속도조절론’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구글 등 AI 개발 최전선에 있는 기업 수장들이 문제를 제기한 반면, 엔비디아와 인텔은 “기술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놨죠.
그런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경제 성장과 무역, 금융, 전력까지 움직이는 핵심 축이 됐죠. 이런 상황에서 정말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AI 속도조절’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한 선택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됐는지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이번 기사는 에너지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이야기들도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AI = 성장’
많은 전문가들은 “AI가 미치는 영향이 산업적 영역을 벗어났다”고 입을 모읍니다. 대표적인 AI 강국인 미국을 먼저 살펴볼까요? ING는 AI 관련 투자가 올해 2분기 미국국내총생산(GDP·이하 실질 기준)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약 36~44%로 보고 있습니다. JP 모건이 추산하는 비중은 약 5분의 1이고요. 최근에는 GDP 성장에 대한 AI 인프라투자의 기여도가 90%를 넘는다는 주장(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과, ‘아니다, 반도체를 한국과 대만에서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기여도는 거의 제로(0)에 불과하다’(얀 하이추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두 극단적인 주장이 맞붙고 있다고 하네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AI는 미국에서 이미 성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만이 아닙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AI 투자가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충격 속에서도 세계 경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잘 버틸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AI는 무역과 금융, 에너지 분야까지 떠받치는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사무총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AI 무역이 관세와 세계 무역이 직면한 그 밖의 모든 혼란와 영향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AI가 거품이라면, 이러한 무역 성장세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말이죠. WTO에 따르면 올 1분기 AI와 관련된 반도체, 화학제품, 산업장비 등 상품 무역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는데, 이는 비(非) AI 상품 무역 증가율이 같은 기간 7%에 그친 것과 크게 대조됩니다.
한국도 이 같은 흐름에 예외는 아닙니다. AI발(發) 메모리 슈퍼 호황을 맞은 한국에 AI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미국과 달리 후발주자인 한국은 AI 분야에서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더 큰 것 같은데요. 이와 관련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미 앞서 있는 나라가 (AI 개발)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추격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나라가 스스로 속도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연합뉴스
돈도, 전기도 AI를 따라간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 국채 가격 급락을 이끄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AI 설비투자가 있기 때문인데요.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채권 시장의 자금 수요를 키우고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주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줄어들면 국채 시장 혼란도 일정 부분 잦아들 것‘이라는 반론이 가능할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갑작스러운 AI 설비투자 감소는 경제 성장 속도가 늦춰진다는 부정적인 신호를 발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채 시장에도 역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요.
AI가 에너지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연재를 통해 여러 차례 전해드렸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2024년 약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30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만 현재 일본 한 나라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웃도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원전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원전 발전이 다시 부활하고 있고, 변압기 등 전력망 인프라 설비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도 합니다. 전력 산업이 격변기를 맞았다는 의미입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AI 이미지.
성장과 안전을 함께
종합하면 AI 개발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이런 분야들 또한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지점에서 AI 속도조절의 실현 가능성, 즉 성장을 늦추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 또한 던져볼 수 있는데요. AI 기술의 속도를 늦추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경제적인 선택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AI 기술은 자주 비교 대상이 되는 핵무기 또는 유전자 조작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이 기술들도 국가안보나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경제 성장 자체를 좌우하는 핵심 엔진은 아니었으니까 말이죠.
다만 핵무기와 유전자 조작과 비교되는 그 이유, 즉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은 물론 인간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분명 대안 마련의 필요성이 높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내놓은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는 (AI 개발을) 발전과 안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모델은 사용할 준비가 돼 있고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출시돼야 하며 이는 엄격한 테스트와 강력한 안전장치를 통해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AI의 위험을 우려한다면, 성능만큼 안전장치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성장과 안전을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 AI 속도조절론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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